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식하고 있는 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꽤 오래 전 시간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현생활에 제법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문득 시간이 흘러 안주했던 지금 순간의 나를 후회하는 날이 오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독서 모임 멤버 중 한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아시니까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살면서 아이를 키웠던 10년이 가장 행복했던 거예요. 어떤 분들은 산후 우울증 오고 그랬다는데 전혀 없었고, 2-3년 전쯤부터 내가 이렇게 많이 행복해도 되나? 생각 들었던 그때가 안주였던 것 같아요. 어느 날 돌아보니까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예요. 그걸 몰랐던 거예요. 안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으면 나중에 크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계획을 했으면 덜했을 텐데. 그동안은 아이를 키우는 게 보람이었는데 갑자기 허둥지둥했어요.”
따뜻한 시선을 건네며 또렷하게 말씀하시던 그분은 이미 내가 보기에 너무나 빛이 나는 분이었다. 의식하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더 나아지게 될 거란 믿음이 차오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던 밤이었다.
기대한 것과 또 다른 방향으로 견고해지던 순간. 멈춰있다고 느낄 때마다 이 말이 떠올라서 나는 계속 다시 안도하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안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걷거나 뛰거나 책을 읽거나 이야기하고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고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거나 하는 식으로. 쌀쌀한 11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다정한 시선과 따뜻한 말들로 모닥불을 피우던 날의 감사한 기록을 떠올리고 나는 계속 불안을 초기화하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 20191102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찌어찌 꾸준히 글을 쓰고 새로운 운동도 시작하고 끊임없이 무언갈 시도하며 지내오고 있는 나를 보면, 그분의 말씀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지내고 진심을 꾹 담아 전해준 지혜이고 진실이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