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돌아온 것 같다. 지난 4월-5월간 정말 많이 바빠서 글을 쓸 여유 조차 없었는데 겨우 이제서야 숨 한번 돌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들어올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정말 읽고 싶고 관심가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단연 나의 취향을 고르자면 예술영역 600번대였다. 그러다 눈길이 가는 책 하나 <취미는 전시회 관람>이었다. 뮤지엄이라는 공간에서 소장품 관리자/전시 보조/전시 홍보 담당자로서 일했던 과거가 생각나면서, 일터가 학교로 바뀌어짐에 따라 전시회 보러가는 것은 취미생활로 바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 했던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구간은 작품 감상방법에 관련된 것이었다.
1. 그려보기
자신이 느끼는 것을 그려보거나 단어로 적어본다.
2. 궁금한 점 적어보기
순간적인 궁금증을 머리속에 나열하지 말고 기록해보자
3. '왜'라고 시작하는 질문하기, 스스로 답을 찾기
스스로 답을 찾아보자. 작가의 머리 속을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그 누구라도 작가의 의도를 100%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답과 가까운 답은 전시장에서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4. '왜냐하면'이라는 단서 붙이기
왜 이 작품이 끌리는지? 왜 이런 부분이 좋은지 자신의 미적 취향을 알아볼 수 있고 자신이 판단했던 것에 대해서 되돌아볼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 '만약에'로 물어보고 답하기
'만약에'라는 가정을 통해서 작품을 읽을 수 있는 범위를 폭넓게 확장 시켜준다.
Part 4. 전시를 읽으면 더 큰 이야기가 보인다.
전시준비는 작품을 모아서 벽에 거는 과정 만을 뜻하지 않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 연구 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미술관의 지향점에 부합하며 대중들에게 유의미한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는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연구 단계 말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전시작품을 선정한 뒤 작가들을 컨택한다. 작가가 전시 참여에 동의를 하면 그 다음은 미술관과 작가 사이에 길고 긴 논의가 이뤄진다. 전시에 높을 작품이 정말 이 작품이 맞는 것인지, 작품의 위치는 어디가 좋을지, 전시 제목은 어떤 것이 좋을지, 작품의 위치는 어디가 좋을지, 전시 제목은 어떤 것이 좋을지 등등의 이슈를 오랜 시간 작가와 논의한다. 그렇게 전시에 대한 세부 내용이 결정되면 미술관, 작가 팀 등 모든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해 작품이 설치되고 전시가 열린다. 이것이 전시 준비에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다.
현대미술은 작품이 설치된 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작가와 큐레이터는 전시를 열기 전에 작품을 담을 공간까지 연구한다. 그들은 작품 하나를 놓기 위해 설치될 공간의 의미, 특징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한다. 작품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일 장소와 작품의 관계, 그들이 만들 공간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작품이 공간의 모습을, 그 의미를 강화하거나 혹은 아예 색다르게 바꿔버린다. 사람들은 어떤 작품을 통해 그곳에서 에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작품 중 몇몇은 작품이 전시 공간에 설치된 뒤 관람객들이 그것에 반응하거나 행동할 때를 작품의 완성이라 여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전시장에도 명당이 있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조명을 가장 잘 받는 곳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시의 주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주요 작품'을 놓는 자리는 있다. 하지만 그 자리가 꼭 명당이거나 그 작품이 다른 작품들보다 더 좋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에도 강약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