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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글 Oct 04. 2023

피 땀 눈물의 성장

완벽하게 개운하게 파이팅!


1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온몸에 흘러내린 땀이 에어컨 바람으로 차게 식을 때 흠뻑 젖은 마스크가 입 주위에 불필요한 부분 가습을 해주는 찝찝함을 참으면서도 좋다고 달려왔었던 나다. 그런데 개운함의 방해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더더욱 스피닝 하는 날만 기다렸고, 완벽하게 개운한 나날 속에 어느덧 반 년 넘게 운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 오늘은 거울보고 한 번 타 볼까요? 스스로 어떻게 하는지도 볼 겸?“


맙소사. 지난 시간까지 대부분 어두운색의 운동복을 입다가 하필 갑자기 새하얀 상의를 입고 온 날이다. 스피닝을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났어도 계속 응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거늘..


움직이는 건 무리 없지만 안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지 못한 상태로는 앞에 나서서 할 자신이 없어 항상 뒷자리에서 운동해왔었는데 시선을 피할 수 없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평소에는 왼쪽 대각선 끝에서 마주 보고 달리던 선생님께서 정면의 거울 맨 앞에 스피닝 자전거를 옮겨두고 뒤를 돌아앉으셨다.





음악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며 움직이는 나를 보는데 예상보다 열정적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내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이렇게 보니까 어때요? 자신감 있게 하니까 본인들이 봐도 잘하죠? 누가 가르쳤는지 참.. 뿌듯합니다.“





처음 스피닝을 하러 왔던 날, 페달만 밟다 내려왔는데도 다리가 풀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던 때가 생각났다. 나는 대체 언제쯤 앞에 계신 분들처럼 춤도 춰볼 수 있을까 막연한 생각을 하며 한 발 한 발 페달만 굴렸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땀을 흠뻑 쏟은 뒤 뿜어져 나온 좋은 호르몬의 영향인 건지 나는 이 순간에 감동해 조금 울컥한 마음이 들었고


”잘했어요! 너어무 뿌듯해.“


문 앞에서 선생님의 진심 어린 격려를 마주하고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팡 터져 버렸다.


”저 진짜 많이 늘었네요. 처음 왔을 때 바닥에 주저앉고 그랬었는데. 악 미쳤나 봐요.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밝은 옷을 입고 와서 제대로 보였네요. 쌤 정말 감사합니다.“



”스스로 너무 대견해서 눈물이 나?ㅋㅋㅋㅋㅋ“

같이 운동하는 J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창피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격하게 감격스러웠으니까. 이로써 진정한 피 땀 눈물의 성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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