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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준철 Jun 10. 2024

ESG트렌드와 공간기획_240610

'그림 속의' 노들섬, 그리고 늦여름 햇살 아래 '현실의' 광화문 


오늘 오후, 가족들과 오래간만에 광화문 광장을

찾았습니다. 샌드위치 연휴의 마무리를 

뭔가 의미있는 장소를 찾고 싶어서였죠. 

마침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 야외도서관'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인조잔디 위에 빈백과 함께 

이동 책장이 놓여있고, 광화문과 인왕산을 보며

독서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행사였습니다.


2024 서울 야외도서관 행사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 광장. 햇빛이 드는 곳의 빈백은 전부 사람들이 옮겨가 책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도 마침 좋은 경험일 듯 해

잠시 대기한 후 빈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종합청사 앞 행사장의 위치가 

우연인지는 몰라도 참 절묘하더군요. 늦은 오후의

강한 햇살을 우직한(?) 인상의 정부종합청사 건물이

가로막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전부를 가리지는 못해 일부 햇살이 들었지만,

그 자리의 빈백은 전부 그늘로 옮겨져 있더군요.

초여름이었지만, 그대로 맞기에 우리나라의 

직사광선은 그야말로 '재해' 수준이었습니다. 

세종로 주차장에서 나오는 길에 만났던 푸드트럭 

행사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있어 시원한 그늘이 드리운 광장에 면한

푸드트럭은 장사가 되는 반면, 땡볕에 배치된 곳은

뜨거운 음식을 보고 있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정부종합청사가 초여름 햇살을 막는 든든한(?) 가림벽이 되어주고 있었다.


뜬금없이 저의 주말 나들이 이야기를 했네요.

지난주 접하게 된 토머스 헤더윅의 노들섬 당선작 

디자인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 광화문 광장에서 

문득 다시 들었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다양성을

말하며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로 세계를 사로잡은

헤더윅이기에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초기 디자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당선작을 보며

저는 한 여름 서울의 날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아마 그늘 한 점 없는 한여름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넌 경험이 있는 분이나, 서울역 앞을 

가로지르는 '서울로 7017'을 이용해보신 분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아실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겨울의 '얼굴을 찢는 듯한' 북서풍이라면

어떨까요. 저 전망대 위에서 그 바람을 맞게 하며

헤더윅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공간의 

경험은 무엇이었을까요. 



헤더윅의 노들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SOUNDSCAPE' (출처 : 내손안에 서울 - 서울시)



오늘 정부청사 건물이 선사한 시원한 그늘과 

산들 바람은 잊을 수 없는 근사한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우연일지라도, 그리고 헤더윅 만큼 우아한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그 시간, 그 공간이 만든

환경은 많은 이들에게 초여름의 추억을 선물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 경험도 한여름이 되면 

한층 높아진 기온과 습도로 그늘마저 소용이 

없게 되면 겪을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유럽처럼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나 가능한

공간들을 겉모습만 따와 실내외를 무턱대고

열어놓은 리테일 공간을 최근 적지 않게 

마주치곤 합니다. 결국 한두달만 지나면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어놓는' 웃지못할 광경을

목격하게 되겠죠.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와 환경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건축가, 공간기획자들에게는 

필수적입니다. 얼마전 국가기상센터 공모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가 있었죠.


광화문 광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모 기업의 사옥이 일사 차단장치가 전혀 없는

투명한 유리 커튼월로 시공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하고, 당연한 섭리를 외면하는 공간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건축과 공간은

어쩌면 기분 좋았던 오늘의 그늘과 바람이

어디서 부터 왔는지를 생각하며 시작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날씨와 공간, 그리고 경험때문인지 

글이 모처럼 길어졌습니다 :)



1_노들섬 공모 당선자 헤더윅, '25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총감독 맡는다 


2_모든 교실에 놀이터와 햇빛이 가득한 유치원, West Coast Kindergarten 


3_에버랜드를 넘어 778만명이 찾은 힙플레이스, 순천만 국가정원 


4_청소년의 굳은 마음을 연 도서관, 세컨 찬스 라이브러리 


5_H&dM과 제임스 터렐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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