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9

by 킥더드림

2학년 2학기가 시작 되었다. 은하와 혜성에게는 이번 여름방학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은하와 혜성은 가끔 최영우 교수가 생각이 난다. ‘우리가 그때 상담만 하지 않았어도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으셨을 텐데’라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다행히 최영우 교수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빠르게 회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혜리 팀장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리다.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학교로 돌아와 수업을 들으니, 마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 학기보다 교정의 공기는 훨씬 맑아진 것 같고 캠퍼스는 더 아름다워 보인다. 여름 동안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와서 그런가 보다. 학교 내를 돌아다닐 때면 너무 익숙해서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들, 벤치, 건물 기둥, 책상, 문 손잡이, 친구들이 자주 입는 옷 같은 소소한 것에 이상하게 눈길이 자주 가고 유심히 보게 된다. 가을로 들어가 직전의 계절은 캠퍼스 전체를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따뜻함은 안정감을 준다.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캠퍼스는 녹색에서 조금씩 노랗고 붉게 변해 간다. 빛 알갱이와 사물이 만나 빚어내는 색과 풍경의 변화가 유독 신기하고 경이롭게 다가온다. 솔직히 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동안 감추었던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 공간에서 시간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변화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고, 변화 앞에서는 한 없이 무기력 하다. 변화는 순수함과 불순함, 선함과 악함, 도덕과 부도덕, 아름다움과 추함,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변하는 가가 중요하다.
혜성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 수업 듣고, 공부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집 근처 카페에서 알바도 한다. 여전히 다친 새를 찾으러 다니고, 치료도 해준다. 이제는 죽은 새를 그리지는 않는다. 대신에 한 입, 두 입 베어먹은 사과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린다. 사과가 시들고, 상하고, 곰팡이가 피고, 초파리가 날리고, 문드러지고, 말라 비틀어져 가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또 그리고 있다. 혜성은 사과를 그릴 때마다 “사과 하나로 파리 전체를 놀라게 하겠다.”고 한 폴 세잔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의 믿음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면 세상의 시선과 무관하게 그 믿음을 실행 할 것이고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은하도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 공부를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 설치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한 달 정도 알바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름방학 동안 알바를 하면서 무섭기도 했고 스트레스도 컸지만, 느낀 것도 많았다. 은하는 2차성징 이후 몸은 성인이 되었고, 19살 이후에는 법적으로까지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는 술과 담배를 하고 안 하고의 선택을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좋아하는 이성을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진짜 어른의 세계에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 세계는 생각 이상으로 깨끗하지도, 현명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는 것을 직접 보았다. 머리가 복잡해져서 일단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은하와 혜성은 얼른 겨울방학이 되어 위성 리조트에 놀러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친구인 샛별은 은하와 혜성이 부럽기만 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한 학기 내내 알바만 한다고 해도 위성 리조트에 놀러 갈 수 있는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공부와 분식집 알바에 집중하고 있다. 샛별은 대학교 1학년때부터 동영상 플랫폼 비디옵로드에 영상을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내용은 주로 일상과 맛집 탐방인데 조회수도 그렇고 구독자수도 그리 많지가 않다. 얼마 전 샛별은 우연한 기회에 혜성을 따라 다친 새를 찾으러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갔었다. 샛별은 인공 구조물에 새들이 다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혜성이 다친 새를 찾고 돌보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촬영을 했고, 편집을 해서 비디옵로드에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이 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엄청나게 끌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구독자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구독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와 관련된 영상을 보기를 원했다. 그래서 혜성이를 따라가 계속해서 다친 새를 구조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조회와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를 했고, 그에 따든 광고 수익이 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다. 한 학기 동안 벌어들인 샛별의 영상 광고 수익은 위성 리조트에 갈 수 있는 충분한 돈이었다. 은하와 혜성은 샛별이와 함께 우주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뛸 듯이 기뻤다. 학기말이 되자 세 친구는 시험 공부하느라 우주여행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드디어 출발 날이 되었고, 수첩 형태 여권으로 출국심사를 하고 우주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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