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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쉼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의 조건이다

잘 쉬지 못하면 잘 일할 수도 없다. 회복이 있어야 지속이 있다

by Eunhye Grace Lee

나는 한동안 ‘쉬는 것’이 미안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쉬는 날이면 죄책감이 밀려왔고, 잠시 여유를 누리는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끝내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쉼보다 앞섰습니다. 그래서 쉼은 언제나 미뤄졌고, 결국 몸과 마음이 다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쉼이 없는 삶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음의 여백이 사라지면, 우리는 작은 말에도 예민해지고, 이해하려던 태도는 지친 반응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익숙한 일조차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자신을 계속 소진시키고 있었다는 것을요.


한 철학자는 인간의 책임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 길을 걸어갈 힘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쉼’입니다. 쉼이 없는 열심은 결국 관계를 병들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은 지속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단 한 번의 감동이 아니라, 오래도록 곁에 있어주는 일이지요. 그러니 그 지속성을 지탱하는 힘은 반드시 쉼에서 나와야 합니다. 잘 쉬는 사람만이 오래 일할 수 있고, 깊이 회복한 사람만이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쉼을 다르게 이해하려 합니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준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가꾸는 시간입니다. 감정의 먼지를 털고, 긴장을 풀고,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다시 나다워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제발, 쉬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잘 쉬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길을 오래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테니까요.


오늘도 당신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부디, 숨 고르는 하루를 스스로에게 선물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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