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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샤인 Feb 27. 2022

부모님의 육아지원 중단이 내게 준 것, 완전한 OO

워킹맘 스토리

때는 아이 4살, 2019년 겨울

아빠의 암 선고.

온 가족이 충격에 휩싸였다.


워낙 예후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암이었기에 초기 발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항암치료까지 하셨어야 했다. 그런데....


아이 하원은 당장 어쩌지?


아빠의 암 선고에 무너져 내리는 마음과 함께 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내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맞벌이 워킹맘으로서 당시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12~1월의 겨울은 직장 업무로 인해 친정 부모님 하원 찬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든 일은 원래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하던가. 2020년 1월은 집 인테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것도 셀프 인테리어. 남편과 나름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공정 사이사이 터져 나왔다. 점심시간마다 인테리어 상황을 체크하러 다니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강행했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져갔다.


(엄마, 나 좀 도와줘...)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또 참았다. 이제 우리 아이가 좀 크니 수월해져서 취미생활도 하고 여유를 찾으시려던 그때, 아빠의 병간호와 함께 엄마의 삶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부모님의 빈자리가 컸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친정 부모님의 육아지원은 중단되었다.


직장 어린이집이었기에 내가 주로 하원을 할 수 있었지만, 겨울에 야근이 많았기에, 퇴근 시간 때마다 늘 남편과 동동거리며 각자 회사의 상황을 봐야 했다. 야근을 하지 못한 날은 주말에 출근해서 업무를 채웠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던 건, 남편이 퇴근하고 하원하는 날은 우리 아이가 가장 늦게까지 혼자 있는 날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못 견딜 것만 같은 나날은 가벼운 모래알이 바람에 흩날리듯 지나갔고,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날아갔다고 생각한 모래알들이 어느덧 모이고 쌓여 단단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 청소, 육아지원 뒤에 숨어서 늘 기대고 의존적이었던 그 마음 대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단단해진 마음이 들어찼다고 해야 할까?


나의 진정한 '독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 다 해 내야 해!'

아이를 중심으로 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루를 보내며 이렇게 나를 다그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비로소 내가 보였다.


어느 순간 나는 그저 흘러가는 일상에 몸을 맡기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내가 중심이 되어 선택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때론 도전적으로도 말이다.


블로그도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썼다. 전자책 공저에도 참여했다. 새벽 기상과 원서 읽기 모임을 직접 만들기도 했고, 아이패드 드로잉에도 도전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며, 워킹맘으로 이렇게도 살 수 있다고?


이제야 진정으로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결국... 부모님의 육아지원 중단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다른 이름이지 않았을까?


부모님의 육아지원 중단이 내게 준 것, 완전한 '독립'이었다.



+지금은 2022년, 그로부터 3년이 지났어요. 친정아버지는 발병 1년 후 한 번의 재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2021년 여름 이후 현재까지 회복세에 있으십니다. 정기 검진 때마다 늘 조마조마한 마음은 계속이지만 앞으로도 지금만큼 웃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 세상 모든 부모를 존경합니다. 부모님 건강 검진 매년  챙겨 드리세요. 그리고 제가 아는 모든 지인들의 건강을 빕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나’ 를 찾고 단단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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