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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y 12. 2024

나는 나의 스물여섯 살을 가장 존중한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이하영 작가의 책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를 모두 읽었다. 이하영 작가가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 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로 들은 지혜로운 말들, 그리고 포항공대를 자퇴하고 재수를 하던 시절, 고시원에서의 생활, 그리고 의사가 되고 10억의 빚을 지고 개원의로 새롭게 출발할 때의 모습 등 인생의 각 장면에서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전해준다.


무엇인가를 노력해서 얻어본 사람은 이하영 작가의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무의식에 각인된 생각이 현실반영된다. 생각해 보면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화학이 좋아서 약대나 제약회사 관련 일을 하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살았다. 그리고 화학공학과를 진학했고 졸업 전에 제약회사에 입사해서 다녔다. 그리고 2년 후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월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니 11월 12월 공부해서 뭐가 되겠는가? 그런데도 그때는 될 거라 생각하고 도전했다. 이미 8월부터 주말에는 노량진에 있는 화공과 임용고시 준비학원을 다녔다. 그 해 화공과 임용티오는 전국 3명이었고 경기도는 없고 광주에서 있었다. 결혼 전이었지만 남자친구가 광주사람이라 부담 없이 지원하고 시험을 봤다.


시험을 보고 나니 떨어질 것이 예상되었다.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기차역 안 서점에서 산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었다. '공은 던져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때 난 교대 편입을 한 동기의 소식을 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다시 공부할 것을 결심했다. 초등교사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선생님,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오던 어느 날, '나도 선생님이 되면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줘야지.' 생각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렇게 나는 초등교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내 마음 안에 가득 담긴 것이 무엇인가?


이하영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나의 스물여섯을 떠올렸다. 나는 나의 스물여섯 살을 존중한다. 2003년 10월 사표를 쓰고 어린 시절 꿈을 좇아 한걸음을 내디뎠던 나를 존중한다. 내 나이 스물여섯의 막연한 도전으로 교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내 안에 흐르는 생각들이 어떤 삶으로 나를 안내할지 기대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다행일 수는 있겠지만 인생 전체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 여기에서 충실하게 즐겁게 살기 위한 일을 한다. 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그렇기에 직장인의 삶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삶으로 살기로 했다. 작년까지 직장인으로서 교사였다면 이제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의 책임은 나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그저 그런 교사로 남고 싶지 않다. 한 번을 만나도 잘 만나고 싶다. 내가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내가 너희들을 아끼며 가르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먼지만큼이라고 느끼게 해 주고 싶다. 그리고 가정이 어려워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학생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내가 이렇게 자란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즐겁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다. 지금은 글 쓰고 책 읽고 운동하는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좋다. 그 한 시간 한 시간에 충실하게 즐겁게 살고자 한다. 굳이 내 옆에 두려움을 친구로 두지 않으려고 한다. 송은주 작가의 [다시 일어서는 교실]을 읽으며 교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교직을 한탄하며 내 삶을 살기엔 삶이 짧다.


나는 더없이 내가 원하는 모습의 좋은 교사로 살아갈 것이고 언제든 학교를 떠나야 한다면 기꺼이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학급 안에서 벌어진 힘든 일로 병가, 병휴직을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변한 현실 속에서 옛날의 교직사회를 생각하는 망상에 젖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갑상선암에 걸린 것처럼 그런 일은 교통사고처럼 오는 것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성공도 당연한 것이 된다. 여태까지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던 학부모도, 나에게 반감을 갖는 학부모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


이하영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더욱 소중하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지금의 내 삶은 스물여섯 살의 나의 꿈이었다. 초등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그때의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이 둘을 키우며 행복하게 사는 것, 그 꿈을 나는 이룬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더욱 즐겁게,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 여든 살의 내가 현재 나의 꿈이 되어 나타날 것이니. 여든 살의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즐겁게, 충실하게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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