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 같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이 벌어졌을 때 더 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나의 젊은 날과 비교해 더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일어날 일이었네' 하고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한다.
『연금술사』에서 '마크툽'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마크툽'이라고 말하며 여유를 갖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어떤 일이든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안달복달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좀 그랬다. 안달복달했다. 무엇이든 좀 더 빨리, 좀 더 열심히, 좀 더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내가 진심을 다해도 몰라주는 사람도 있고, 내가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해도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나서야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났다기보다는 그 순간 나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맞물려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문제가 더 꼬인다. 원인이 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조금 천천히 그 매듭들이 느슨해지도록 시간을 두는 편을 택했을 때 오히려 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요즘은 그럴 때 나에게 말한다.
‘마크툽!’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서울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윤혜진 님이랑 이효리 님이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보며 참 많은 공감을 했다.
“내려놓음이 없었으면 내가 지금 하는 것들을 아무것도 못 했어. 발레리나 윤혜진은 옛날의 나였고 멋있었고 끝.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제일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게 쉽지 않잖아. 근데 최선을 다하면서도 즐겁게 하잖아, 너는.”
“즐겁게 하지. 즐겁게 안 하면 못하지.”
“그러니까 그게 정말 대단한 거야. 네 멘탈이.”
“지금은 오히려 너무 감사해. 어떤 상황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그냥 아무것도 이런 거 시도조차 못하고 그냥 애만 키우지 않았을까? 편안하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너 나랑 그거 똑같이 생각한다. 거기서 또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
-티빙 유튜브, [서울체크인] 중에서, 윤혜진과 이효리의 대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일들 사이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것이다. 윤혜진 님의 "즐겁게 하지. 즐겁게 안 하면 못하지." 하는 말이 내 마음과 같아서 무척 공감했다. 내가 생계를 위해 하기 시작한 일일지라도 그것이 즐거워야 기꺼이 하게 된다. 무슨 일을 하든 즐겁게 기꺼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서 "즐겁게 하지"에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 선택에 의한 것이니 진심으로 하고자 한다. 애쓰되 그 애씀이 안달복달이 아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애씀이길 바란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내가 좋아서, 그 일로 혜택을 볼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꺼이, 즐겁게 한다. 혹여 그 과정에서 애씀으로 부침이 생기면, 무엇을 욕심부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몸보다 마음의 부침이 힘들고 그것이 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엇이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지 살펴본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마음을 내려놓고 나의 직감을 믿고 즐겁게 일하는 중이다. 되어지는 대로 되어질 수 있도록 부침 없이 자연스럽게 나의 진심이 닿길 바라며 학생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마크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