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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샤인 Sep 18. 2021

결혼 12년 차, 손편지가 그리운 이유

그땐 그랬지

『매년 아내의 생일에 특별한 향수 선물을 해 주는 남편, 하지만 아내는 이번에는 가정 경제 사정을 고려해 선물 대신 ‘손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함께한 세월 25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간곡히 요청했다.


“여보... 그냥 향수 선물하면 안 될까요?”』


이 내용은 얼마 전 읽었던 영문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 8월 호에 실린 한 아내의 사연이다. 나는 아내의 서운한 마음도, 남편의 간절한 마음도 모두 이해되는 결혼 12년 차로서 웃프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으로 어색한 일이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씁쓸함이 또 남는 건, 나 또한 남편으로부터 손 편지를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나와 연인으로서의 처음을 편지로 시작했던 그인데 말이다.


때는 2007년. 소개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나에게 사귀자고 고백했다. 하지만 좀 더 알아간 후에 사귀고 싶었던 나는 바로 거절을 했다.


몇 번의 데이트 후 남편의 성실함과 한결같음이 눈에 들어왔고, 청계천 거리를 걷던 어느 저녁, 내가 그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연분홍빛 고운 '편지'였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동글동글 홀마크 베어!



'언제쯤 개봉될 수 있을까?’


봉투 겉면 이 글씨를 보자마자 입에 번지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원래는 그가 사귀자고 처음 고백하던 날 편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거절로 인해 그 첫 편지는 빛을 보지 못했다. 대신 언젠가는 볼 거라 생각하고 이 편지를 써놨고, 나와 데이트할 때면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한다.


게다가 함께 문구점을 지나다 내가 홀마크 베어 카드를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골랐다는 말에 한층 더 내 마음에 온기가 감돌았다. 이 귀여운 손 편지로 인해 마음이 꽉 채워졌고 그가 더욱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와 나의 인연의 첫출발은 손 편지였던 것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 위기를 극복한 것도 그가 쓴 장문의 손 편지글이었다.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현실에 부딪히며 서로 미움이 가득 찬 때가 있었다. 그때는 또 내가 먼저 그에게 손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사실 우리 남편은 빈말을 잘 못하는, 무뚝뚝한 편의 OOO사나이다. 그런 그였지만 신기하게도 손 편지 속 그는 세상 최고의 로맨티시스트였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이 다름에 화가 가득 찼을 때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 그가 준 편지들을 읽어보곤 했다. 남편의 다정한 말들로 다시금 온기를 채우고 나면 놀랍게도 화가 가라앉곤 했다.


아마도 손 편지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다정하게 다가올 것이다.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음과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대체 불가한 강력한 매개체이다. 선물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가 나는 글은 어디에서도 살 수가 없다. 단 한 줄이라도 그 마음을 담아 표현하면 그 자체로 이미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 있는 선물이다.


이렇게 손 편지는 내게 사랑이다.

그런 손 편지가 그립다. 그 이유는 아쉽게도, 현재 우리 부부는 어느 순간부터는 손 편지, 카드조차 더 이상 주고받지 않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고 처음과 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좀 더 크고 우리 부부 둘 다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다시 한번 손 편지를 주고받는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위에 사연을 보낸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 남편의 손 편지 받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먼저 써보면 어떨까? 남편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담은 한 줄이라도 말이다.


 편지 쓰기 좋은 가을이다.  편지가 주는 강력한 힘을 믿는다. 또한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며 온기를 느낄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사랑이다.  그렇기에 더욱   편지가 그리운 가을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그땐 그랬지 01.

*위 글 2만 넘게 읽어주셨어요. 제목이 한몫 한 듯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그땐 그랬지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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