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10

by 킥더드림

은하, 혜성, 샛별은 태양을 돌고 있는 위성 리조트인 <호텔&리조트 고구려>에 도착했다. 긴 시간 우주비행을 하고 왔지만, 처음 하는 우주여행의 설렘으로 피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피곤하기는커녕 세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지구까지 흘러내릴 판이다. 체크인을 했고, 25층에 위치한 방을 받았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은하, 혜성, 샛별은 짐을 바닥에 놓고 방을 둘러본다. 세 명이 함께 쓰기에 충분히 넓은 방이다. 방이 마음에 쏙 든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니, 호텔 바로 앞에 거대한 인공 해변이 있다. 고개를 들면 우주에 떠있는 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세 사람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혜성아, 은하야, 진짜 멋지다. 지구를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그러게 너무너무 좋다. 우주에 이런 해변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은하가 말했다.
조용히 밖을 보던 혜성이 말한다. “인간이 우주에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를 건설했고, 이 인공물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그리고 저 지구에서 사람들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고 가짜 같아.”
샛별은 침대로 뛰어가서 뒤로 넘어지듯 눕는다. “혜성아, 은하야, 침대에 누워봐, 진짜 편해. 잠도 잘 오겠다. 여기 진짜 마음에 든다. 아 너무 좋다.”
잠시 말 없이 침대에 누워 감상에 빠져있던 샛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너희들 배 안고파? 난 배 고픈데. 우리 맛있는 거 먹고 해변에 가서 일광욕 하자.”
“좋아. 얼른 뭐 좀 먹고 해변에 가자. 혜성아 너도 일광욕 하러 갈 거지? 쟤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불안 하다니까.”
“은하야, 내가 이 우주까지 와서 튀기는 어디로 튀어? 당연히 일광욕하러 같이 가야지.”
호텔 내에 한식당에 갔다. 수영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배가 나오는 걸 감안해, 세 사람은 허기만 채울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하게 먹었다. 우주에서의 첫 식사라는 이유만으로도 맛있고 즐거웠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고 선글라스, 타월, 태닝오일을 챙겨서 해변으로 나왔다. 방에서 내려다 보는 것 보다 직접 와서 보니 해변이 훨씬 더 크고 길게 뻗어있다. 파도 치는 모양이 진짜 바다 같다. 프론트 직원의 말에 따르면 밀물과 썰물도 있다고 한다. 길가에는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고, 해변에는 부드럽고 하얀 모래로 가득하고, 공중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모래사장에 책을 읽으며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몇몇이 모여 원반 던지기나 배구 같은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인공 바다에는 서핑과 수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은하, 혜성, 샛별 옆으로 아이들이 튜브를 몸에 끼고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지구의 해변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다른 게 있다면 저 높이 인공 해변 위를 덮고 있는 리조트의 투명 천장 너머로 지구가 보인다는 거다. 파라솔 세 개를 빌렸고, 적당한 위치를 찾아 파라솔을 설치를 했다. 큰 타월을 모래 위에 깔고 은하, 혜성, 샛별은 나란히 누웠다. 공중에 갈매기들이 “끼룩 끼룩”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날고는 있지만 어딘가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눕자마자 샛별이 말한다.
“와 너무 좋다. 너희들 덕분에 우주여행도 오고 말이지.”
“그러게 좋네. 은하야, 샛별아,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서로 태닝오일 발라주기 할까? 2등이 1등 발라주고, 3등은 2등 발라주고 어때?”
은하가 묻는다. “오 재미있겠다. 그럼 3등은?”
“3등은 혼자 알아서 발라야지. 하하”
셋은 가위바위보를 했고, 1등 샛별, 2등 혜성, 3등은 은하였다. 샛별이 엎드렸고, 혜성과 은하가 샛별의 몸에 오일을 바른다.
“좋아 아주 좋아. 너희들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발라라. 1등을 잘 모시란 말이야.”
샛별의 등에 오일을 바르고 있는데, 옆 파라솔에서 일광용을 하던 여자 한 명이 다가온다. 그 여자는 멋진 비키니에 알이 큰 선글라스와 챙이 둥근 모자를 쓰고 있다. 은하와 혜성은 그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샛별의 등과 다리에 열심히 오일을 바르고 있다.
“그렇게 바르면 안될 텐데, 태닝오일 처음 발라보나 봐요?”
은하와 혜성은 자신들한테 말을 건 여자를 올려다 보았다. 은하와 혜성이 쳐다보자 그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는다. 이혜리 팀장이다. 은하와 혜성은 느닷없이 나타난 이혜리 팀장을 보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냥 머리 속이 하얘졌다. ‘이 건 또 무슨 상황인가?’하고 혜성이 생각한다. 이혜리 팀장이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엎드려 있던 샛별도 일어나 앉았다. 잠시 멍하게 그녀를 보던 은하가 말한다.
“팀장님.. 아니.. 위원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자살 했었는..”
“자살할 사람이 점심에 평양냉면 한 그릇이랑 만두를 네 개씩이나 먹겠어? 하하하 혜성씨, 은하씨 잘 지냈어? 옆에 계신 분은 친구 샛별씨 맞죠?”
“거봐 내가 그랬잖아. 자살할 사람은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다고.”
“혜성씨, 은하씨 솔직히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이혜리 팀장도, 이혜리 위원장도 아니야. 나는 국가우주정보원 우주정보국 소속 정보요원이야.”
이혜리 요원이 가방에서 봉투 두 개를 꺼내 은하와 혜성에게 건넨다.
봉투를 받은 혜성이 묻는다. “국가우주정보원이요? 그리고 이 봉투는 뭐에요?”
“봉투는 약속했던 알바비야. 10개 정도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2,500개 다 한 걸로 계산해서 넣었어.”
“알바비요? 알바비를 왜 팀장님이, 아니 요원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멍한 표정으로 은하가 물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두 사람을 고용한 거나 다름 없으니까.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당연히 받아야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혜성이 물었다.
“우리 국가우주정보원에서는 오래 전부터 스페이스시스템이 정관계에 전방위적으로 불법로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해오고 있었어. 수사를 하다 보니까, 우주예산감시연대가 기업의 불법행위 증거를 미끼로 기업들에 거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그래서 국가우주정보원에서는 우주예산감시연대에 위장해서 들어가면 신분 노출 위험도 덜 하면서 스페이스시스템의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어. 그래서 내가 우주예산감시연대에 위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또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람으로써 스페이스시스템에 위장취업까지 하게 된 거였어. 스페이스시스템에 거의 5년을 다녔어. 그 동안 우리는 충분한 불법 정황의 증거를 확보할 수가 있었고, 터트릴 때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어. 마침 그 시기에 여러분들이 알바를 하러 들어왔던 거야.”
“때를 기다리다니요. 어떤 때를 말씀하시는 거에요?” 혜성이 물었다.
“우주국가정보원에는 크게 국가정보국이 있고, 그리고 내가 속한 우주정보국이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 우주산업 발달이 생각보다 더뎌지면서 우주정보국의 역할이 크지 않았어.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예산만 쓰고 실적이 없는 우주정보국을 폐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어. 우리 조직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었고, 어떻게든 폐지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었지. 그리고 스페이스시스템의 불법로비가 우리 조직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을 했어. 한 참 오래 전부터 스페이스시스템의 불법과 관련된 확실한 정보를 확보하고는 있었지만, 스페이스시스템이 상당히 공을 들여 불법적으로 로비를 했던 우주여행 보조금 지원 법안이 통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법안이 통과만 되면 우주여행은 당연히 활성화가 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우주산업의 발달 속도도 빨라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우주첩보 업무가 늘어나게 될 거고 그러면 우주정보국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지는 거잖아. 스페이스시스템은 불법로비를 통해서 우주산업을 발전 시킬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게 존폐의 기로에 선 우리 조직을 살릴 수 있게 도와준 꼴이 됐지. 그러고 나서 우리는 스페이스시스템의 불법 로비와 부정부패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사법처리가 되도록 처리를 해서 실적까지 쌓을 수가 있었어. 결과적으로 스페이스시스템이 우리 조직을 살린 거나 마찬가 된 거야.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야?”
“정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네요. 그럼 우주여권 사업 비리 수사는 끝났으니까, 팀장님은.. 아니 요원님은 다른 첩보 활동을 하고 있겠네요?” 혜성이 물었다.
“생체칩 관련한 수사는 끝이 났는데, 또 다른 우주여권 사업 관련해서 비리 첩보가 들어와서 수사를 할 예정이야. 카드형 우주여권이라고..”
이혜리 요원이 말하는 중에 은하가 끼어들어 물어본다. “카드형 여권은 이승호 과장이 말했었는데, 그거 맞죠?”
“알고 있구나. 맞아 그런데 과장은 아니고 그 사람은 우주외교부 소속 이승호 주사야. 우주외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카드형 우주여권 시스템은 에어로플랜이라는 회사에서 개발을 했어. 에어로플랜도 카드형 우주여권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불법에 연루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수사 중이야. 태양 그룹 알지?”
“네 알아요. 우리가 지금 있는 <호텔&리조트 고구려>도 태양 그룹 소유 아니에요?”
“맞아, 여기 위성 리조트도 태양 그룹 소유이고, 그 에어로플랜이라는 회사는 태양 그룹 회장의 둘째 부인 장남의 회사야. 그리고 에어로플랜 대표의 조카 그러니까, 태양 그룹 회장 둘째 부인의 장남의 조카가 바로 우주외교부 이승호 주사야.”
“뭐라고요?”
놀란 은하, 혜성, 샛별은 눈을 동그랗게 이혜리 요원을 빤히 쳐다본다.
“놀랬어? 세상이 원래 그런 거야. 어쨌든 아직 우주여권 사업 수사는 끝나지 않았어.”
“세상이 정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은하가 말했다.
“그나저나 혜성씨랑 은하씨 성실하고 똑똑한 줄만 알았는데, 지켜보니까 꽤 용감하고 정의롭기까지 하던데. 지금 2학년 마쳤지?”
“네.” 은하와 혜성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남은 2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졸업할 때쯤에 우리가 연락할지도 모르니까.”
은하가 반가운 듯 말한다. “대박, 이혜리 요원님 혹시 저희 우주국가정보원에 취직시켜주시려고 그러는 거에요? 그리고 요원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얘 샛별이도 용감하거든요. 그렇지 샛별아?”
“그럼요. 저는 용감함 빼면 거의 시체에요. 취직만 시켜주시면 이 한 몸 나라를 위해 불사르겠습니다.”
“하하 나 취직시켜준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졸업할 때 보자고 했지.”
가만히 듣고 있던 혜성이 말한다. “저는 취업은 됐고요. 카드형 우주여권 사업에도 알바 필요할 거잖아요. 다음 여름 방학에 거기 알바에 또 투입 시켜주세요. 우리가 해보니까 이 알바가 은근히 위험하더라고요.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선뜻 한다고 한 거였거든요. 다음에 할 때는 알비를 두 배로 올려주시는 거 가능할까요? 우리만큼 우주여권 사업 알바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도 없잖아요.”
“혜성씨 보통이 아니야. 마음에 드는 제안인데, 생각 한번 해볼게. 그럼 잘 들 놀다 지구로 돌아가. 나는 오늘 지구로 돌아 갈 거야. 다음에 연락할게.”
이혜리 요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짐을 챙겨 가버렸다. 해변가를 따라 호텔 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다 이혜리 요원은 저 멀리서 이 쪽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던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다.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고 은하가 말한다. “애인인가 보다, 멀리서 봐도 멋있네.”
둘을 유심히 보던 혜성이 입을 연다. “샛별아, 은하야, 저 남자 자세히 봐봐. 저 사람 최영우 교수님인 것 같지 않아?”
“뭐, 최영우 교수님이라고? 말도 안돼.”
샛별이 옆에 놓여있던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줌으로 당겨서 두 사람을 확대해서 본다.
“정말이네, 혜성이 말대로 최영우 교수님 맞는 거 같은데.”
“진짜? 나도 볼게.” 은하가 샛별의 카메라를 뺏어서 본다. “진짜 최영우 교수님이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혜리 요원과 최영우 교수는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샛별이 말한다. “최영우 교수님, 아직 결혼 안 했나?”
“응 결혼 안 한 걸로 알고 있어.” 은하가 대답했다.
“은하야, 샛별아 우리 놀러 왔는데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껏 놀다 가자. 샛별아 다시 엎드려 오일 발라줄게.”
은하, 혜성, 샛별은 태닝오일을 바르고 위를 보고 누웠다. 우주에 있는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면서 누워있으니, 기분이 설레면서도 조금은 생경한 느낌으로 좋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중 한 마리가 유난히 높게 날고 있다. 혜성은 높이 날고 있는 갈매기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지켜본다. ‘왜 혼자 유독 저렇게 높이 나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 갈매기가 고도를 조금 더 높여서 날다 투명한 천장에 부딪쳤다. 천장에 부딪혀 기절한 갈매기는 수직으로 떨어진다.
“아 어떻게, 갈매기가 천장에 부딪쳤어.”
혜성은 바로 일어나 인공 바다로 뛰어 갔다. 갈매기는 계속 떨어 지고 있다. 혜성이 외치는 소리에 놀라 누워서 일광욕을 하던 은하와 샛별도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두 사람의 시야에도 떨어지는 갈매기가 들어왔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혜성이 보인다. 샛별은 재빨리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혜성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갈매기는 바다에 떨어졌고, 혜성은 바다로 들어가 갈매기에게로 헤엄을 쳐서 간다. 뒤따라 샛별도 바다에 뛰어 들었다. 은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바다에 들어간 두 사람을 보고 있다.
갈매기를 구하러 가는 혜성이를 보며 은하가 생각한다. 대학에서 와서 혜성이를 처음 봤을 때 여자든 남자든 누가 봐도 외적으로 호감을 가질만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적당히 예쁜 얼굴, 평균보다 훨씬 큰 키, 보기 좋게 날씬한 체형, 어깨 너머로 내려오는 긴 머리, 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잘 살린 패션 센스. 그리고 조금 가까워진 후에는 성격 또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항상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고, 누군가를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늘 밝고 경쾌한 모습까지 전반적으로 모든 면이 괜찮아 보였다. 친분이 깊어지면서 혜성은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이며 자신이 좋아는 것에 몰입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호기심, 도전, 열정, 몰입이 평범 또는 정상 범위를 넘을 때가 있다. 기이한 취미에 매달리기도 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혜성의 기이함과 엉뚱함을 보고 미쳤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친한 나도 혜성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광기가 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어떨 때는 쟤가 제 정신인가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름 방학 동안 함께 알바를 하면서 혜성이는 누구보다 순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까지 든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은 임혜성이고, 그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호한 욕망으로 영혼에서 썩은 비린내가 나고 불투명한 불안으로 서로의 몸에 똥을 발라 똥독이 오른 채 구역질 나는 광기에 휩싸여 집단적으로 미쳐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어느 누구도 혜성이를 보고 이상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그들과는 다르게 혜성이는 그냥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보고 있을 뿐이다.
혜성은 천장에 부딪쳐 인공 바다로 떨어진 새를 양손에 받치고 은하에게로 뛰어온다. 그 옆에서 새를 들고 뛰는 혜성을 샛별은 카메라로 찍고 있다.
“은하야, 다행히 많이 안 다쳤어. 금방 회복 할 거 같아. 그런데 신기한 게 지구에 있는 갈매기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은하야, 갈매기 한 번 봐봐.”
혜성은 양 손바닥으로 갈매기를 받쳐 들고 은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나 새 무서워한단 말이야. 가까이 오지마. 정말 미친년이 진짜.”
갈매기가 무서운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뛰어간다. 뛰어가면서 생각한다. 혜성이가 내 친구라서 다행이라고.
우주에 떠 있는 지구는 푸르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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