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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글 Oct 27. 2023

요즘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사실 나는 뭐가 되고도 싶다.


1.


얼마 전 나는 친구에게


쓰는 게 좋고, 좋아서 잘하고 싶고, 그러려면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책 한 권을 꼭 내야겠다고 말했다.


“결과물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결과물을 생각해야 뭐든 진척이 되는 것 아니겠냐. 그런데 좋아서 스트레스 풀면서 술술 하던 일을 잘하려고 생각하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스트레스받으면서 너무 힘들게 하고 있더라. 좋아서 하는 것 맞나? 단순히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세상에 내 보고 싶다. 멋있으니까, 뭐가 되고 싶어서 나를 포장하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는 건 나무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하지만 결론은 좋고, 재밌으니까 하는 과정인 거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써보려고 해.”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깨달았다. 사실 나는 뭐가 되고도 싶다는 것을.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기왕이면 멋진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도 인정한다. 성취와 인정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2.


“글을 쓸수록 점점 어렵게 생각되는 것 중 한 가지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 할 때야.”


필요할 경우 동의를 구하는 편이지만 그것조차 실례일 것 같은 상황도 있지 않은가. 때로는 본의 아니게 아픔을 들쑤시게 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상황에 맞는 꼭 필요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그건 아마 기쁨, 성공, 웃음, 행복 같은 단어들 뿐만 아닌 슬픔, 분노, 불안, 수치심, 아픔 처럼 무거운 감정들에서 떠오르는 경험으로부터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종종 여러 가지 글을 읽고 쓰며 좋은 건 좋아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마음에서 일부 덜어내며 홀가분해지기도 하고 비슷한 상황에 머물러 있는 타인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는, 필요에 의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이야기들을 그들 자신이든, 다른 누군가든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자신의 이야기도 힘든데, 작가들이 타인의 이야기를 기록할 때 얼마나 섬세한 마음으로 써 내려갈지를 가늠해 보았다. 나로서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참 좋은 고민인 것 같네. “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말했다.


“실상에서는 그냥 쓰는 경우가 많을 걸? 다 그냥 쓸걸?”


나는 말했다.


“멋지게 좋게 잘 써야 할 텐데. 도저히 이걸 못하겠다. 싶을 땐 나는 소설을 쓰겠다고 할 수도 있어. 이것은 허구입니다.라고 사실을 포장해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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