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8

by 킥더드림

한 주가 지났고 은하와 혜성은 스페이스시스템으로 출근을 했다.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을 태블릿 PC에 설치하는 작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김현준 대표가 회의실로 와서 한 주 동안 잘 쉬었는지 안부를 물었고, 남은 한 달 마무리를 잘 해주기를 부탁했다. 은하와 혜성은 자신들을 미행한 이승호 과장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이승호 과장은 보이지 않았다. 김현준 대표는 이승호 과장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은하와 혜성도 물어보지 않았다. 구영호 국장 말대로 이승호 과장은 산업 스파이인 것으로 드러났나 보다고 생각을 했다. 알바를 다시 시작한지 한 주가 지났다. 한 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은하와 혜성은 묵묵히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 설치에 집중을 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김현준 대표의 비서가 찾아와 차질 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였고, 혹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는 했다. 은하는 다시 알바를 시작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또 일어날 가봐 걱정이 많았지만,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다 보니 걱정은 서서히 사라졌다. 혜성도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고 태블릿 PC에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만 전념 했다. 알바를 다시 시작한지 2주차 금요일이 되었다. 2주차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은하와 혜성은 지난 두 달 동안 너무 이상한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제 2주만 더 작업을 하면 알바가 완전히 끝난다.
“혜성아”
“응?”
“2주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하루 종일 같은 작업만 반복해서 하니까, 이제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
“그래? 그럼 내가 뭔가를 찾아내서 파헤쳐 볼까? 확실히 김현준 대표는 무언가 미심쩍은 게 많은 것 같거든.”
“야야, 너 또 쓸데 없는 짓 하지 말아. 제발 조용히 있다가 나가자.”
“알았어. 농담이야, 농담. 놀래기는.. 하하”
그리고 2주가 또 흘렀고, 드디어 알바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태블릿 PC에 여권신청 프로그램 설치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이 됐다. 태블릿 PC 서른 개가 남았다. 남은 30대에만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설정하고, 충전만 하면 완전 끝이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가을학기가 시작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은하는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길 바라고만 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었고, 작업해야 할 태블릿 PC는 13대가 남았다. 한대 한대 작업을 해나가면서 남아있는 태블릿 PC가 줄어들 때마다 은하는 묘한 희열감이 느껴진다.
“혜성아,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러게 남아있는 거만 다 하면 완전 끝이네. 한 달이 정말 후딱 갔다.”
회의실 밖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은하와 혜성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는 소란스러운 소리로 바뀌었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은하와 혜성은 밖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 하시는 작업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은하와 혜성은 회의실 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경찰이다. 놀란 은하와 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입니다.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 두 분은 스페이스시스템 직원인가요?”
“아니요. 저희는 대학생이고요. 여기서 단기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혜성이 대답했다.
놀란 은하가 묻는다. “무무무슨 일이에요? 10개만 하면 저희 알바 끝나거든요. 그래야 알바비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 있는 물건은 모두 압수수색 대상입니다. 일단 회의실에서 나가주세요.”
큰 박스를 든 경찰 여러 명이 들어와 태블릿 PC를 박스에 담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하와 혜성은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회의실 밖은 큰 소리가 오가고 있다. 사무실 저 멀리 끝에 몇몇 스페이스시스템 직원들이 경찰에 체포되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사무실 끝에 있는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수갑을 찬 김현준 대표가 경찰에 의해 끌려 나오고 있다. 김현준 대표는 격렬히 저항을 하지만 경찰 세 명이 강제로 연행을 한다. ‘이건 또 뭐지? 알바비는 받을 수 있는 건가?’하고 은하는 생각을 한다. 혜성은 소란스러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혜성씨, 은하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누군가 뒤에서 은하와 혜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뒤를 돌아보니 이승호 과장이다. 이승호 과장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흉터 자국이 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하고 있다.
“어? 이승호 과장님” 은하가 말했다.
이승호 과장을 보고 침착한 말투로 혜성이 묻는다. “어떻게 여기 계시는 거죠?”
“저는 사실 우주외교부 직원입니다. 스페이스시스템에는 위장으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우주외교부 직원이라고요? 그럼 공무원이시네요. 공무원이 위장취업 같은 것도 하나요?” 혜성이 물었다.
“흔하게 있는 일은 아니죠. 신규 우주여권 사업이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기도 하고, 스페이스시스템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우주경제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을 가만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 결국 부정 청탁, 불법 로비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스페이스시스템뿐만 아니라 정관계 연루된 사람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습니다.”
혜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그럼 그때 저희를 왜 미행했던 거에요?”
“그건 제가 정식으로 사과를 드릴게요. 저는 혜성씨와 은하씨가 국가우주정보원의 요원이거나 아니면 그 조직에서 임무를 받고 투입된 사람으로 오해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오해를 하게 된 이유는 이혜리 팀장님이 갑자기 자살을 해서였습니다. 제가 볼 때는 자살 할 분 같지 않았는데, 은하씨, 혜성씨와 태블릿 PC 작업을 하면서 갑자기 자살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희 우주외교부는 오래 전부터 국가우주정보원에서 스페이스시스템의 비리를 조사해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국가우주정보원이 스페이스시스템의 비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혜리 팀장에게 접근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팀장 본인도 비리에 연루되어있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게 아니었나 하고 판단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국가우주정보원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했던 거였고,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뒤를 밟았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을 추천한 최영우 교수 사건도 있었잖아요. 그것도 좀 이상하게 보였고요. 미행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 드리겠습니다.”
은하와 혜성은 이혜리 팀장도 위장취업 중이었다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았다. 이승호 과장의 말을 듣고 혜성이 말한다.
“아 네 그렇게 된 거였군요. 얼굴과 다리는 저희를 미행 했을 때 다치신 거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많이 서툴렀죠. 아, 그리고 두 분을 구해주었던 우주예산감시연대 구영호 국장도 체포 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우주예산감시연대는 스페이스시스템 비리에 대한 핵심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고, 그걸 미끼로 스페이스시스템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아오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구영호 국장은 최영우 교수 살인미수 건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네, 정말이요?”, “말도 안돼.” 은하와 혜성은 너무 놀랬다.
한 달 전에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이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니 소름이 돋았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혜성이 묻는다.
“스페이스시스템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왜 최영우 교수님을 살해까지 하려고 했을까요?”
“혐의를 받고 있는 거여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최영우 교수가 스페이스시스템과 우주예산감시연대의 관계를 알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구국장 입장에서는 최교수가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였을 수도 있겠죠.”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은하가 말한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일을.. 사람의 탈을 쓰고 정말 말도 안돼.”
“그러면 생체칩 우주여권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혜성이 물었다.
“생체칩 우주여권 사업은 전면 무효화 될 거에요.”
“정말이요? 그럼 우리가 이때까지 한 거는 뭐죠? 완전히 헛수고만 한 거네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주여행에 수첩 형태의 여권이 사용되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은하랑 저는 석 달 동안 쓸데 없는 짓만 한 꼴이 됐네요.”
“그러게요. 두 분이 열심히 작업을 했는데 그 부분은 좀 아쉽게 됐네요. 그리고 우주 여행에 필요한 여권은 결국 교체가 될 예정이에요. 수첩 형태 여권보다 보안이 좋은 카드형 여권으로 바뀔 겁니다. 저희 우주외교부에서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빠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내후년부터는 시범사업이 시작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은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다. “저기 그러면 저희가 열 개정도 덜 하기는 했는데, 저희 알바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생체칩 우주여권사업은 무효화 됐고, 스페이스시스템 회사도 풍비박산 나는 분위기라 알바비는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은하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말한다. “뭐라고요, 여름방학 3개월을 통째로 여기에다 받쳤는데 한 푼도 못 받는 다고요?”
“네 아쉽게도 알바비는 못 받을 거 같고요. 대신에 저희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알바비랑은 비교도 안 되는 고가의 선물입니다.”
“선물이 뭔데요?”
“저희 우주외교부에서 나오는 우주여행 상품권입니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 리조트인 <호텔&리조트 고구려> 2주 숙박권입니다. 리조트까지 갔다 오는 왕복 우주비행기 항공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방학은 끝났으니, 겨울 방학에 두 분이 함께 갔다 오면 될 것 같네요.”
“진짜요?”
“와와와 대박”
은하와 혜성은 너무 기쁜 나머지 서로 마주보며 양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 스페이스시스템의 사무실에 직원들은 보이지가 않고, 경찰들만 남아서 계속 수색을 하고 있다. 그날 은하와 혜성은 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금방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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