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넘어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전하자
언제부터인지 마음에 꽂히는 카피를 들어본 지 오래되었다.
유명한 카피라이터들 조차 최근엔 기억에 남을 만한 카피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매일 브랜딩을 부르짖으면서도 정말 쓸만한 브랜딩은 더 보기 힘들어졌다.
왜일까.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매체와 더욱 가까워지면서 다른 브랜드를 카피하기가 더 쉬워져서 그럴까? 새삼 타브랜드와 다른 브랜딩을 추진해도, 자고 일어나면 다른 브랜드가 카피를 베껴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더 빨리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고, 베껴지기 전에 관심을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 기획은 사치였던 것 같다. 약간의 당돌함과 기발함이 있다면 당장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퍼부었다. 그 과정에서 카피가 근거가 있든 없든 관계없었다. 아니면 그만이고 사과문을 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최근 사업가 정신 그 자체라는 유튜브가 뜨고 나서는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기획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극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속도와 더불어 기획력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과 카드 뉴스 같은 것을 만들면서 곧 사라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뉘어 갔다.
이런 시대에서 마케팅을 하려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시간만 있으면 따라잡을 그런 카피 말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스케일 말고 뭐가 있을까. (사실 돈으로 스케일만 다르게 해도 따라잡기 어렵지만...) 이 시점에서 나와야 할 건 진짜 우리 브랜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처음엔 작은 이야기로 시작하겠지만 세월이 갈수록 비전이 무엇인지 대내외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애플이 설사 감성이 무른 제품을 내놓는대도 잡스가 심어놓은 감성이 10년은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 어떤 때 보다 마케팅하기가 힘이 들고 허무해지는 시대를 맞았다. 하다못해 돈으로 뿌리는 마케팅도 만나보기가 어렵다. 가끔 나눠주는 전단지와 휴지를 만날 때면 역시 사라지지 않는 마케팅의 클래식인가 싶기도 하다. 아마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는 마케팅은 경기침체와 주머니를 잘 열게 되지 않게 된 소비자들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맛집은 항상 장사가 잘돼서 앓는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로 돌아가 보자. 갈비탕집이라면 갈비탕이 맛있어야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갈비탕이 맛있고 나서 가족메뉴를 위한 돈가스를 만들어야지, 갈비탕도 맛없는데 스파게티 만들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예전에 이 이야기를 한 IT회사 사장님께 하였을 때에 웃기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뭔 같지도 않은 오래된 갈비탕집 마케팅 이야기냐고. 하지만 정작 그 회사가 주력 메뉴인 갈비탕을 맛없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곳이 기울어져감은 당연했다.
매체가 다양해져 가고 소비자의 행동체계가 복잡해 짐에 따라 한동안은 마케팅 법칙도 4P에서 AIDMA으로 변화해가더니 요즘엔 대세를 잡는 마케팅 이론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소비자 자체가 복잡한 존재인 것 같다.
아! 그로스 해킹이 있었다. 요즘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라는 키워드가 그나마 대세인 것 같다. 마케팅 매체를 직접 관리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데이터 드리븐도 해보는 것이다. (성과도 없는데 보고서를 써야 하는 그 고통이란…)
마케팅은 매우 본질적인 것이다. 최신 용어는 몰라도 그 안에 진짜배기는 마케터라면 모두 알 것이다. 그러니 베낀 이야기 말고 당신이 소비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줘라. 당장 이번 달 매출 말고, 허위광고 말고 진짜 이야기를 하자. 당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당신이 어디에 시간을 쏟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에도 정성을 들이고 공을 들이자. 정성 들인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시선을 오래 두는 법이다.
마케팅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마케팅이 전문 지식과 기술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쉽사리 베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자. 다시 시작하자.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