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란 은하에 들어 온지 한 달이 지났다. 좌표 MCB 3789 2345 9541 2987까지는 두 달이 남았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며칠 전부터 케이-인텔리전스호에 장착되어 있는 망원경으로 좌표 MCB 3789 2345 9541 2987의 행성들을 관측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좌표 내에 행성은 약 500개 정도일 것으로 분석되고,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전을 하고 있는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은 10개에서 20개정도로 압축된다. C박사는 분석 결과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20개 정도이면 그 중에 하나에는 충분히 외계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만약 네안데르탈인이 아직 살아있다면, 우주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인류를 보고 얼마나 놀랄지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케이-인텔리전스호의 나머지 대원들도 자신들이 살아있는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최초의 인류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또 한 달이 흘렀다. 목적좌표까지 한 달이 남았다. 보름 내로 MIU 우주비행기가 케이-인텔리전스호를 따라잡아 공격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거기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게 되어있고, 각 대원들은 살아있는 외계생명체 발굴에 대한 임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보름이 지났고, 레이더에 MIU 우주비행기가 잡혔다. MIU 우주비행기 두 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A대령, R소령, R대위는 전투태세에 들어 갔고, 나머지 대원 O박사, G박사, A박사, N박사, C박사, E박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MIU 우주비행기 한 대가 앞서서 다가오고 있고 나머지 한 대는 거리를 두고 앞서가는 우주비행기 보다는 느린 속도로 비행한다. 드디어 공격을 해온다. 앞서오는 MIU 우주비행기가 미사일을 발사했다. A대령 지휘하에 R소령, R대위는 방어 미사일을 발사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상대 우주비행기를 격추할 공격 미사일을 발사한다. MIU 우주비행기가 속도를 더 높였고, 아슬아슬하게 케이-인텔리전스호의 공격을 피한다. 그런데 앞에서 오고 있는 MIU 우주비행기가 지금의 속도로 계속 비행을 한다면 케이-인텔리전스호와 충돌할 수도 있다. 무언가 그들의 공격형태가 조금 이상하다. 한 대만 매우 빠르게 비행하면서 공격을 하고, 나머지 한 대는 느리게 비행하고 공격도 하지 않는다. 그 동안 여유롭게 대응을 하던 A대령은 레이더와 적의 비행속도를 다시 확인한 후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A대령은 다급하게 R소령과 R대위에게 방어용 미사일과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명령했다. 케이-인텔리전스호의 다른 대원들도 전투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적이 쏜 모든 미사일을 격추했고, 공격용 미사일 한 대가 MIU 우주비행기 아랫부분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미사일을 맞은 부분에서 불꽃이 튀더니 잠시 후 회색 연기를 내뿜는다.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케이-인텔리전스호를 향해 돌진한다. 분명 자살 공격이다. 자살 테러는 역사책에서나 보았지,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우주시대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MIU의 우주비행기가 무수히 많은 미사일을 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다. 미사일을 쏘는 이유는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케이-인텔리전스호와 충돌할 때까지 자신들의 우주비행기가 격추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하고는 있지만, 이대로 있으면 1분도 안되어 MIU의 우주비행기와의 충돌할 수 밖에 없다. MIU 우주비행기와 충돌하면 케이-인텔리전스호는 산산조각이 날것이다. 케이-인텔리전스호의 대원들은 탈출을 하기 위해 우주복을 다급하게 갈아입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C박사는 자기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C박사와 E박사는 탈출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알고 서로 부둥켜 안고 기도를 한다. 나머지 대원들도 우주복을 갈아입기를 포기하고 울거나 기도를 한다. C박사는 기도하다 말고 밖을 보았다. 적의 우주비행기가 육안으로 보인다. 충돌직전이다. 그때 갑자기 섬광이 번쩍하더니 케이-인텔리전스호를 향해 돌진하던 MIU 우주비행기가 폭발했다. 충돌직전에 폭발하는 바람에 케이-인텔리전스호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다.
“적의 우주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했어요. 다들 보세요.” C박사가 외쳤다.
다들 엎드려 죽기만을 기다리며 기도를 하던 대원들은 C박사의 말을 듣고 밖을 보기 시작한다. 밖에는 강한 빛을 발하는 구형태의 비행체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비행체는 방향을 유선형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직각, 둔각, 예각 형태로 바꾸면서 움직인다. 순식간에 MIU 우주비행기 나머지 한 대도 격추 시켰다. 그런 다음 그 비행체는 방향을 틀어 케이-인텔리전스호를 향해 광선 같은 것을 쏘았다. 그 광선을 맞은 케이-인텔리전스호는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다 완전히 정지했고, 내부의 모든 등들이 깜박깜박하더니 잠시 후 시스템 자체가 멈춰버렸다. 내부의 모든 등이 꺼지면서 실내가 어두워졌다. 케이-인텔리전스호 내부 중력 시스템도 작동이 멈추면서 대원들이 공중에 둥둥 뜨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다.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고 적막만이 흐른다. 이때 A대령은 일단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전 대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두운데다 무중력 상태여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내부에 산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머리가 어지럽다. 잠시 후 누군가 “컥’ 소리를 내면서 기절했다. “컥” 소리를 듣고 다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하나 둘씩 “컥” 소리를 내며 기절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C박사가 눈을 뜬다.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기분이다. MIU 우주비행기와 전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C박사가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고급 호텔인 것 같다. 매트리스의 쿠션이 단단한 침대에 앉아 있다. C박사는 일어나 창문으로 가서 밖을 내다본다. C박사가 있는 방은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풍경이 지구와 엇비슷해 보이지만, 지구가 아니라는 것은 한눈에 알아 볼 수가 있다. 낯설게 생긴 건물과 나무들이 보이고, 생전 처음 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 다닌다. 날아다니는 새들 중에는 크기가 타조만한 것도 있다. 한 쪽 벽에는 커다란 TV 같은 것이 걸려있다. 갑자기 TV가 켜졌고 화면에는 E박사가 보여주었던 네안데르탈인과 닮은 생명체가 나타났다.
“잘 주무셨나요?”
말을 한다. 그것도 한국 말을 한다. C박사가 발견했고 E박사가 분석했던 바로 그 DNA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종으로 보인다. C박사는 우리가 결국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놀라셨군요. 잘 주무셨나요?” 네안데르탈인이 C박사에게 다시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C박사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는 당신들이 찾고자 했던 살아있는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입니다. 당신이 있는 방은 지구와 같은 중력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5배가 큽니다.”
“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죠?”
“다른 사람들도 C박사님처럼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다들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 얘기를 잘 들으세요.”
“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어떻게 왔죠? 그리고 당신들은 누구죠?”
“이제부터는 듣기만 하고, 질문은 나중에 하세요. 저는 당신이 찾은 화석의 DNA와 같은 종의 생명체가 맞습니다. MIU로부터 공격 받고 있는 당신들을 우리가 구해서 이 행성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들은 살아있는 외계생명체를 찾았습니다.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죠? 그러니까 당신들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외계행성에 와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행성이죠. 우리 종은 하나의 본 행성과 열두 개의 위성행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위성행성 중 5개는 인공행성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분석했던 운석은 우리가 지구로 보낸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지구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든 실험실에 불과합니다.”
“네? 지구가 실험실이라고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죠?” C박사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화면 속 네안데르탈인이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듣기만 하세요. 다시 말하면 지구는 생명 현상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설계해 놓은 우리의 실험실입니다. 영장류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그들의 행동, 언어, 문화, 성, 지능, 도덕성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달해 나가는지에 대한 연구를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당신들이 부르는 학명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비교를 통해 지능과 생존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와 닮은 네안데르탈인을 호모사피엔스보다 체격이 더 크고, 근육량도 더 많고, 지능도 조금 더 높게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대신에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보다 조금 더 많은 수의 개체가 무리 지어 살고 협동도 더 잘 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고요.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보다 네안데르탈인이 생존경쟁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지구의 지배적인 영장류는 네안데르탈인이 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큰 무리를 짓고 살아가던 호모사피엔스가 지능이 더 높은 네안데르탈인보다 언어 발달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어휘와 표현력이 훨씬 다양하고 풍부해졌습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더 뛰어나게 되다 보니 호모사피엔스는 우리가 유전자에 조작했던 집단의 규모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집단으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발달로 사회성이 훨씬 더 뛰어나게 된 호모사피엔스가 지능이 더 높은 네안데르탈인과의 생존경쟁에서 압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패한 네안데르탈인은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지능은 지능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지능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바라본 매우 협소한 개념이었다는 교훈을 얻었죠. 지능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시점에서 실험을 중단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단하지 않고 호모사피엔스가 문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 계속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놀랍게도 여기 살고 있는 우리보다 과학기술을 훨씬 더 빠르게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우리가 13개의 행성을 가지기까지 대략 5,500만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는 지구, 달, 화성 이 세 개의 행성에서 살아가기까지 800만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호모사피엔스의 발전 속도를 보고 우리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실험을 하였습니다. 지구에 우리의 유전자를 보내면 호모사피엔스가 얼마나 빨리 우리를 찾아 올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들은 훨씬 빨리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즉 당신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위협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는 호모사피엔스의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지구, 달, 화성이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실험실이 말이죠. 많은 비용을 들여서 만든 실험실을 영구적으로 못 쓰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이유로 우리는 실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를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또 우리의 실험실을 완전히 못쓰게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 호모사피엔스만 절멸시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서 당신들이 망쳐놓은 우리의 실험실을 복원시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호모사피엔스를 납치해 와서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는 그대로 두고 호모사피엔스만을 죽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고통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C박사는 스크린 속 네안데르탈인이 하는 말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인간보다 더 지적인 생명체가 같은 시간대의 우주에 살고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저들은 인간은 자신들이 유전자를 조작한 생명체라고 말을 하고 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C박사가 묻는다. “지금 한 말은 당신들이 우리를 만들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다 죽여버린다고요? 보아하니 당신들은 우리보다 과학기술도 뛰어나고 고등한 생명체인 것 같은데 그렇게 한 종을 절멸 시켜도 되나요?”
“왜 안되죠? 그건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십시오. 당신들도 필요하면 그리고 당신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실험하던 동물이나 기르는 가축을 살처분하잖아요. 그거랑 뭐가 다르죠? 우리도 우리 종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할 뿐입니다.”
C박사는 할 말을 잃었다. 둘 사이에 한 동안 침묵이 흐른다.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있던 C박사가 어렵게 입을 뗐다. “그그.. 그렇다면 우리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방법이 있나요?”
“우리는 50년 후에 호모사피엔스를 절멸시킬 예정입니다. 앞으로 50년이 되기 전까지 지금 살고 있는 태양계 밖에서 당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찾아서 이주하면 됩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며칠 후 지구로 돌아 갈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TV 화면이 꺼지면서 네안데르탈인도 사라졌다.
케이-인텔리전스호는 달에 도착했고, 대원들은 모두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전 인류는 혼란에 빠졌다. 50년 안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한다니,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살아있는 외계생명체와 새로운 행성을 찾으려고 각 국가가 치열하게 경쟁을 했던 것과는 달리 협력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국제외계행성탐사기구(IEPEN) 설립이 추진 되었고, 대부분의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을 했다. IEPEN를 설립하자마자 전 인류를 이송할 수 있는 우주비행기 생산에 들어갔다. 3년 동안은 인류가 살아갈 만한 후보 외계행성 탐색에 전념하는 계획을 세웠다. 3년~15년 간은 탐색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후보 외계행성들에 동시다발적으로 탐사팀을 직접 보내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5년 안에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15년~40년 동안은 새로 발견한 행성에 주거, 상하수도, 도로, 발전소, 학교, 병원, 공장, 공항 등의 기본 시설을 건설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35년~45년사이 10년에 걸쳐 전 인류를 완전히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수립하였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50년안에 인류는 새로운 행성으로 완전하게 이주가 가능하다. IEPEN는 외계행성 발굴, 이주 계획이 확정이 되자마자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외계에 살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은 인류가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굴해 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류가 50년안에 절대로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굴하고 이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협력을 해서 진행해 나가는 것을 보니, 충분히 발견하고도 남을 것처럼 보였다. 네안데르탈인은 20년을 지켜보았다. 10년만에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였고, 호모사피엔스는 그 행성에 기간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인류가 세웠던 계획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인류의 과학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인류의 가속화된 발전 속도는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더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정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이제는 정말 실험을 중단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인류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기 전에 절멸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C박사는 어느덧 50대 초반이 되었다. 살아있는 외계생명체의 단서를 최초로 발견한 C박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20년 동안 인류가 이주할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연구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C박사는 정부 신설부처인 외계이민과학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축하도 할 겸 C박사와 E박사는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계획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인류를 절멸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모른 채, 둘은 인류 생존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있다.
1년 후, 네안데르탈인은 지구, 달, 화성 지역 곳곳에 수많은 폭탄을 동시다발적으로 투하하기 시작했다. 폭탄은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떨어진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부서지고, 도로가 파괴되어 간다. 지구는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른다. 폭탄은 떨어짐과 동시에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 후 하얀 가루를 분사시킨다. 폭탄에서 나온 가루는 바람을 타고 넓게 넓게 퍼져나간다. 그 하얀 가루는 도시를, 산을, 숲을, 사막을, 바다를 뒤덮어가기 시작했다. 폭탄이 터지고 삼일 만에 지구전체가 하얀 가루로 뒤덮였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가루가 지구, 달, 화성을 가득 채웠다. 가루를 마신 사람들은 정신을 잃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가루를 마시고 쓰러진 사람들은 얼마 있지 않아 몸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미세하고 무거운 하얀 가루는 땅속으로도 파고들어가 지하 방공호에 숨은 사람들도 공격한다. 지구, 달, 화성에 있는 사람들 중 그 가루를 마시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생명체들은 그 가루를 마셔도 치명적인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인간에게만 치명적이다. 폭발로 희생된 동물들이 조금 있기는 했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각 행성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폭탄이 터지고 하얀 가루가 뒤덮이는 변화로 극한의 공포에 떨고 있다. 동물들의 생활이 멈추었다. 폭탄이 터지고 열흘이 지나자 하얀 가루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가루가 가라앉으니 시야가 점점 확보되기 시작한다. 시야가 확보가 되었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며칠이 더 지나자 배고픈 동물들이 조금씩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동물들은 지구에 살아있는 인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생동물들은 인간이 살던 도시와 농촌으로 몰려 들어왔고, 인간과 함께 살던 동물은 그들의 먹잇감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이 서서히 퇴색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