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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나는 나를 키웠다

by Eunhye Grace Lee

타지에서의 삶은 언제나 영화처럼 시작되진 않는다.

환한 햇살, 낯선 거리, 새로운 언어…

겉으로 보기엔 그저 ‘도전’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혼란, 두려움, 고독이라는 이름의 감정들이 함께 따라온다.

나의 외국 생활도 그랬다.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처음 마주한 건 내가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는 사실이었다.


말이 안 통하니 말수가 줄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자주 탓했고, ‘나는 왜 이것조차 제대로 못할까’ 하고 자책했다.

그럴 때면 혼자 조용한 방 안에서 눈물이 고이던 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내게 준 건 단지 눈물과 외로움만이 아니었다.

그 순간순간이 나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외국에서 일하고, 살아가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걸까?"

그 질문들에 정답은 없었지만, 그 물음에 답하려 애쓰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서는 법을 배워갔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이 길 위에서 내가 내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씩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외국에서 살며 내가 배운 건, 언어보다 태도였고, 정보보다 관계였으며, 스펙보다 인내였다.

나를 키운 건,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견디고, 다시 일어서며 쌓아올린 시간들이었다.

어떤 날은 외롭고, 어떤 날은 두려웠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자양분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돌아보면, 외국에서의 삶은 ‘성공적인 커리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여정이었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작은 친절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실수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유연함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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