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 경찰 조사가 진행이 되었고, 이혜리 팀장의 죽음은 자살인 것으로 최종적으로 결론이 났다. 사건 당일 은하와 혜성이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오는데, 은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다.
“여보세요?”
“김은하씨죠.”
“네 맞는데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이스시스템에 이승호 과장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시면서 저를 봤을 거 같은데. 아마 제 얼굴 보면 아실 거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희 대표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알바 2주정도 중단하신다고 해서요. 두 분도 많이 놀라셨을 테니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시잖아요. 저희 회사도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수습할 것도 많아서요. 2주 지나면 다시 시작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2주동안 잘 쉬시고 다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해 주세요.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하가 전화를 끊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1주일이 지났다. 늦은 저녁 은하, 혜성, 그리고 친구 샛별이 동네 실내포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와 진짜 무서웠겠다. 누군가 죽는 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구나. 나 같으면 바로 기절했어. 그 알바 내가 안 하길 진짜 잘했다. 너희 둘은 어떻게 그걸 보고도 멀쩡하냐?” 샛별이 말했다.
“야 멀쩡하기는 나는 보자마자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어. 지금도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쳐. 혜성이는 놀라지도 않더라. 놀라기는커녕 그 이팀장님 시신을 자세히 봤다고 하더라고 글쎄.” 은하가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혜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놀라긴 많이 놀랬어.”
“그런데 그분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네. 같이 일하면서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은 느낌은 못 받았어? 왜 있잖아. 우울해 보인다던가 아님 심각한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하는 그런 자살 징후 같은 거는 없었어?” 샛별이 물었다.
“응 나는 그런 느낌 전혀 못 받았어. 내가 보기에 이팀장님은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어. 예쁘고, 능력 있고, 직장도 좋고 그리고 성격도 아주 밝은 편이었어. 전혀 우울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래도 모르지 우리랑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우울한 면이 있어도 잘 들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어쨌거나 나는 자살할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어. 혜성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은하야, 내가 계속 얘기했잖아. 이팀장님 좀 이상하다고.”
“어떻게 이상한데?” 샛별이 물었다.
“야야 샛별아, 그건 들을 거 없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얘가 더 이상하다니까, 내가 볼 때는 하나도 안 이상해.”
“어쨌거나 이상하든 안 이상하든 간에, 나도 은하처럼 3주정도 이팀장님을 보면서 자살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나는 이혜리 팀장님이 자살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은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한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야, 경찰 조사에서 자살로 결정이 났는데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건 도대체 뭐야? 너야말로 진짜 이상해.”
“왜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소주 한잔을 비우며 샛별이 묻는다.
“내가 다친 새를 관찰을 많이 하잖아. 그 다친 새들을 돌볼 때 얘는 살겠구나 얘는 죽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거든. 그 느낌이 어떻게 드는 건 줄 알아?”
“어떻게 드는데?” 은하와 샛별이 동시에 물었다.
“먹이를 주었을 때 얼마나 먹으려고 하는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서야. 매번 그런 거는 아니지만, 정말 아픈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먹으려는 새들은 살아날 확률이 높아. 내가 보기에 살아난 새보다 더 심각하지도 않은데, 어떻게든 먹이려고 해도 안 먹는 애들도 있거든. 내가 수의사는 아니니까 안 먹는 애들까지 살릴 수는 없잖아. 나는 관찰을 하면서 그 작은 새들도 그 의지에 따라 삶과 죽음이 많이 갈린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이팀장님은 평소에 음식을 굉장히 잘 먹는 사람이었어. 은하야, 이팀장님 자살한 날을 생각을 해봐. 그 날 우리가 같이 점심을 먹었었잖아. 죽음을 결심을 한 사람이 그렇게 잘 먹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날 유독 잘 그리고 많이 드셨었잖아. 평양냉면 한 그릇에 만두 네 개를 먹었잖아. 너는 이팀장님이 그날 밤에 자살할 사람처럼 보였어? 나는 절대 자살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러게 혜성이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그날 진짜 유난히 평소보다 잘 드셨거든. 그날 밤 죽기로 한 사람이 그렇게 먹는 다는 건 말이 좀 안되기는 하네.” 은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샛별이 묻는다. “뭐야, 그럼.. 자살이 아니란 말이야?”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강하게 의심이 된다는 거지.” 혜성이 말했다.
“진짜 무섭다. 거기서 사람이 죽었는데, 너네 그 알바 계속 할거야?”
“그럼 당연히 해야지. 알바비를 얼마나 많이 주는데. 우리는 그거 태블릿 PC 세팅만 하면 돼. 자살이든 타살이든 우리랑은 상관 없어. 혜성아, 끝까지 계속 할거지?”
“그럼 은하야, 해야지. 안 할 이유가 없잖아. 당연히 끝까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