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6

by 킥더드림

은하와 혜성은 주말에 최영우 교수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주중에는 스페이스시스템으로 출근하여 태블릿 PC에 여권신청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 토요일이 되었고 은하와 혜성은 거의 두 달 만에 학교에 왔다. 학교의 길게 뻗은 큰 길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플라타너스와 몇몇 단 과대 건물의 벽을 촘촘히 뒤덮고 있는 덩굴나무의 잎들은 한여름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듯 짙은 녹색으로 물이 들어있다. 나뭇잎의 짙은 색깔만큼이나 무더운 날이다. 잠시만 걸어도 습기를 머금은 뜨거운 열기에 금새 지친다. 얼마나 더운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열을 이곳에 다 모아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연구실에 도착하니 최영우 교수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도 반갑고, 무더위를 식혀줄 에어컨도 반갑다.’ 최영우 교수는 직접 커피를 내려 은하와 혜성에게 건넸고, 자신의 것도 한잔 내렸다. 연구실 안에 고소한 커피 향이 퍼진다. 연구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따뜻한 커피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혜성이 커피를 마시며 그 동안 알바를 하면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PC 여권신청 프로그램 설치, 이혜리 팀장의 죽음, 우주여권 생체칩, 우주여행보조금, 우주예산감시연대, 스페이스시스템과 얽힌 부정부패, 그리고 이혜리 팀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까지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되고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상세하게 말했다. 최영우 교수는 말 없이 묵묵히 듣고 있었고, 혜성의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표정은 굳어져만 갔다. 혜성의 설명이 끝났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많이 당황스럽고 황당하네. 어떻게 이런 일이..”
놀란 최영우 교수는 말을 하다 멈추었고, 그 틈을 타 혜성이 다시 말한다. “교수님, 김현준 대표라는 사람이 궁금해요. 어떤 사람이에요?”
“김현준 박사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됐지. 내가 박사후 과정에 있을 때, 그 친구는 박사 과정에 있었고, 우리는 꽤 친하게 지냈었어. 물론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 김박사는 성품도 훌륭하고, 대인관계도 좋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 그리고 학교 다닐 때 보면 꿈이 상당히 크고 도전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어. 그리고 독한 면도 있었지. 논문을 쓴다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하거나 할 때는 거기에 빠져서 몇 달 동안 철저하게 외부와 연락을 차단한 채 몰두하고는 했거든. 보는 사람에 따라 독하다고 할 수도 있고 열정적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무서울 정도였어. 그래도 김현준 박사가 부도덕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하기야 그런 모습이 학교 다닐 때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럼 교수님 저희는 어떻게야 하죠? 우리랑 같이 일했던 팀장님이 살해도 당하고 너무 무서워요.” 은하가 물었다.
“그 팀장이라는 사람의 메시지만 가지고 살해 된 거라고 확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많이 걱정은 되겠지만 들어보니, 너희 둘이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인 걸로 보인다. 그 거대한 사업의 이권과 얽혀서 벌어지는 일이니, 너희처럼 단기 알바를 하는 학생들과는 전혀 무관하지. 그러니 내 생각에도 남은 한 달 동안 지금 하는 알바 조용히 잘 마무리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너희한테 들은 이 엄청난 얘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고민을 해보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희는 신경 쓰지 말고 마무리만 잘 하도록 해.”
“그래도 사람이 살해 당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혜성아, 우리가 하기는 뭘 해? 교수님께서 고민 하신다잖아.”
“그래 은하 말이 맞다. 내가 고민을 할 테니 너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저희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은하가 얼른 대답했다.
은하와 혜성은 최영우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다.
“혜성아, 그래도 교수님께 얘기하니까 기분이 한결 낫다.”
“교수님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혜성아, 제발 우리 조용히 알바만 하자. 교수님도 그러셨잖아. 너 왜 이렇게 유별나냐?”
“그래 알았어. 교수님이 김현준 대표도 잘 안다고 하시니까, 현명하게 처리하시겠지. 그럼 은하야, 우리 샛별이 불러다가 한 잔 어때?”
“나야 좋지.”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왔다. 은하와 혜성은 스페이스시스템으로 출근을 했고, 오늘도 태블릿 PC에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 설치를 반복해서 한다. 이제는 작업을 하면서 태블릿 PC가 100%가 충전이 되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다. 은하와 혜성은 10분만 쉬었다 하기로 한다. 고개와 허리를 조금 숙인 자세로 계속 작업을 해서 그런지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다. 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은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목을 풀어주면서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뉴스를 본다.
“으아아아” 뉴스를 보던 은하가 비명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
“아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혜혜혜성아, 이게 또 무슨 일이래?”
“왜? 또 무슨 일인데..”
혜성은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집어서 은하가 보던 뉴스기사를 보았다. 은하가 보던 뉴스의 제목은 <스카이대학교 최영우 교수, 연구실에서 변사체로 발견>이었다. 기사 내용은 최영우 교수가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고 써있다. 기사를 보는 순간 혜성은 눈 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최영우 교수님이..’ 은하는 옆에서 소리 내어 운다. 이때 김현준 대표가 노크를 하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두 분 신문기사 보셨나요?”
“네.” 은하와 혜성이 동시에 대답을 했고, 은하는 울면서 말을 했다.
혜성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모르겠네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저는 교수님이랑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일이죠?”
“글쎄요. 이번 일과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여러분과 같이 일하던 이혜리 팀장은 자살을 하고 또 여러분을 추천해주신 최교수님은 살해 당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한꺼번에..” 김현준 대표는 감정이 복받쳐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말을 이어간다.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충격이 매우 큽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두 분은 일이 손에 안잡히겠지요. 많이 힘드신 거 압니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 설치를 더는 미룰 수가 없습니다. 이번 주만 쉬면서 마음을 추슬러주세요. 뜻밖의 사건으로 계획보다 3주가 늦어지는 거니, 다음주부터 다시 열심히 해서 차질 없이 끝내도록 부탁 드릴게요. 그리고 오늘은 두 분 힘들 텐데 저의 비행자동차로 집까지 바래다주도록 직원에게 시키겠습니다.”
“대표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갈게요. 저희는 그게 더 편해요.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면 되는 거죠?” 혜성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두 분한테는 편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다음주에 보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하는 여전히 울먹이고 있다.
은하와 혜성은 사무실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다. 은하는 계속 흐느껴 운다. 혜성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은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를 해준다. 혜성의 눈에 눈물이 고여서 지하철 안 사람들의 얼굴이 흐리고 굴곡져서 보인다. 눈을 깜빡이니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잠시 후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인다. 깜빡이면 다시 흘러내리고 손수건으로 닦기를 반복한다.
‘은하와 나는 그냥 알바만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하지만 우리에게 누군가가 위협을 가하거나 우리를 해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 두 명이나 죽었다. 얼마 안 남았지만, 많이 무서워하는 은하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알바를 중단해야 할 것 같다.’ 은하를 달래주며 혜성이 생각을 한다.
다시 혜성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하철 안이 흐릿하고 일그러져 보인다. 눈을 깜빡이니 고인 눈물이 뺨으로 떨어져 내려오고 지하철 안이 또렷하게 보인다. 지하철 끝 쪽에서 몇몇 사람이 은하와 혜성을 흘끗 흘끗 쳐다본다. 아마 여자 둘이 지하철 안에서 울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혜성은 생각한다.
“은하야, 그만 울어 사람들이 자꾸 우리 쳐다 본다.”
“응 알았어.”
은하와 혜성은 3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렸다. 붐비는 사람들 속을 헤치고 9호선을 탔다. 9호선에도 사람들이 많다. 혜성은 무심코 지하철 안을 둘러보다, 지하철 안 가장 끝 쪽에 3호선을 타고 올 때 은하와 자신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보였다. 갈아타기 전 3호선의 같은 칸에 탔던 사람과 또 같은 칸에 탄 것이다. 흔하게 일어나는 우연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 사람들은 은하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다. 혜성은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다른 곳을 보다가 그 사람들을 다시 봤다. 분명 3호선에서 은하와 자신을 곁눈질해가며 쳐다보던 사람들이 맞다. 남자 세 명이고, 지금은 서로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은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다. 혜성은 자신의 느낌이 틀렸기를 바란다. 은하는 아무 말이 없다. 지하철은 구반포역에 도착을 했고 은하와 혜성은 내렸다. 내릴 때 혜성은 고개를 돌려 지하철 안 끝 쪽의 문을 바라봤다. 그 사람들도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최근에 이상한 사건이 많아 예민해 진 것일 수도 있다. ‘에이, 아니겠지.’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불안감은 계속 남아있다. 그 순간 혜성은 이혜리 팀장의 메시지가 생각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스마트폰의 볼륨 위아래 버튼을 동시에 세 번 누르면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고 했다. 구반포역을 나왔다. 한 참을 걸어간 후 뒤를 살짝 보니 세 명이 따라오고 있다. 좋지 않은 예감이 점점 확신으로 변한다.
‘광화문역에서부터 우리를 따라 온 게 분명한 것 같은데.’
혜성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은하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은하야 내가 오늘은 집 앞까지 데려다 줄게.”
“그래 고마워.”
혜성은 가던 길의 방향을 틀어 좁고 인적이 드문 길로 걸어간다. 뒤를 흘끗 보니 그 남자 세 명이 여전히 따라오고 있다.
“이리로 가면 우리 집까지 조금 돌아가는 건데.”
“은하야, 내 말 잘 들어, 저 앞에 보이는 17동까지 빠르게 걷다가 17동 끼고 왼쪽으로 돌면 너는 무조건 뛰어. 뛰면서 스마트폰 위아래 볼륨버튼 세 번 연속으로 눌러 알았지?”
“뭐야, 왜?”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지금 우리 미행 당하고 있어. 이혜리 팀장님이 말했던 거 있잖아. 위아래 볼륨버튼 세 번 꼭 눌러.”
“뭐라..”
말을 하려는 은하의 팔을 잡아 끌어 혜성은 빨리 걷기 시작한다. 둘은 속도를 점점 내서 빨리 걷고 있고, 멀리서 따라오던 사람들은 뛰기 시작한다.
“너 코너 돌자마자 뛰어가면서 버튼 눌러. 아니다 그냥 지금 누르고 코너 돌면 바로 앞만 보고 달려가.”
은하는 버튼을 눌렀고 은하와 혜성은 17동을 끼고 왼쪽으로 돌았다. 은하는 뛰기 시작했고, 혜성은 코너를 돌자마자 17동 외벽에 몸을 바짝 붙였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오던 길을 보니 남자 세 명이 뛰어오고 있다. 혜성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각목을 하나를 발견했다. 각목을 들고 뛰어오는 사람들이 코너를 돌기만을 앉아서 기다린다. 잠시 후 그 세 명이 코너를 돌았고, 혜성은 맨 앞에 뛰어오는 사람의 정강이를 향해 각목을 사정 없이 휘둘렀다. 각목에 정강이를 맞은 남자가 심하게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따라 오던 두 명도 넘어진 남자의 몸에 발이 걸리면서 크게 넘어졌다. 혜성은 뒤에 넘어진 두 명도 차례로 각목으로 내리쳤다. 이제 혜성이 도망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다섯 명의 남자가 나타나 넘어진 세 명을 발로 짓밟기 시작한다. 잠시 후 뛰어갔던 은하가 돌아왔다. 넘어진 남자 세 명은 여기저기 얻어맞다가, 저항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도망을 치려고 한다. 두 명은 재빨리 일어나 도망을 쳤고, 모자 쓴 남자는 도망가다가 스텝이 꼬이면서 다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쓰고 있던 야구모자가 벗겨졌다. 그리고 빠르게 다시 일어나 도망갔다. 그런데 야구모자를 썼던 사람의 낯이 익다. 그 사람은 바로 스페이스시스템의 이승호 과장이다. 잘 못 본 것이 아니고, 분명 이승호 과장이었다. 혜성은 ‘이건 또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은하도 ‘어, 이승호 과장이잖아.’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은하와 혜성을 도와준 사람 중 한 명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명함을 준다.
“우주예산감시연대 사무국장 구영호입니다. 많이 놀라셨죠?”
“우주예산감시연대? 그럼 이혜리 팀장님이랑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네요?” 혜성이 물었다.
“아까 내가 버튼을 눌렀더니 금방 나타나셨어.”
“저희 우주예산감시연대에서는 팀장이 아니라, 이혜리 예산감시위원회 위원장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어쨌든 이혜리 위원장 요청으로 저희는 안전을 위해 두 분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많이 놀라셨을 텐데 일단 오늘은 집에서 쉬고, 내일 명함에 적혀 있는 저희 사무실로 오시면 우주여권 사업과 관련해서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내일 사무실로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것 같긴 하네요.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이런 일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요. 은하야 우리는 일단 집으로 가자.”
“그나저나 저희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안전할까요?”
“네 안전합니다. 전혀 걱정 안 해도 돼요. 혹시 많이 불안하면 내일 저희가 데리러 오겠습니다.”
“네 그러면 저희야 조오..”
혜성은 은하의 말을 끊는다. “아니요. 저희가 내일 직접 찾아 갈게요. 일찍 가도 되죠? 오전 10시에 찾아 뵐게요.”

이전 05화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