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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글 Nov 15. 2023

도파민으로 샤워하는 기분

먹고, 자고, 스피닝


달리기를 좋아한다. 한동안 집 근처 경기장 주변을 뛰다가 발목에 무리가 와 멈췄었는데, 이제는 스피닝을 하는 시간 동안 맘껏 달릴 수 있어 행복하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스피닝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무리가 없다. 페달을 밟고 똑바로 서서 위로 통통 점프하듯 뛰어야 무리가 없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무릎이나 발목에 부상이 생길 수 있어 초심자는 무리하게 페달링 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요령을 몰라 여기저기 부딪쳐 아프고 무릎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지만, 이제는 부상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요령이 붙었다. 몇 달간 핸들과 안장 위치 조절조차 못하던 내가 이제는 익숙하게 맞추고 시작한다.




“너무 재밌는데 몸이 안 따라줘요.”

“괜찮아요. 일단 꾸준히 하면 돼요. 잘하고 있어요.”

몇 달 동안 매 수업 끝마다 선생님께 아쉬운 말을 하던 나인데, 꾸준히 재밌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달리면서 자연스레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23년 새해를 맞으며 생각만 하고 안 하던 것 중 여러 가지를 시작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주 2~3회 이상 운동하기였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주어진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주 잘한 일이었다.



1년 만에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 문항지에 ‘숨이 차는 격렬한 운동을 주 몇 회 실시하였습니까? 질문에 기분 좋게 2회로 체크했다. 인바디에 잠깐 뜬 요약사항을 재빨리 찍었다. 체지방과 근육량이 정상 범주로 돌아왔다. 마음에 드는 결과였다. 스피닝은 건강한 에너지를 얻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아주 재미있는 운동이다. 어느 때보다 건강한 지금, 이제는 몸무게에 연연하지 않는데 주 2회씩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니 못 입던 옷들도 편하게 잘 맞을 만큼 눈바디가 줄었다.






“언제 시간 돼?”

“음 일단 가급적 화, 목은 피했으면 좋겠는데.”

“하루쯤 빼지!”


회식날을 정하거나 약속을 정할 때 가급적 주 2회 하는 운동을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단순히 재미있는 운동임을 넘어서 육체적, 정신적 지지대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최대한 빠지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나에겐 먹고, 자는 것과 비슷한 선상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되도록 빠짐없이 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에는 깨끗이 포기하고(굳이 포기한다는 표현도 웃기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그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날도 있다.


내가 고정적으로 운동하는 날은 일주일에 두 번, 약 40~50분 정도다. 시간이 없어 운동할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 퇴근 후 집으로 가서 내가 뭘 했나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낭비한 시간이 훨씬 많다. 오히려 운동을 함으로써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에너지가 많아졌으므로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벌었다.


열심히 달리고 땀 뻘뻘 흘리고 나면 지속력 좋은 건강한 도파민이 흠뻑 쏟아지며 건강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항상 기대하며 가지만 매번 그 기대에 모자람이 없는 정도랄까.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피곤에 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몸져눕지만 않는다면,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더욱 간다. 그렇게 움직이는 시간이 나를 무조건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끌어 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똑같은 옷만 입지만 매일 빨래한다는 점을 왠지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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