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가장 다이내믹한 시절에 만난 네가 떠난 지 이제 한 달이좀 지났다. 새벽 5시면 밥 달라는 울음소리로 날 깨우던 네가 없이도, 여전히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꽤 오랫동안너의 죽음이 어떻게 다가올지 걱정하며 지냈던 것 같아. 네가 갑작스레 기력을 잃게 된 어느 날부터는출근을 할 때마다 웅크리고 자고 있는 너를 보며.. 오늘 낮은 아니기를. 떠난다면 내가 집에 있는 주말에 가달라고 마음속으로 부탁하곤 했어.내가 널 아무 문제 없이 잘 보내줄 수 있는 날에 네가 떠나 주기를 기도했지. 그건 사실 널 위한 게 아니라 날 위한 기도였던 것을 인정해.
그런데 넌 정말.. 모든 가족이 너에게 충분히 인사할 수 있는 화창한 일요일 오후에우릴 떠났어. 널 보내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날이었다.
혼자 널 차에 태우고 2시간을 달려 화장터에도착했지. 너무도 담담히 순서에 맞추어 장례를 마치고, 화장이 끝난 후의모습까지 지켜보았어. 이상하게 그때까지도 눈물이 나지 않더라.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일까.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랑보다는 책임감이 전부가 되어버린것 같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너에게 정말 많이 소홀해졌지. 안전하게 널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았어. 때론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래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너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무사히 잘 보내줄 수 있어서 너와 나 모두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해.거기까지가나의 최선이었던 것 같아.
네가 떠난 후로 천천히 집 안에 있던 너의 물건들을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욕실 구석의 네 샴푸와 빗을 발견했어. 목욕할 때마다 구슬프게 울고, 때론 똥오줌을 막 싸대던 네가 생각나서 픽 웃었다.
항상 우릴 지켜보며 식빵을 굽던 그 자리를 바라보다 네 생각을 하는 휴일 오후야. 아마도 네가 있었다면 내 곁에 슬그머니 와서 다리 위에 머리를 대고 잠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