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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Jan 26. 2024

커피만이 위로였던 육아와 다시 시작된 정신과 약 복용


스물여덟, 1월 첫째가 태어났다. 그리고 스물아홉 1월 둘째가 태어났다. 계획했던 자녀계획이었고 나와 남편은 쌍둥이가 아니면 연년생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다. 그게 나의 실수였을까, 남편이 3교대근무였고 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는 연년생 육아를 감당했다. 평소에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힘든 과정은 지나가고 둘째가 백일이 될 때쯤, 집에 일이 생겼다.


 여기서도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나는 둘째가 3개월부터 9개월까지 제정신을 잃고 미쳐갔다. 일주일 내내 밥을 먹지도 못했고 커피만 마셨다. 그랬더니 체중이 5kg가 넘게 빠져서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가벼운 체중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해도 안 빠지던 체중이 정신이 미쳐가고 그래서 먹지 못하니까 일주일 만에 빠진 것이다.






 그 시절은 나에게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도 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원망한다.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 버거웠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우울증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공황장애가 재발했다. 응급실에 실려 갔고 병원 문을 두드렸다. 괜찮았는데, 일상으로 겨우 돌아와서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결혼을 했는데 나는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다시 병원 문턱을 넘었다. 주변에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 감내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에 복직을 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조금씩 숨을 쉬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사람들 속에서 걷는 것도 괜찮아졌다.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공황이 와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렇게 2년을 다시 약을 먹었다.


 어느 정도 집에 일이 해결되고 나서야 약도 용량을 줄이고 점차 약 먹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괜찮아졌다.지인들도 친구들도 만나지 않아서 종종 한적한 카페에 가서 유리창 너머로 걷고 웃고 우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서. 그리고 미술관에 가서 다시 그림을 보고 시건이 가는 작품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작품을 마음에 담았다.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어떤 날은 두 잔, 어떤 날은 다섯잔을 넘게 마셨다. 카페에 가는 것도 힘든 날은 집에서 드립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기도 했다. 유일한 위로는 커피였다.





 2018년이 되어서야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4년. 지금도 커피를 마신다.

나의 지금 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 괜찮아질 겁니다. 아주 긴 터널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걷고 뛰고 쉬고 다시 걷다 보면 언젠가는 끝에 도달해 다른 길이 펼쳐질 겁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부디 터널 속의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랍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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