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7

by 킥더드림

다음날 은하와 혜성은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무실로 가기 위해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구반포역에서 만났다.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무실은 삼성동에 있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주변 건물에 비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물이 꽤 좋아 보인다. 건물 입구에서 혜성이 말한다.
“은하야, 우리 이팀장님한테 받은 메시지는 여기서는 얘기하지 말자.”
“왜? 얘기 해야 되지 않을까?”
“그냥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사업을 두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바가 전혀 없고 그냥 알바만 하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 주변에서 벌어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그래. 괜히 아는 척하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다는 예감이 들어. 그리고 알바를 그만 두는 것도 고민해 보자.”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렇게 하자. 알바비가 많이 아깝긴 하지만 더 큰 이상한 일에 휘말리기 전에 지금 그만두는 것도 방법이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위치한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무실에 왔다. 혜성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 보다 사무실이 훨씬 좋아 조금 놀랬다. 사무실 인테리어는 마치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벤처기업처럼 꾸며 놓았다. 세련됐으면서도 혁신적이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실용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만 보면 시민단체 사무실이라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도착하자마자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고, 구영호 사무국장 외에 직원 2명도 함께 참석했다.
“혹시 이혜리 위원장에게 우주여권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들으셨나요?”
은하가 혹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할까 봐 혜성이 얼른 대답한다. “아니요.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혜리 티임.. 아니 위원장님이 원래는 우주예산감시연대 소속이라는 것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만 메시지를 통해서 전달 받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주위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발생하니 더 불안해요.”
“네 그렇군요.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구영호 국장은 스페이스시스템을 중심으로 우주여권 사업에 대한 비리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이미 이혜리 팀장의 메시지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은하와 혜성은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반응을 했다.
구영호 국장이 얘기를 마치자 혜성이 말한다. “이권을 중심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네요. 저희 같은 학생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에요.”
“맞아요 너무 복잡해요. 그리고 저는 너무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하고 있는 알바를 그만두려고 해요.”
그만두려고 한다는 말에 구영호 국장이 눈을 크게 뜨면서 말한다. “이상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해서 좀 무서우시겠지만, 그만 둘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냥 알바생일 뿐이에요. 오히려 두 분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만두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김현준 대표는 이승호 과장을 시켜서 우리를 미행했잖아요. 우리는 그냥 알바만 하고 있는 건데, 김대표는 우리가 스페이스시스템에 위장으로 들어와서 알바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를 미행할 이유가 없잖아요. 더욱이 어제 우리를 미행하다 다툼이 있었기 때문에 분명 이승호 과장이 보고를 했을 테고 그러면 우리에 대한 의심은 더 커졌겠죠.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알바를 계속하는 게 안전하다는 거죠?” 혜성은 구국장의 말에 반박하듯 강하게 말했다.
“실제로 여러분은 그냥 알바생이잖아요. 그리고 김현준 대표도 여러분들을 단순히 알바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그저 똑똑하고 성실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스페이스시스템 측에서는 오히려 이승호 과장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어제 여러분의 미행은 김현준 대표가 지시한 게 아닙니다. 스페이스시스템 측은 이승호 과장을 산업스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우주여권 사업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큰 규모의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국가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우주여권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보안 시스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우주여권 시스템에 요구되는 기술에 대한 정보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간 스파이 활동이 매우 심할 수 밖에 없고, 또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서 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스페이스시스템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황임에 불구하고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고 사업수주를 위해 물밑에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어제 혜성씨와 은하씨를 미행한 걸로 이승호 과장이 산업 스파이인 것은 좀더 명확해 졌습니다. 아마도 두 분을 단순한 알바가 아니라고 오해했던 것 같습니다. 조사를 더 해봐야 하지만 이승호 과장은 스페이스시스템의 경쟁사인 에어로플랜에서 보낸 첩자인 것으로 의심이 됩니다. 그러니 두 분은 끝까지 알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알바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이유도 없이 그만 둔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거에요. 그렇잖아요, 두 분은 그냥 학생이고 단기 알바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그냥 알바 마치고 알바비를 받으면 되는 거에요.”
구영호 국장의 말이 끝나자 은하가 말한다. “국장님 말씀을 들으니, 이제 이해가 좀 되네요. 그런데 스페이스시스템에서 이승호 과장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이혜리 위원장 말고도 스페이스시스템에 위장취업으로 투입 되어있는 우리 쪽 사람이 또 있습니다. 확실한 정보원으로부터 정확한 정보가 수집 되고 있으니,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김현준 대표의 불법 비리를 반드시 밝혀낼 겁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붙어 버러지같이 국민의 혈세를 부정하게 빼먹는 모든 악덕한 인간들을 끝까지 추적해 감옥에 다 처넣을 거고요.”
“그러면 국장님, 이혜리 팀장님은 아니 위원장님은 어떻게 된 거죠? 자살 할 분 같지는 않아 보여서요.” 혜성이 물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이혜리 위원장은 자살한 게 맞아요. 경찰 조사에서도 자살로 결정이 났잖아요. 겉으로는 그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어요. 이혜리 위원장은 평소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으로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시민 운동이라는 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쏟는 일이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이혜리 위원장 같은 엘리트가 시민 운동에 뛰어 들었을 때 넘지 못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훨씬 더 힘들어 하죠. 평범하게 살았으면 돈도 잘 벌고 즐겁게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후회도 하게 되고, 또 활동을 하다 보면 부정한 유혹의 손길이 많이 뻗쳐오죠. 이혜리 위원장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정말 누구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활동가였거든요.” 구영호 국장의 표정이 침울하다.
은하도 약간 울먹인다. “이혜리 티임.. 아니 위원장님이 우울증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밝아 보이셨는데.. 그러면 국장님, 최영우 교수님은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아세요?”
“최영우 교수님 돌아가신 거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언론에서는 살해 당한 걸로 나왔었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음독 자살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은하와 혜성이 크게 놀라며 동시에 말했다. “음독 자살이요?”
“그럴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교수님께서 왜 그런 선택을.. 그럴 리가 없잖아요?” 혜성이 물었다.
“최영우 교수는 저희 우주예산감시연대 자문위원단 중 한 분이셨습니다. 사실 자문위원단을 하시면서 저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지는 않으셨지만 그래도 종종 뵐 기회는 있었죠. 최영우 교수와 스페이스시스템의 김현준 대표는 친분이 매우 두터운 사이입니다. 김현준 대표가 미국에서 어렵게 공부를 할 때 최영우 교수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의지도 많이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문위원단에 들어 오기 전까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사이인 줄 몰랐었습니다. 아마 최영우 교수도 스페이스시스템의 우주여권 사업 비리에 연루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두려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합리적으로 의심은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교수님도 자살이요? 그러실 분은 아닌데.. 그리고 비리를 저지를 분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요.” 은하가 말했다.
“저에게 비쳐진 이미지도 그럴 분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우주여권 사업은 어마어마하게 큰 이권이 걸려 있기도 하고요.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을 하는 것이고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은하 말대로 최교수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는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네요. 어쨌든 국장님 말씀은 우리가 끝까지 알바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요. 반복해서 말하지만, 여러분은 그냥 알바를 하는 학생일 뿐이에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혹시 그래도 불안하다면 스페이스시스템 내에 저희 사람이 있으니까, 두 분 안전은 저희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국장님께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여기 오기 전까지는 알바를 그만 둘 생각이었거든요.” 은하가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요. 이혜리 위원장 부탁도 있었고요.”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은하와 혜성은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무실에서 나왔다. 둘은 잠시 말이 없이 걷다가 은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무국장님 얘기를 듣고 나니까, 난 마음이 좀 편해졌어.”
“그래? 편해졌다니 다행이다.”
“우리는 그냥 알바하는 학생일 뿐이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랑은 아무 상관없잖아. 겁먹을 필요 없을 것 같아.”
“맞아 이제 한 달 남았으니, 마무리하고 겨울방학에 여행이나 가자.”
“좋아.” 은하가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사실 난 아직도 이혜리 팀장님이 자살했다는 건 믿어지지가 않아.”
“맞아. 그건 좀 이상하기는 해. 분명 메시지에서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었잖아. 우울증이 있었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거는 못 느꼈어.”
“은하야, 왠 일로 나의 의심에 호응을 해주냐?”
“왠 일이라니, 아무리 네가 엉뚱한 말을 많이 해도 이혜리 팀장님 자살만큼은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잖아. 진짜 마음이 안 좋아.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맞아. 오래 알고 지낸 건 아니지만, 분명 좋은 사람 같았어. 그나저나 우리 이번 주는 푹 쉬고 다음주부터 한 달 동안 열심해 보자. 설치할 태블릿 PC가 몇 개 남았지?”
“내 기억으로는 한 800개 조금 넘게 남았던 것 같아.”그리고 늦은 밤, 최영우 교수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서 보도 되었다. 음독을 한 최영우 교수가 사망을 한 것은 오보이고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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