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틈에서 – 5화

스쳐가는 존재들: 사라진 듯, 아직 머무는 그림자

by 라온리
89e21732-0e0a-4360-b512-3077a78e8ba4.png 사라진 듯, 아직 머무는 그림자

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에도

그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기척도, 소리도 남지 않았는데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흐트러져 있다.

마치 누군가

방금 전까지 여기에 서 있었다는 듯이.


가장 무서운 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지금 이 방에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그림자는 곁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빛이 사라지면 그림자도 사라진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떠난 자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여운’이 남는다.


옷깃을 스치는 공기,

살갗 위에 남은 온기, 방금 꺼낸 숨결의 흔적.


그 작은 흔들림들이

존재의 잔향이 되어

한동안 우리 곁에 머문다.


그리고 그 흔적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는

가늘고 긴 그림자가 된다.


마음 속 어둠에 길게 드리워진 존재

그림자는 공간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도 남는다.


생각하지 않아도 갑자기 떠오르고,

잊었다고 믿는 순간 문틈으로 다시 스며든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어쩌면 그리움에 가까운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놓치고 지나온 일들, 제때 마주하지 못했던 감정들,

말하지 못해 삼켜두었던 마음들이

어둠을 닮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뀔 뿐

한 번 느낀 존재는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곧 기억이 된다.

기억은 우리 안에서 모양을 바꿔가며 머문다.


그림자는

사라진 존재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계속된 존재의 다른 모습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조금 안심했다.

사라진 것 같아도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항상

뭔가와 함께 살아간다.

그게 무엇인지 모를 뿐.



� Part 1 마무리

스쳐가는 존재들과 마주한 경험은 도망쳐야 할 공포라기보다

내 안의 여분의 감정이 보내온 메시지였다.


사라진 듯, 그러나 아직 머물며

나를 바라보는 그림자.


그 그림자와 함께

나는 다음 문을 향해 걸어간다.


✨ 다음 화 예고 — Part 2 시작

마음의 문을 여는 감각: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 감각이 열리는 순간들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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