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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글 Sep 09. 2023

스피닝의 고통과 기쁨

무리한 운동으로 피를 보고 말았다


"이렇게 아픈데 페달이 밟아질까요?"

"어. 밟아는 지더라."


근육통이 조금도 가시지 않은 채로 이틀 만에 스피닝 2회차 시간을 맞았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핸들에서 손을 놓아볼라치면 여전히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휘청 지난 시간에 멍든 무릎을 또 부딪쳐 아파하며, 신기하게도 J 언니의 말처럼 페달은 밟아져서 더욱 열심히 달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끝나고 주저앉지 않고, 멀쩡히 두 발로 꼿꼿이 서서 착지까지 성공한 나는 고작 그것에 자신감이 붙어서,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내친김에 바로 옆에 입구가 나란히 붙어 있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스피닝만 알아보러 갔었는데, 수영이나 헬스를 비롯해 없는 종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종합 스포츠 센터인 것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한동안 소홀했던 운동에 대한 열의를 제대로 다져보고자 헬스장 회원권까지 동시에 끊어 두었었다. 초반부터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보류 중인 상황이었다.


먼저 스트레칭실로 들어가 폼롤러 위로 하반신을 얹어 사방으로 꼼꼼하게 밀고 당겨주며 마사지하고 적당히 스트레칭을 해준 뒤 곧장 집으로 가야 마땅했으나 어리석게도 온 김에 몇 가지 운동 기구 사용법을 익혀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트레이너의 설명에 따라 팔, 복근, 다리 운동기구까지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춰 몇 세트를 깔짝깔짝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고 나자, 순식간에 충격적으로 강도 높은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첫 회차 때 겪었던 통증은 엄청났지만 살면서 몇 번쯤 무리하고 겪어본 적 있는 강도였다. 그런데 두 번째 통증은 새로운 고통의 영역이었다. 허벅다리 주변을 얇은 쇠로 휘감은 것처럼 경직되었고, 묵직한 통증이었다. 하반신에 위치한 모든 틈새가 꽉 막혀서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근 일주일 가까이 계단은 고사하고 고른 땅도 절뚝거리며 다녔고, 차에서 내릴 땐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처럼 양손으로 다리 한 짝씩을 차례로 들고 내려야만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서운 강도의 통증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며칠 동안 선명한 혈뇨를 보았다는 것이다. 한두 번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증상이 이틀째 이어지자 이상 신호를 감지한 무던한 나는 그제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전형적인 <횡문근융해증> 이었다.


근육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증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무리한 운동 후 근육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괴사하며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특정 성분으로 인해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급성 신부전의 원인이 되어 심각한 경우 사망을 초래하기까지 한다는, 당장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라는 둥 하나같이 무서운 조언들이 난무했다. 그 와중에 드문드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증상으로 그칠 수 있으며, 스트레칭과 꾸준한 이온 음료 섭취로 해소될 수도 있다는 몇몇 전문가들의 소견도 보였다. 나는 심각한 상태까지는 아닐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온 음료를 물처럼 마시고, 매일 정성껏 폼롤러로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러자 다행히 3일 만에 소변 색이 돌아왔고, 다리는 서서히 풀어져 통증도 희미해져 갔다. 초반부터 무리한 운동은 매우 위험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던 공포의 일주일이었다.


나의 경우 이외에도, 운동이 생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격하게 움직였다가 결국 병원에 가고 극기야 입원을 하는 상황까지 목격한 바 있다.




3회차부터는 까불지 않고 안전하게 정속 주행을 시작했다. 운동 후에는 꾸준히 폼롤러 마사지도 해주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점진적으로 감을 익혀갔다. 처음엔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주저앉던 나인데, 정속으로 천천히 지속해서 달리는 것만은 할 수 있게 되었다.


4회차 즈음엔 슬슬 스피드를 올렸고, 완전한 개운함을 느꼈다. 흘러내린 땀으로 이마가 싸악 식을 때 뇌 깊숙한 곳까지 씻기는 듯한 개운함과 함께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다 함께 하나둘 기합을 외치며 달리는 마지막 곡에서는 공간이 기분 좋은 활기로 가득 찼다. 다리는 날로 가벼워지고 텐션은 점점 치솟는다.


2주 만에 처음으로 스피닝의 맛을 알게 되었다. 미치도록 힘든데 미치도록 재미있다. 온몸의 혈관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이 기분. 땀으로 얼룩진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다면 개운함은 배가 되려나. 올해 건강 검진 결과가 내심 기대되기 시작했다.


평소 1주일간, 숨이 많이 차게 만드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며칠 하십니까? 문항에 기분 좋게 주당 2일 이라고 체크해 볼 수도 있겠다.


확실히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똑같이 힘들어도 회복력이 상승한 것 같달까. 무리하게 하지만 않는다면 꾸준한 운동은 정말 너무나도 좋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운동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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