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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는 비밀일기장 1

[일기에 진심인 편입니다-개정판] 4장 1부

"소설 1984 윈스턴이 일기를 쓰는 순간" Abstract Ver. by ChatGPT4 Image Generator
만일 당이 과거의 이런저런 사건에 대해 손을 쓰면, ‘그 일은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그것이야말로 고문이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 그리고 만일 다른 모든 사람이 당이 밀어붙이는 그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기록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 거짓말을 역사의 일부가 되고 진실이 된다. 

조지오웰, <1984>


세상에 실제로 이런 권력집단이 존재한 적이 있을까. 궁금해서 마침 구독하고 있던 ChatGPT4에게 물어봤다. 그러니 소설 속 '오세아니아' 당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사례가 몇 가지 있다고 알려준다.


    *소비에트 연방: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정치적 숙청의 일환으로, 사진이나 문서에서 '불편한 인물'들을 삭제하는 등 역사를 조작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또한, 교과서와 공식 기록에서도 이런 인물들의 업적이나 존재가 지워지곤 했습니다.

 *나치 독일: 나치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지 않는 책들을 대규모로 소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화와 역사에 대한 통제를 시도했습니다. 이는 국민의 사고와 역사 인식을 조작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문화 대혁명: 중국의 문화 대혁명 기간(1966-1976) 동안, 과거의 문화, 전통, 역사적 기록 등이 파괴되거나 금지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사회주의 문화를 창조하고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한: 북한은 엄격한 정보 통제와 역사 조작을 통해 정권에 대한 충성과 통일된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식 역사에서는 정권에 불리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종종 배제되거나 다르게 해석됩니다.

<ChatGPT4 24년 4월 11일>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역사, 기억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실을 담은 역사책이 우리 곁에 당연한 듯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모른다. 심지어 누군가가 그것을 파괴하고 왜곡해도 모를 수 도 있다. 진실한 역사를 기록하고 간직하며 다시 읽을 때만 눈치챌 수 있다. 진실을 마음과 기록에 담아 놓지 않으면 파괴되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일기의 가치도 그러하다. 일단 쓰고 다시 읽어봐야 그 가치가 더 와닿는다. 


진실을 기록하다

일기를 쓰려는 것이 바로 그가 지금 하려는 일이었다. 그것이 불법은 아니었지만(법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이 일이 들키게 될 경우 사형이나, 최소 강제 노동 수용소 25년 형이라는 처벌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했다.

조지오웰, <1984>


소설 속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가 일기를 쓰려고 마음먹는 대목이다. 개인적인 일기 쓰기가 왜 사형이나 감옥 갈 일이 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당이 거짓기록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진실된 기록이 축적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그러니 죽이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이 디스토피아적 세계 속에서 일기는 그리 사소한 행위가 아니다. 


"소설 1984 윈스턴이 일기를 쓰는 순간" Realistic Ver. by ChatGPT4 Image Generator


무서운 점은 오세아니아 당이 기록의 힘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러 법이란 것 자체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법'이란 개념을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운다음 마음껏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의 거짓은 '기록'하여 공표하고 시민들의 진실은 기록하지 못하도록 막는 불법을 저지른다. 일기 쓰기를 금지한 것이다. 


결국 점점 기록의 쓸모는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당은 기록을 독점하게 된다. 


이 나라에서 일기를 쓰려는 결심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윈스턴은 펜을 든다. 결국 진실에 다가가고 당에 대항하게 되지만 이 이야기는 윈스턴의 패배와 굴복으로 끝난다. 물론 그 마저도 독자들을 경고하기 위한 작가의 외침이었을 테다. 


미디어 속 오세아니아 당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디어에서 오세아니아 당의 일면을 만날 때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짜뉴스, 편파뉴스다. 요즘에는 뜸한 듯 하지만 예전에는 문자메시지로 황당한 뉴스들이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긴급]이란 제목을 달고 오는 내용들인데 내용이 꽤 충격적이다. 읽다 보면 '이래서 뉴스기사로 낼 수 없었구나'라며 수긍하게 된다. 즉, 교차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진실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긴급]이란 단어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편파뉴스는 더 흔하다. 세상에는 매 순간 수많은 '사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일부만 취하여 내가 원하는 맥락 속에 쏙 넣으면 편파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튜브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영상기록의 힘이 더없이 강력한 시대다. 영상 일부를 떼어내서 짜깁기 편집을 한 뒤 손쉽게 퍼뜨릴 수 있다 보니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힐 때도 왕왕 있다. 편파뉴스에 휘둘린 댓글창은 악명 높은 '마녀사냥'의 광기에 휩쓸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챗봇 Sora 가 만들어내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 속에서 길거리를 걷는 사람이 너무나도 진짜 같아 보였지만 모두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딥페이크 기술과 결합하면 더욱 그럴듯한 가짜뉴스도 만들 수 있겠구나 싶다. 


*딥페이크 기술 : 딥페이크는 'Deep Learning'(딥러닝)과 'Fake'(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법을 활용하여 사람의 얼굴, 목소리, 행동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모방하거나 조작하는 기술이다. (ChatGPT4 24.4.11.) 

*인공지능 챗봇 소라 : 오픈 AI에서 개발한 딥페이크 기술 기반 챗봇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Gemini 24.4.11.) 


여태까지는 녹취록과 CCTV의 영상기록은 꽤 견고한 객관적 증거였다. 조작의 여지가 있지만 이를 분간해 내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미래에는 어떨까. 이런 미래에는 대체 무엇이 우리의 과거의 객관적인 증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것, 자신이 직접 기록한 것만 믿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인공지능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날로그 기록이 다시금 왕좌를 되찾거나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록을 조합하는 어떤 새로운 기록방법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2부에서는 진실을 기록해야 할 몇 가지 상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각 상황에서 비밀일기를 쓰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아본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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