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의 핵심은 감정의 효율이 아니라 감정의 건강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마음은 괜찮으세요?”
그 물음은 때로는 위로였고, 때로는 경계였습니다. “이 일이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은근한 의심이 그 속에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웃으며 대답하곤 했습니다. “저는 잘 버티는 편이에요.”, “적응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제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그냥 익숙해진 걸까?
사회복지사의 일은 감정 위에 서 있습니다. 돌봄, 공감, 위로, 지지. 우리는 이 감정들을 매일 꺼내 쓰며 일합니다. 그러나 감정은 자원이면서 동시에 소모품이기도 합니다. 정서적 에너지는 쉽게 닳고, 마음은 서서히 침전됩니다. 그래서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이전에 마음의 회복력입니다.
어느 철학자는 “일은 세계 속에 의미를 세우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감정의 토대를 잃는 순간, 그 의미는 쉽게 무너집니다. 웃고 있지만 속은 무표정해지고, 공감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마비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 후로 저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보다 ‘돌보는’ 법을 먼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가?”
이 작은 물음이 마음을 가꾸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마음은 자원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생명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대상이지요. 그래서 저는 매일 제 감정의 온도를 확인합니다. 때로는 쉬어가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넵니다. “오늘 참 고생했어.”, “네가 해낸 일이 분명히 있었어.” 그런 말들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일상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도 ‘일’입니다. 그것은 나만을 위한 이기심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한 예의이며, 내가 맡은 일을 오래 지탱하기 위한 책임입니다. 지친 마음은 결국 타인에게도 전해지고, 건강한 마음은 오래도록 관계를 따뜻하게 합니다.
그러니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감정노동의 핵심은 효율적인 관리가 아니라, 건강한 유지입니다.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진심이 마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기초입니다.
오늘도 저는 제 마음을 살핍니다. 소진되지는 않았는지, 억눌려 있지는 않은지, 침묵 속에서 아프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조용히 다짐합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 곧 나의 일이기도 하다.”
언제나 당신의 걸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