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하는 둘리 포스터를 보고
어릴 적 추억 한편에 둘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둘리 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내 기억 속 둘리는, 눈물 찔끔 나는 휴먼 드라마가 아닌 배꼽 빠지는 코미디였다. 그런 주제에 둘리 포스터를 보자마자 느닷없이 울고 싶어 지다니. 전부, 포스터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엄마 하룻밤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1시간 만요.
아니 10분만요.
1억 년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뒤에야 만난 엄마. 1억 년이 얼마나 아득한 시간인지, 나는 짐작은커녕 계산도 겨우 할 뿐이다. 365일에 24시간을 곱하고, 다시 60분, 그리고 또 1억을 곱한 뒤에야 닿게 되는 시간. 그중 고작 10분이란 있으나 마나 한 찰나일 진데, 그럼에도 그런 둘리의 마음이 무언지 알 것 같아서 가슴이 아려왔다면 너무 나이 든 중년의 모습인 걸까. 하지만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그건 이제 막 부모된 자로서, 사랑을 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사랑이란 수학적 계산과 과학적 이론을 멀찍이 벗어난다는 것. 사랑의 세계에서 우린, 영원 같은 시간이 찰나가 되고 찰나가 다시 또 영원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빈번히 경험한다는 것, 그게 내가 사랑에 대해 깨달은 전부다.
고작 10분을 애원하는 둘리에게서, 나의 어린 아들의 모습이 잠시 겹쳤다. 아마도 나는 실재하지 않을 어떤 순간을 순식간에 상상해 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이별의 순간을. 그건 겪어보지 못해도 알 수 있는 종류의 뚜렷한 슬픔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어쩌면, 대체로 행복하다 문득 두려워지고, 어김없이 슬퍼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둘리를 보고 슬퍼졌던 것처럼.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도처에 널려있는 슬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