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뉴욕 정착기 E01. 보금자리를 구하다
어느덧 뉴욕에 도착한지도 일주일차다.
그간 임시 거처에서 묵으면서 2년간 MBA 생활을 함께 할 집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사생활 30년, 자취생활 15년차에 접어드는 나에게도 뉴욕에서 집 구하는 미션은 꽤 생소하고도 빡센 미션이었다. 뉴욕 렌트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기도 하고, 멀리 타국에서 사는 집인 만큼 막 고르고 싶지 않아서 꼼꼼하게 보다보니 약 3-40 군데를 보고 나서야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비록 6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intense 한 경험이었고, 다음에 또 이사를 하게 된다면 참고할 수 있도록 이번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우리나라에서 이사를 할 때는 부동산을 통해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개별 집 주인을 찾아 계약하기가 번거롭기도 하고, 부동산 중개비가 비싼 편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뉴욕은 달랐다. 중개비가 대체로 한 달 렌트비 정도인데, 렌트비가 300만원을 넘어가니 중개비를 더하면 사실상 월세가 300불씩 올라가는 셈이라 꽤 금액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은 시스템이라 뉴욕에서의 첫 집은 중개인 없이 직접 구해보기로 했다.
아래와 같은 방법들로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1) 온라인 플랫폼 이용: StreetEasy
2) 지도에서 검색해 문의: 웹사이트 or 전화
3) 발품팔아 광고보고 문의: 웹사이트 or 전화
4) 부동산 업자를 통하되 'No fee' 매물만 보기
먼저 미국으로 오기 전 StreetEasy 라는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미리 저장해두고, 메일을 통해 집 보는 약속을 미리 잡아두었다. (물론 StreetEasy 말고도 Zumper 나 다른 사이트들도 많다. 다만 Leasing Office 에서도 StreetEasy 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 같았다) 만약 미국에 이미 와있는 상황이라면 전화로 약속을 잡는 게 훨씬 빠르니 그쪽을 더 추천한다.
하지만 모든 매물이 StreetEasy 에 실시간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때로는 구글 맵에서 'Apartments' 를 찾아 각 아파트만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Availability'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이 방법으로 StreetEasy 에서 찾지 못했던 매물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만약 웹사이트가 없거나 Availability 메뉴가 따로 없다면, 전화를 통해 직접 문의할 수 있다. 원하는 방 개수와 Maximum budget, 그리고 이사를 원하는 시기를 말하고 가능한 방이 있을지 문의해보면 직접 발품을 팔기 전에 미리 가능 여부를 알고, 집 보는 약속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지도에서 검색으로도 안 나오는 아파트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그냥 그 지역에 가서 발품을 팔다보면, 렌트 가능한 건물 앞에 광고판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 광고판에 나온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미리 가능한 매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광고판이 없더라도 사람 사는 건물 같으면 일단 들어가서 프론트에 'Leasing Office'가 어디인지 문의하면 알려줄 것이다. (다만 Apartment 가 아닌 Condo 의 경우에는 Leasing Office 가 따로 없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서만 계약이 가능할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위주로만 찾았다)
위의 방법들로도 원하는 매물을 못 찾았다면?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StreetEasy를 통할 수도 있고 '헤이코리안' 사이트에서 한인 중개업자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no fee' 매물만 보여달라고 말하는 방법이 있는데, No fee 매물이란 입주하는 우리 쪽에서는 중개비를 주지 않고, 건물측에서만 중개인에게 소개비를 주는 방식이다. 이런 매물들은 우리가 중개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개업자를 통해서 소개받아도 되겠다.
집을 보는 시간은 대체로 각 방을 보고 건물 어매니티를 보는데 약 15-20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다음 약속 장소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아주 가깝다면 30분 간격, 대체로는 1시간 간격으로 약속을 잡으면 될 것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집이 아침 10시~저녁 6시까지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만 집을 보고 계약을 미리 하고 오시는 분들도 보곤 하는데, 그보다는 임시로 2주 정도 거처를 잡아두고 직접 보고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도 온라인으로만 봤을 때는 1순위였던 집이, 실제로 보고 나서 아예 고려도 안 해볼 집이 되었기 때문이다.
집 구할 때 렌트에서 당장은 안 보이는 각종 비용들이 있는데 이 경우들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Net Rent 라는 개념이다. 정말 많은 아파트들이 12개월~14개월 정도 계약을 하면 1달이나 2달 월세를 면제해주는 프로모션을 사용한다. 좋은 것 같지만 사실상 눈속임이기도 하다. 렌트가 2900이라고 해서 와 정말 싸다~ 하고 갔더니 2달 할인된 렌트가 반영된 것이다. 원래 렌트는 3400이었는데 말이다. 이 경우 첫 해는 매달 2900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좋을지 모르겠지만 둘째 해는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3400씩 원래대로 월세를 내야 한다. Furnished 매물이 많지 않은 뉴욕에서 이 많은 가구들을 갖고 매년 이사를 다니기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니 Net Rent 만 생각하지 말고 사는 기간동안의 총 월세로 나눠 계산해 똑똑하게 다른 매물들과 비교하자.
둘째는 Rent Controlled 와 Stabilized 의 차이이다. 뉴욕에서는 대체로 한 해가 지나면 살던 아파트의 렌트를 올린다고 한다. 원래는 내 버짓에 맞았는데 내년에 갑자기 렌트가 크게 뛰어버리면 울며 겨자먹기로 살거나 귀찮게 이사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 각 빌딩이 Rent Controlled 이거나 Stabilized 인지 알아보는 게 좋다. Rent Controlled 인 경우에는 시에서 아예 렌트를 컨트롤 하기 때문에, 렌트를 올리더라도 3% 이상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교적 안정적인 셈이다. Rent Stabilized 인 경우는 법에서 정한 비율 이상으로 올릴 수는 없지만 그 비율 내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한다.
셋째는 Rent 외에 드는 비용이다. 크게는 Utility, Amenity Fee 를 들겠다. 유틸리티란 수도 전기 가스 인터넷비 등을 말한다. 우리가 돌아본 대부분의 아파트는 Heat, Water, Gas 는 렌트에 포함되어있었고 전기와 인터넷, 케이블은 따로 계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Utility 가 렌트에 포함되어있는지 물어보자. 어메니티란 빌딩에 포함된 Fitness Center 나 Pool, 라운지 등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인데 빌딩에 Gym이 있다고 좋아했더니 사용 Fee가 너무 비싸서 사실 상 렌트를 200불씩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차가 있거나 애완동물이 있으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신청서를 쓸 때 Application Fee, 시장에서 이 매물을 내리는데 쓰이는 Security Deposit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Leasing Office 가 있는 아파트들의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넣으면 신청자의 Credit History 나 Income 등을 확인하고 계약이 완료되는데, 외국인의 경우 Credit History 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꼭 미리 물어보자. 아파트마다 정책은 다르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이를 해결한다.
1) 6개월 or 1년치 월세 선납
2) Increased Deposit (보증금 많이 내기): 보증금을 많이 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한 달치 렌트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는데 보증금을 일반 경우보다 더 많이 내는 방식이다.
3) US guarantor (보증인): 미국에서 월세보다 훨씬 많은 (약 80배) 수입을 벌고 있는 보증인을 세우는 방법이다. 우리는 보증인이 없기 때문에 이 경우는 패스했다.
4) Guarantor or Insurance Company (보증 회사): 위와 같이 보증인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보증을 서주는 회사들과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비용은 대체로 한 달 렌트 수준이니 이렇게 가게 되면 중개비 내는 거나 마찬가지로 렌트가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아 패스했는데, 어떤 아파트는 반드시 이런 서비스를 통해야 계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5) 기타: 그 외에 아파트에 따라 매우 드물게 I-20와 같은 비자 서류나 계좌에 충분한 잔고가 있다는 증명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와 같은 방법 중 선호하지 않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외국인이라고 아예 계약이 안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니 그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실제 계약을 마치고 덧붙이자면.. 실제 첫 달 렌트를 지불하는데, Billing address 가 미국인 신용카드로만, 혹은 직접 은행 계좌 입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계좌를 만들긴 했지만 카드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계좌 이체를 하자니 그것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오빠의 형 카드를 빌려 먼저 결제했다. 물론 입주까지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직접 해결할수도 있었겠지만..
여튼 복잡한 상황을 피하려면 오자마자 Bank of America 에서 빌링 주소가 미국인 계좌부터 만드는 걸 추천한다. (빌링 주소는 일단 미국 내 임시 주소를 넣어도 나중에 새 집 주소로 변경 가능하다)
1. 집을 구하기 전 필수요소와 그 외 우선순위를 정리해서 보기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같이 살 집을 고를 때는 각자의 우선순위. 특히 포기할 수 없는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내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는 집들을 보면서 더 제대로 알게 될 수도 있다. 우리의 필수 요소는 1. 주변환경/치안 2. 교통 3. 가격 4. 너무 오래되지 않은 집 5. 어메니티 있는 건물이었고, 나의 우선순위는 '침대와 책상을 따로 둘 구조와 공간이 있을 것', 오빠의 우선순위는 '막히지 않은 뷰' 였기 때문에 아무리 넓더라도 필수요소나 각자의 우선순위를 만족하지 못하는 집은 쉽게 제외할 수 있었다.
2. 집 마다 영상을 찍자. 그리고 정보를 기록해두자. 나중에 너무 쉽게 까먹는다.
여러 집들을 보다보면 집 마다의 구조나 넓이, 마감이 어땠는지가 쉽게 헷갈려서 영상을 찍어두는 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
3. 집 어떤 거 같냐고 물어보면 긍정적으로 답한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었다!
Leasing Office 에서 방을 보여주고나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데, 눈 앞에서 안 좋은 점을 말하기가 그래서 마음에 든다 파이널리스트 중 하나다 이런식으로 얘기했더니 다음 날 사이트에서 가격이 올라있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말해서 올라갔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 그래도 시장 수요에 따라 매일 가격을 조정한다고 하니 참고하는 게 좋겠다. 또한 어떤 집에서는 이게 약간 우리 버짓에 오바되는게 걸린다고 하니 실제로 당일에 렌트를 좀 낮춰서 조정해준 경우도 있었다. 다음에는 걸리는 점을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같다.
4. 렌트가 너무 비싸다면
우선 우리는 워낙 성수기인 여름에 집을 구하려다보니 수요가 더 많은 시기라 집값이 더 올라있었다. 비수기에 집을 구할수록 렌트가 저렴한 편이라고 하니 참고하자. 혹은 룸메이트를 구해서 같이 사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그건 선호하지 않아서 제외했다. 그 외에는 맨해탄 외곽 지역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저지시티와 브루클린, 퀸즈, 롱 아일랜드 등 다양한 옵션이 있는데 우리는 그 중 임시거처가 저지시티에 있는 바람에 저지시티 쪽으로도 집을 꽤 알아봤다. 가성비가 괜찮은 집들이 많았는데, 각 지역에 대한 의견은 아래에 따로 덧붙인다.
뉴욕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보니 신축 아파트를 찾기에는 헬스키친과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지역이 가장 좋았다. 특히 헬스키친 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여럿 모여있었다. 다만 스튜디오로 해야 가격대가 겨우 맞는 정도였기 때문에 집 넓이를 포기하고도 신축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이 두 지역을 추천한다.
뷰가 우리만큼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라면 코리아타운 주변이나 미드타운 쪽, 신축이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라면 머레이힐 쪽도 종종 아파트들이 있었다. 다만 머레이힐은 가격이 비싸고 가격대를 맞추면 오래된 아파트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학교와의 교통이 중요하다고 느껴 센트럴파크 위쪽으로는 알아보지 않았다)
맨해튼 밖에도 좋은 옵션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뉴저지쪽만 확인했다. (임시 숙소가 여기 있어서..)
사실 저지시티도 마지막까지 Final 에 있었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New Port 역 바로 근처에 묵었는데, 여기에도 괜찮은 신축 아파트들이 많다. 주변 환경도 한적한 주거지 느낌으로 사실 시티 내보다 훨씬 안정감이 느껴진다. (약간 분당같은 느낌이다) 맨해튼에 좁은 스튜디오 구할 가격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쾌적한 원 베드룸에 살 수 있다. (참고로 인종 비율이 신기할정도로 인도/흑인/아시아 계열이 모여사는 느낌이긴 하다. 그렇다고 위험한 느낌은 전혀 아님)
하지만 엄청난 고심 끝에 뉴욕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경우에는 갈아타야 할 경우가 많다는 점이 못내 걸려서 결국 맨하탄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치만 지금 이 영상을 보면서도 아깝기도 하다는거) 하지만 우리처럼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 곳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라면 Path가 24시간 운영하고 잘 되어있는 편이라 교통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추천할만한 주거지라고 생각한다.
이제 집 구하기에 대한 블로그까지 정리 끝!
혹시나 더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이 글에 계속 덧붙여야겠다.
여하간 일주일간 열심히 '구해줘 홈즈' 찍은 기분이다. 발품도 정말 열심히 팔았기에 이제는 최종 결정에 만족하고 살아갈 보금자리를 꾸며나갈 차례다. 한국에서도 항상 짐 없이 풀옵션만 다녔는데 가구를 처음부터 다시 사야하다니... ㅋㅋㅋㅋ 여튼 신나게 보금자리를 준비해보기로 한다.
Welcome to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