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순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메모장에 적은 문장들
글이 마음에 들어
자주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말로 해도 전해지지 않는 게 있듯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있다
그래서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나에게 <레이디 버드>는
주인공 '크리스틴'의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비교해보는 즐거움 그 이상으로
관계에 대한 깊고 아름다운 마음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고등학생 소녀인 '크리스틴'은
극 중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의 혼란하고 미숙했던 어린 시절처럼
못된 말들과 오해의 연속이다
감독은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의 진실된 마음을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 구도와 장치들을 사용한다
때때로 직접적인 것보다 간접적일 때
솔직함을 쥐어 쥘 용기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점이 바로
바보 같은 인간들의 사랑스러운 점이라는 걸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와 자주 다투는 '크리스틴'은
많은 말들을 쏘아붙이지만
서로를 쳐다보지 않거나 공간이 단절되었을 때
비로소 진심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때때로 급작스럽게 마주치는 순수한 진심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부치지 못한 편지 속에 여러 마음들을 적어본다
'크리스틴'은 매사가 자기중심적이고 서툴다
그럼에도 그녀가 대견하고
이 영화가 눈부신 건
지나고 나서도 돌이켜 감사할 줄 알고
부재중 메시지에도 사랑을 담아 이야기할 줄 아는
자세가 아름답기 때문 아닐까
영화는 모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잠들어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살다 보니 행동은 감추면 그만이고
말은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영화의 시작에서 사랑을 느꼈듯
눈 감고 있을지언정 나를 바라봐주는 존재가
어디에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며
나는 이 영화를 마음에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