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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지 Nov 18. 2020

한국의 박물관이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들

V&A Friday Late, 'Mirror, Mirror'

나는 2017/2018년 학기에 영국 레스터에서 박물관학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영국 유학이 결정되고 내가 세웠던 결심 하나는 '영국에 거주하는 동한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박물관을 방문해보기'였다. 막상 석사과정이 시작한 후는 수업과 과제로 바빴다가, 수업과정이 끝나고 석사 논문 지도가 시작되고 나서야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논문을 작성하면서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TimeOut이라는 웹사이트에서 ‘Friday Late at the V&A’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박물관에서 DJ를 불러서 파티를 여는데 술을 마셔도 된다고? ‘ 

https://www.timeout.com/london/museums/friday-late-at-the-v-a


아니, 내가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그것도 파티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니! 곧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고, Friday Late 이벤트를 참여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런던으로 향했다.



V&A의 Friday Late event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시행되고 있다. 이벤트의 주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시에 따라 매달 다르지만,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다양한 종류의 예술 형태로 종합적으로 융합한다는 점이다. 댄스 퍼포먼스 혹은 공예 워크숍, 구연동화와 연극 퍼포먼스 등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도록 한다. 이런 점은 특히, 박물관을 잘 방문하지 않거나 박물관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관람객이 쉽게 박물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2018년 7월에는 ‘Mirror Mirror’의 주제로 Friday Late event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울아 거울아’라니 무슨 소리인지 의문스러웠다. 박물관에 입구로 들어서자 화려한 조명과 DJ부스에서 흘러나온 라이브 음악이 '내가 전통적으로 알던 박물관'과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음을 알려주었다. 쿵짝쿵짝 비트를 들으니, 무겁기만 한 박물관에서 클럽에 온 듯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그리고 이 기분을 몰아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시켜보았다. 한국의 박물관이었으면 박물관에서 술을 마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없었을 텐데 흥겨운 음악에 부드러운 와인을 한잔 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한창 저녁시간쯤에 갔었기 때문에 배가 고픈 나머지 박물관의 카페로 가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시켜먹었다. 그리고 카페와 이어진 박물관 정원으로 나갔는데, 왠 예수님 같이 생기신 부분이 하얀 팬티만 입고, 분홍색 천을 두르고 물가를 걷고 계신 것이 아닌가! 아무리 퍼포먼스라고 하지만, 속옷만 입고 걷는 행위예술이 신기하기도 하고 작품의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기도 했다.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박물관에 왔기 때문에 그냥 퍼포먼스를 보기만 해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어서 행사 팜플렛을 찾아보았다.



우리는 이미지에 대한 강박 아래 살아가고 있어요. 미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있고,우리는 미적 기준에 대한 강요를 요구받죠. V&A의 Friday Late: Mirror Mirror에서는 이러한 이상형의 이미지를 깨부술거에요. 관람객들이 스스로 정의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당당한 자기표현을 주장해보세요.



위의 동영상은 <Overexposed>라는 주제로 SNS에 넘쳐나는 자기애 가득한 셀카에 대해 '아름다움'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공연예술 형태로 표현하였다. 각각 안무가와 설치예술가 협업해서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영상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아쉽지만 여러가지 예술을 결합한 하나의 작품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Friday Late 이벤트가 더욱 특별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졌다.



박물관에서 술을 마시거나 DJ를 부르는 것도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포스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몸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허용함으로서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만날 수 있었고, 예술에 대한 검열이 덜 하다는 것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와인과 DJ 음악은 또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사람들의 흥을 돋아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문화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이런거 까지 가능하다는 말인가! 당황스럽다가도, 또 예술을 통해 한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 같아 나 또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박물관, 미술관 이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였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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