스쳐가는 존재들: 말 없는 메시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순간이 있다.
소리가 없는데도,
누군가가 곁에서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
그건 오히려
말보다 더 선명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가끔은
침묵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 목소리는 더 또렷해진다.
‘괜찮아?’
‘거기 있어?’
말로 들린 게 아닌데
확실히 듣는 순간.
사라지지만, 흔적은 남는다
몇 초 전까지 방 안에 있었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사라진 자리마다
빈 공간이 아니라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고개를 돌리면
별일 없는 듯한 방.
하지만 마음은 안다.
누군가
바로 여기 있었음을.
감각이 보내온 쪽지
우리는 종종
감각을 단순한 반응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 감각은
세상과 마음이 맺는 가장 빠른 대화수단이다.
특히 밤에는
그 대화가 더 적극적이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공기,
살갗을 스치는 작은 떨림,
말없이 다가오는 존재감.
그건 이 세계 밖에서
전달된 쪽지 같은 것.
받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메시지.
말은 없고, 마음만 전해진다
문제를 풀 듯 이해하려 하면
도리어 멀어진다.
그저 느끼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한 게 아니라
말이 없어서
마음이 더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安定(안정)이 아니라
安息(안식)에 가까운 느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기척.
“나는 여기 있다”
메시지는 늘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여기에 있다
이름도, 얼굴도, 기척도 없이
그저 ‘있다’는 존재감만 남긴 채.
그리고 어쩌면
그 존재는 우리 마음 안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숨겨놓았던 감정,
외면했던 기억,
아직 끝내지 못한 무언가.
그것들이 밤이 되면
말 없는 메시지로 돌아온다.
우리가 읽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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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존재들: 사라진 듯, 여전히 머무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