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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Aug 30. 2021

그래도 결국은 백반이 최고!

시원한 아욱 된장국, 제육볶음이면 밥 한 공기도 금세 뚝딱~

'집밥'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칼칼한 찌개에 고슬고슬 갓 지은 쌀밥, 그리고 슴슴한 나물과 고기반찬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물론 백반을 선호한다. 오코노미야끼, 과카몰리, 빠에야 등등 제 아무리 다양한 일탈을 시도한들 결국은 된장찌개 한 입 떠먹었을 때 자동 발사되는 그 "캬~ 쥑인다"라는 찐 감탄사를 이길 음식은 없는 것 같다.


이 날도 예외는 없었다. 아침은 토스트, 점심은 분식을 먹고 나니 분명 그때는 잘 먹었다 싶었는데 돌아서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저녁밥은 제대로 된 백반으로 차렸다. 비로소 이제 좀 집밥 다운 집밥을 먹은 느낌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바,

"역시 한식이 짱이군"



늘 그러하듯 아침메뉴는 밥이 잘 등장하지 않는 우리 집. 이번에는 토스트다. 그것도 에그드랍 스타일로. 버터로 구운 바삭바삭한 빵에 보들보들한 계란 듬뿍, 햄과 특제 소스가 들어간 에그드랍 토스트가 왜 이렇게도 땡기는지. 하지만 4인 가족이기에 사 먹는 것보다 만들어 먹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내 노동력을 투입하는 수밖에.


요거트나 연유가 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야매요리, 그것도 재료 상태는 확인도 안 하고 아무 대책 없이 단지 "먹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하게 급 메뉴를 정한 탓에 머리를 쥐어짜 본다. 동시에 요리법도 폭풍 검색한다. 그러다 알게 된 마요네즈를 활용하는 방법! 다행히 파프리카 훈제 가루는 있어서 제법 그럴싸한 맛의 소스를 완성했다. 아, 시작이 좋다.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는 빵굽기와 소스 만들기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에는 스프가 자꾸 생각난다. 감자도 한 박스 넉넉하게 있겠다 잠시 고민 끝에 감자스프 만들기에도 돌입한다. 토스트로만 끝났으면 그래도 여유로운 아침이었을 텐데. 사서 고생하는 편을 택한다. 물론 돌아서서 후회했지만. 오늘도 역시 '먹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른 덕분이다. 양파를 달달 볶다가 무가당 두유를 넣고 믹서기에 갈아주고 치킨스톡, 소금, 후추를 넣고 열심히 저어 주다 보니 감자스프도 완성.

고소한 매력, 감자스프


에그드랍 토스트 흉내를 제대로 내려면 종이박스에 넣어야 비주얼이 확 살았을 텐데. 아쉽지만 그냥 종이호일에 싸서 모양을 잡는다. 에그드랍 특유의 느낌을 살리려면 역시나 바싹 익히지 않은 스크램블 에그가 관건이다. 보들보들한 식감을 위해서는 중약불에 완전 익히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살살 저어 주어야 딱 이런 상태가 가능하다. 소스도 넉넉하게 발라주고 햄과 치즈까지 더해주니 사 먹는 것 못지않다. 이런 소소한 성취감(?) 이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나 할까.



점심은 애매하게 남은 찬밥과 어묵탕 처리가 관건이다. 아무리 봐도 4인이 먹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또 밥을 하자니 또 찬밥이 생길 것 같다. 냉장고 서랍을 뒤져보니 비상용 떡볶이가 있다. 그렇다면 분식 스타일로 가기로 결정. 메뉴는 3개이지만, 요리 난이도는 하이다. 어묵탕은 데우기만 하면 되고, 떡볶이도 첨부되어있는 소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김치볶음밥만 그나마 요리다운 요리인데 이 마저도 요리 과정이 너무 쉽다는 게 함정.

점심메뉴는 분식 느낌 살려서!


순대는 없냐고 아이들이 툴툴거릴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별말 안 한다. 휴 다행이다. 떡볶이는 어른 입맛에는 순한 매운맛인데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아이들에게는 아직 매운가 보다. 짜식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단다. 물에 헹궈서 먹기로 타협점을 찾고, 어묵탕과 김치볶음밥 그리고 떡볶이를 종횡무진한다. 빨리 커서 더 매운 떡볶이도 같이 먹는 날이 오길!




슬슬 배가 고파질 타이밍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입맛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정확히 말하자면 첫째는 뭐든 잘 먹고, 둘째는 그렇다고 편식은 아니지만 좋고 싫음이 확실하다) 두 녀석의 취향을 반영하다 보면 메뉴 통일이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메뉴 교통정리가 이리도 복잡하고도 어려운 일이던가!


첫째는 수수부꾸미, 둘째는 감자전으로 먹기로 했다. 수수부꾸미는 예전에 광장시장에서 몇 개 사 와서 소중하게 냉동실에 쟁여둔게 있어서 해동 후 잘 굽기만 하면 끝. 둘째는 삶은 감자도, 감자 스프도 싫다고 거부하지만 또 감자전은 기가 막히게 잘 먹는다. 이 놈의 까다로운 취향. 어쩔 땐 정말이지 머리가 아프다. 어쨌거나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다.



잘 챙겨 먹었는데도 뭔가 헛헛한 기분은 왜일까? 따끈한 국과 반찬이 먹고 싶다고 몸이 먼저 반응한 건가 보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 제대로 된 한식 밥상을 차린 적이 없는 것 같다. 한 그릇 요리로 뚝딱 끝내거나, 외식을 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때울 때가 더 많았다. 그래, 오늘만큼은 정성을 다해 밥 다운 밥을 차리겠노라 다짐한다.


요새 시금치 값이 장난이 아니다. 비교적 아욱은 훨씬 저렴하다. 비록 손질하는 귀찮은 과정이 있지만, 그래도 시원한 아욱국을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동기부여가 된다. 디포리와 다시마 육수를 내고, 아욱을 다듬고, 보리새우도 잔뜩 꺼내 놓는다. 이 구수한 맛은 그냥 나는 게 아니다. 번거로운 과정과 정성이 들어간 만큼 깊이 있는 맛이 난다는 점. 그래서 한식은 손 맛이고 정성인가 보다.


자고로 밥상에는 고기도 하나 있어야 하는 법! 양파, 파, 마늘, 부추도 넉넉히 곁들여 제육볶음도 서둘러 준비한다. 맛을 업그레이드시켜줄 상추쌈과 쌈장도 필수. 친정에서 주신 밑반찬도 꺼내 놓으니, 아! 이제 진짜 집밥 다운 집밥 완성이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비주얼이다.

제대로 된 집밥의 완성은, 역시나 백반


국부터 반찬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촌스럽게도 "역시 이 맛이야!"를 내내 외친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던가, 매일 접하는 흔한 백반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아무리 새로운 음식을 해 먹거나 외식들 한들 결국 돌고 돌아 <집밥, 그러니까 백반이 최고>라는 이 평범하지만 불변의 법칙을 다시금 깨닫는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도 편한 한식. 그리고 특별한 것 없어도 자꾸만 손이 가는 밑반찬들 덕분에 행복한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한식은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 노력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맛도 영양도 참 만족스럽다. 다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선구이로 백반을 준비해봐야겠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이 기분! 백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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