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보석함 아티스트 - 이영훈

쓸쓸한 계절 뒤에, 덤덤함을 더해, 마음의 온도를 이영훈 만의 멜로디로.

by PYT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이상한(?) 곤조가 있다.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너무 유명해지지 않고 나의 보석함에만 있길 바라는 마음

반대로 그 가수가 어느정도의 팬덤은 있어서 음악을 꾸준히 내줬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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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런 가수가 이영훈이다.




작년 10월,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던 그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이영훈의 일종의 고백을 내게 추천했다. 모두가 그렇듯, 이영훈의 노래는 '일종의 고백'이란 곡으로 첫 서사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큰 울림이 없었으나 이상하게, 반복해서 들을수록 사골처럼, 그 깊은 울림이 더해져 갔다.


이영훈의 노래엔 화려한 기교나 장식이 없다. 대신, 그 무엇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은 그 순수한 음색 속에 담긴 쓸쓸함이 있다. 그가 부르는 목소리는 가을 바람처럼 깨끗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 비어있는 공간이 느껴진다. 네이버에 딱 하나 올라가있는 가을이 느껴지는 프로필 사진처럼, 지금 유독 더 떠오르는 노래다.


화려한 기교를 좋아하지 않는 터라 깊숙히 빠진 덕도 있지만,

그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가사는 마치 시처럼 내 마음을 건드린다.


내가 음악 업계에서 일을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감'이다.

예전에 한 유툽 콘텐츠에서 이영훈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래로 위안이 되는거면 그렇게 힘들지 않은 일이 아닐 수 있는거 아닌가?

그는 본인의 노래가 사실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진지 모르는 겸손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럴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에 온전한 위로를 받지 못할 때, 혹은 너무나도 답답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 힘듦을 말로 꺼내고 싶지 않을 때.

그런 순간에 놓이면 텅 빈 잔디밭에 덩그러니 혼자 있게 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 때 난 말없이 노래를 듣는다.

위안이라는 건 "괜찮아질거야"라는 손을 이끌고 나아가는 긍정의 미래가 아니라, 아무말 하지 않아도 "나도 너 마음 알아"라며 옆에 묵묵히 있는 것이다. 내 마음에 온도를 형상화한다면 이영훈의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다.



그 이후, 이 노래를 처음 소개해 준 사람보다, 나는 이영훈의 노래를 하루의 끝자락, 퇴근길에 더 자주 듣게 되었다. 몇 곡과 그 곡의 가사 일부를 발췌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오늘의 안녕


어쩌면 사랑을 비롯한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받아들임과

동시에, 내가 사라지더라도 꽃으로나마 너에게 향기를 주겠다라는 한없는 사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K-rMqZnd0A&list=RDAK-rMqZnd0A&start_radio=1


닿을 수도 없는 영원에 대한 상실과 마주 앉아


난 남김없이 다 사라져도 좋아

있던 그 자리에 사랑만이 남아서

언젠가 꽃처럼 활짝 피어나

우연히 네가 찾아오는 날, 반갑게 인사할게




2. 잘 지내나요


이 노래는 제목이 가사와 멜로디를 모두 함축하는 한마디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잘 지내요?라고 묻는 말은 인사치레 정도의 가벼운 말이다.

그런데 멀어져버린 그대에겐, 다가가고 싶어 겨우 건넨 가장 무거운 말임과 동시에 그 마음이 차마 그대를 부를 수 없어 가만히 묻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fmsb3SKTOMw&list=RDfmsb3SKTOMw&start_radio=1


잘 지내나요, 습관처럼 나는

당신의 안부를 물어보곤 해요


멀어지지 마라 돌아서지 마라

농담처럼 다시 내게로


어느 계절의 끝에서 나는 까치발을 들고

언젠가의 우릴 바라봐




3. 기다리는 마음 하나


이 노래는 '내가부른그림2'에서 다른 곡 '무얼 기다리나'트랙과 맞닿아있는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오는 관계의 상실, 이로인해 텅비어감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마음 하나를 부여잡고 불확실한 기다림을 그린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dOX4I_pgX4&list=RDMdOX4I_pgX4&start_radio=1


까닭 없는 외로운 밤이 문득 나를 찾으면

가지런히 놓여 있던 기억들이 위태로운 듯 흔들리며





4. 사랑이란 걸 우습게 - 위수 (feat. 이영훈)


사실 이 노래의 작사/작곡은 모두 가수 '위수'가 했지만, 이영훈의 목소리가 더해져 멀어진 마음에 더욱 애틋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L2qHFJmds&list=RDrZL2qHFJmds&start_radio=1



묻고 싶다. 잘 지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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