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공간은 지루합니까?

트렌드와 공간기획_250930

by 노준철

영혼있는 건축 비싸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최근 개막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화제입니다.

지난 26일에 개막해 11월 18일까지 열린 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 전시관 등에서

각종 포럼과 세계 유수 건축가들의 작품전시가

열리고 있죠. 저는 늘 그렇듯 일 핑계, 육아 핑계로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이번 비엔날레의 총 감독인 헤더윅이

개막포럼 기조강연에서 한 말이자 기사의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영혼이 들어간 인간적인 건물을 짓는게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입니다. (중략)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는데 영혼있는 건물을
왜 못만들겠습니까?


예전부터 그는 단조로운 현대건축이 스트레스를

주고, 이를 지루함으로 규정해 '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왔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비싸다는 것이 편견이라는 얘기는

단순한 초기 공사비보다 영혼있는 건축을 디자인하면

몇십년 안가 철거되는 건축이 아닌, 오래가는 건물로

오히려 탄소배출도 저감할 수 있다는 논리이죠.


heatherwick-studio-little-island-parks-gardens-archello.1622116867.8289.jpg 헤더윅이 디자인한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그가 말하는 '영혼있는 건축'은 지속가능한가.

헤더윅의 건축은 '비쌉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뉴욕의 명소, 리틀 아일랜드는

1억 3천만 달러, 한화로 약 1,73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초고가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평당으로

환산해본다면 약 5,900만원 정도로 일반 오피스

빌딩의 4~5배에 해당하는 비용입니다.

물론, 그가 얘기한 것처럼 아름다운 형태의 이 공원이

오래도록 철거되지 않고 시민에게 사랑받는 다면

언젠가 이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생각을 이미 오래전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가들 역시도 말한 바 있으며,

발달한 기술 덕에 헤더윅의 조형적인 디자인들이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4~5배 저렴한 건축물이 모두

그가 말하는 단조롭고 지루한 것일까요?


지루한 공간을 정의한다는 말의 '태도'

예전에 흑백요리사에서 '평가절하'라는 닉네임을

달고 나온 요리사가 대담하게 스테이크 한덩이로

심사를 받았다가 탈락하는 아픔을 겪은 일이 있죠.

안성재 심사위원의 여러 말이 '밈'이되어 화제가 됐지만

헤더윅의 기사를 보며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음식은 무궁무진해요, 좀 더 생각을 여세요"


그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곡선과 비정형이

그가 말하는 '지루함'을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주는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은 비정형이나

곡선, 직선을 회피하는 방법이 아니고서도 너무나

많습니다. 어쩌면 공간 자체는 단순명료하더라도

창과 개구부를 통해 경관을 들이는 것이 그가 말하는

모티브인 자연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숯으로만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말고도 버터를 쓰고, 때로는 인덕션을 쓰더라도

맛이라는 행복감을 주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출장차 뉴욕에서 베슬, 리틀 아일랜드

등을 가 봤지만, 무엇보다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공간은 폐공장을 담백하게 리뉴얼한 디아 비컨

전시공간이었던 것럼 말이죠.


화면 캡처 2025-09-29 235924.jpg 뉴욕 근교에 위치한 전시공간, 디아 비컨


걱정이 그저 기우가 되기를, 그래서 가치 있는

공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이번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개막포럼 기사에서

오히려 눈에 띄었던 두번째 강연자 김정임 건축가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공간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는 부분이 있어 관련된 기사 꼭지를 소개합니다.

헤더윅의 갤러리아 백화점 공간이 엔지니어링 적으로

어떻게 풀릴지, 코엑스 리뉴얼 안이 다른 헤더윅의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면서 잘 구축될 수 있을지

시간을 두고 관찰하려 합니다. DDP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들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고 할 만큼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높으니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노들섬 프로젝트 처럼

천문학적 공사비가 예상되는 공공 프로젝트가

어떻게 구현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모든 것이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네 공간이 그가 말하는 '인간적인'

건축의 표본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곧 추석 연휴입니다.

연휴 전 다시 글을 올릴 틈이 없을 듯해

명절인사를 함께 드립니다.

찾아와주시는 여러 분들께 이번 한가위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_20년동안 방치된 제주의 폐건물이 문화공간으로, 하우스 오브 레퓨즈


2_스포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필라델피아의 발전소


3_스노헤타가 100년 된 심포니 홀을 증축하는 방법


4_오래된 상품창고가 예술 전시공간으로, 스위스 바젤란드 쿤스트하우스


5_서펜타인 파빌리온 건축가 리나 고트메, 우즈벡의 역사적 거주지를 박물관으로 바꾸다




#하우스오브레퓨즈 #서로아키텍츠김정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25 #필라델피아볼러스 #발전소리모델링 #스노헤타세인트루이스심포니홀증축 #바젤란드쿤스트하우스 #리나고트메우즈벡 #공간기획 #트렌드와공간기획 #노준철건축사 #리테일공간트렌드 #리테일트렌드 #공간기획강의 #트렌드강의 #리테일강연 #리테일기획 #상업공간 #핫플레이스 #건국대학교부동산대학원 #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ESG공간트렌드 #지속가능공간 #친환경공간트렌드 #친환경건축 #ESG강연 #ESG공간기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