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제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

2-1. 무국적 아이의 엄마

by Eunhye Grace Lee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 오래된 시청 건물 안. 나는 사회복지과의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긴급 통역 요청을 받았다.

“외국인 여성이 출산했는데, 아기에게 국적이 없습니다.”
짧은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 한 문장만으로도, 나는 복잡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국적이 없다는 것. 그것은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었다. 일본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입국했고, 일본인 남성과 교제했었지만, 남성은 입적(혼인신고)을 하지 않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남성은 연락을 끊었고, 그녀는 아무런 체류 자격 없이 혼자 아기를 낳았다. 병원비는 밀렸고, 출생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아기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나는 그녀와 마주 앉았다. 작은 몸집에 초췌한 얼굴, 그리고 두 팔에 꼭 안겨 있는 신생아. 그녀는 서툰 일본어로 말했다.
"이 아이... 일본사람 아기예요."
그러나 일본법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혈통주의 국가다. 부모 중 한 명이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만 아이는 일본 국적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가 출생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아기는 일본인도, 필리핀인도 될 수 없었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버지의 인지가 필요합니다."
나는 그 말을 그녀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전했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는지, 포기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행정의 언어는 냉정했다. 국적, 인지, 체류자격, 보호대상 여부. 그 어느 단어 속에도, 갓 태어난 아기의 체온이나, 엄마의 떨리는 손끝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일본의 복지 시스템은 치밀하고 세밀하지만, 서류가 준비되지 않은 삶 앞에서는 쉽게 무력해진다. 그리고 그 틈에, 가장 약한 존재들이 떨어져 나간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결혼을 약속받았다고 믿었다는 것.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 남성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땅에서, 혼자 병원에 찾아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 그녀의 일본어는 서툴렀지만, 말마다 진심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 진심은 어떤 번역보다 명확하게 가슴을 때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아이... 학교 갈 수 있어요?"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체류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아동 복지 서비스나 의료보험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아이는 행정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말을 아꼈다. 대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임시 보호 신청, 인도적 체류 허가, NGO 연계. 복잡한 서류와 행정의 미로를 헤치고, 그녀와 아기에게 작은 길을 열어주기 위해. 그날 밤, 복지센터 회의실에 홀로 앉아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아무것도 없어도, 아기와 함께 일본에서 살고 싶어요."
그 짧은 일본어 안에 담긴 무게를 나는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일본 사회는 국적을 통해 개인을 설명한다. 체류 자격이 있어야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고, 법적인 신분이 있어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권리를 가져야 한다.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복지란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되새기는 일이다.


무국적 아이를 안은 엄마 앞에서, 나는 제도 이전의 인간성을 다시 배운다. 삶은 서류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으로 증명된다는 것. 존재는 허가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것.


나는 그녀와 아기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상담업무기록지에 적었다. 아직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들.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일부터가 복지의 시작임을, 나는 그날 다시 마음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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