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te Modern, 백남준 회고전 'The Future is Now'
지난 2월 초,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했었던 대규모 백남준 회고전을 다녀왔다. 아슬아슬하게 백남준 전시에 대한 막차를 탈 수 있었다. 폐막 이틀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엄청 많이 있었다. (코로나로 유럽이 쑥대밭이 된 지금, 이렇게 박물관 미술관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꿈만 같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백남준이기에, 전세계에 흩어져있던 그의 작품을 하나로 모아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그의 회고 전시가 기획되었다. 전시의 제목은 'The Future is Now', 즉 '미래는 지금이야!'. 제목만 들으면 그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왔지만, 5개의 테마를 둘러보니, 그는 미래학자일뿐만 아니라아트와 기술을 결합하여 영역을 확장하였던 아티스트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2010년대 새롭게 생긴 '유튜버'라는 1인 방송을 예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술발달로 인한 기후변화까지 예측하였던, 아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던 백남준과 그의 작품에 대해서 알아보자.
ICOM 카드를 가지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이 바로 <티비 부처, 1989>이다. 학부 수업시간에 항상 사진 이미지로만 봤었는데, 실제로 작품을 보니까 상당히 고요하고 침착한 분위기였다. 부처의 조각상이 대상으로 있고, 화면에는 부처상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화면에 비춰진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최근들어서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없다. 텔레비전 대신에 컴퓨터로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에 따라서 1인 미디어, 미디어는 훨씬 더 다양해지고,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티비 부처>는 이런 미디어의 방향을 예측이라도 한듯, 백남준은 이 아트작품을 통해서 '미래에는 앞으로 이렇게 흘러갈거야~'라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여성분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첼로를 열심히 키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텔레비전이라는 매체 (medium)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아트작품의 형체을 보니 생긴 것은 또 첼로 '그 자체'이다. 이런걸 보니 조셉 콘수스 (Joseph Kosuth)의 <하나 그리고 세개의 의자, One and Three Chairs>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One and Three Chairs> 작품은 개념미술 (Concept Art)으로 대표되는 작품인데, 개념미술이란 20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나타난 에술 경향으로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태도를 가리킨다. (네이버 백과사전)
실제로 백남준은 음악사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유학을 갔었다. 그곳에서 개념미술 아티스트인 보이스 (Joseph Beuys)를 만났고, 이는 전자예술이라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백남준은 이후 플럭서스 (Fluxus)- 아방가르드 운동-이라고 알려진 네오다다이즘 운동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네오다다이즘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4분 33초로 유명한 John Cage 등이 있기도 하다. (Culture Trip)
조명에 눈코입만 그렸을 뿐인데 귀엽기까지 하다.
비디오를 활용한 비디오아트야 말로 백남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초기에는행위예술, 퍼포먼스 아티스트로서 예술활동을 시작했지만, 비디오아트를 통해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첨단기술매체와 인간이 어떤 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지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적인 자연개발로 인해, 백남준은 기후변화나 자연의 훼손에 대해 우려했다. 70년대 산업화를 위해서, 더 많은 자연을 파괴하고 화석연료를 채취하고 지구는 점점 더 병들어 갔다. 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TV 정원>이다.
열대우림을 상징하는 야자수 나무 속에, 여러대의 텔레비전을 설치함으로서, 기후변화 및 자연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좁은 방 안에 작품을 설치해놓아서 어두운 방 안에 비디오만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많은 네온사인으로 인해 밤에도 빛이나는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일본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음악사를 전공한 백남준은 어쩌면 동서양의 문화를 온전히 흡수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만찬>, <아담의 창조> 등이 있는 서양건축과 서양미술의 상징적인 곳이다.
이것을 뉴미디어 형태로 제작하여, 첨단기술을 통해 새로운 현대 설치미술을 보여주는 작품 백남준의 <시스티나 성당>이다. 영상을 보면 알수있듯이 요즘 영화관에 온 듯 웅장한 사운드와 360도 사방을 감싸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관람객들은 작품 자체를 오감을 활용하여 오롯이 자신만의 느낌으로 체험과 작품을 재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비디오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달라지게 될 당시의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며, 이를 자신의 생각을 담아 새로운 '예술'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The Future is Now> 백남준의 특별 회고전 제목처럼, 첨단기술을 통해 과거에는 누릴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당연해져버린 것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제약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기술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화상면접, 화상채팅, 가상 펍 등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 백남준의 통찰력은 정말로 대단했던 것 같다.
백남준 전시의 키 포인트를 알고 싶다면, 테이트에서 제작한 이 영상도 시청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