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파서
바닥까지 가봐야 그 끝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를 하면서 왜 이리 내가 힘든지
왜 이리 흔들리며 가는지
끝까지 가보면 알 것 같다.
지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두려움,
목구멍을 조여 오는 답답함을
잘 버티고 끝까지 가봐야 안다.
그러면 그때는 말할 수 있겠지.
어떤 느낌이었다고.
그때 그런 감정이 이것이었다고
좀 더 명료하게 말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가봐야지.
아직은 과정 중에 있다.
#2
2년 전 교직 인생 처음으로 학기 중에
긴 병가를 냈고 암 진단을 받았다.
모두 그 해에 벌어진 일이다.
학급 일로 병가를 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암을 더 키워서 병가를 들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 일어날 일처럼 일어났다.
덕분에 암을 빨리 발견하고 수술도 잘 끝났다.
모든 것들이 예견되었던 일인 양 그렇게 일어났다.
올해도 정기검진을 가서 교수님께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료를 받기 전엔 생각이 참 많았다.
혹시나 작년의 마음고생이 또 다른
암세포를 가져오진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 순간도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대로 잘 유지하세요."
괜찮다는 이야기는 참 큰 힘이 된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절로 감사합니다가 흘러나온다.
#3
말할 수 없는 말들을 가슴속에 묻고 지냈다.
여전히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과정을 잘 견뎌낸 나와
아픔의 끝에서 얻어낸 깨달음,
나의 직감을 믿어라.
살다 보면 온몸으로 말할 때가 있다.
너무 좋지 않은 느낌.
몸도 마음도 모두 불편하고 불안한 느낌,
그건 촉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치로 얻어낸
경험과 앎의 축적, 촉이다.
그래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나처럼 직감이 온 선생님께 해 주고 싶은 말,
"선생님은 소중합니다.
선생님의 직감을 믿으세요."
비행기에서 비상상황에서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는 부모 먼저 착용하고
어린아이들을 돕는 게 원칙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프고 병들었다면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교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했으면 좋겠다.
아프고 쓰러지고 죽을 때까지
자신을 방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