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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May 28. 2023

이 땅의 삶

모처럼 휴일을 맞이했다. 비가 내리는 연휴 3일은 해야 할 일이 그리 마땅하지 않다. 시집을 3권 펴냈고 생활 산문집을 한 권 내었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소설이다. 올해 들어 계속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때마다 소설은 내게 많은 안락과 위로를 주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생업의 일과로부터 벗어나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닐까.


기독교성서에서 얘기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내게는 책 읽는 나라로 받아들여진다. “낙타가 바늘 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쉽다.(마가복음 10:25)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의 부자들은 외형적으로 물질이 풍요한 자들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의 부자는 세상의 황금 물질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자들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직장에, 사업에, 쾌락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라는 형이상학은 개입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의 부자들은 문학에도 알량한 시선으로 마주한다. 세상의 가치기준이 오로지 맘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에서 보는 관점에선 가장 빈곤하고 허름한 지들이다. 이들이야말로 하나님이 주는 평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이 주는 평안은 세상이 주는 평안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더불어 강냉이 죽을 나누어먹을지라도 그런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한 자들이요, 온유한 자들이며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며 진정한 부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평화를 느낀다.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없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인 다른 삶을 체험하면서 세상과 인간의 삶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는 이 시간, 나는 분명 천국에 있다. 내가 살아가고 당신이 살아가는 이 땅의 삶이 천국으로서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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