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작 3주차 금요일. 은하와 혜성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알바를 잘 하고 있다. 두 달 반 동안 태블릿 PC 2,500개를 세팅하는 것이 아주 빡빡한 일정도 아니어서 차질 없이 예정된 기간 내에 끝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은하와 혜성은 오전 일을 마치고 이혜리 팀장과 함께 사무실 근처 평양냉면집에 왔다. 혜성과 이혜리 팀장은 물냉면을 그리고 은하는 온면을 시켰다. 그리고 만두 6개도 주문했다.
“은하야, 더워 죽겠는데 너는 무슨 이 여름에 온면을 시키냐?”
“어제 술을 먹었더니 속이 안 좋아서 그래. 차가운 거 먹으면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하하 은하씨, 여기 온면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나는 안 먹어봤는데. 괜찮을 거야.” 이팀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세 사람은 먹기 시작한다.
“은하씨랑 혜성씨, 둘이 엄청 친한 거 같던데, 같은 과 친구라고 했지?”
물음에 혜성이 대답한다. “네 맞아요. 과도 같고 사는 동네도 같아요. 중고등 학교는 다른데 다녀서 그때는 몰랐고요. 대학 와서 만났는데, 아무래도 동네가 같다 보니 더 빨리 친해졌어요.”
“졸업하면 뭐 할거야?”
“팀장님처럼 우주산업 관련 기업에 취업해야죠. 워낙 취업이 어려워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은하가 대답했다.
은하에 이어 혜성이 말한다. “저는 원래 미대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취업하기 좋은 우주공학과에 가라고 해서 왔거든요. 그래서 졸업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에요.”
“혜성이 얘는 애가 좀 독특하고, 평범하지가 않아요. 미술, 영화 같은 예술에도 관심이 많고, 직접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그림을 이상한 것만 그려요. 팀장님도 얘가 그린 그림 보면 깜짝 놀랠걸요. 좀 특이한 애예요.”
“궁금하네, 어떤 그림인지 나중에 꼭 보여줘. 그리고 영화 좋아하면, 내가 추천 하나 할게. 혜성씨 혹시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라는 영화 알아? 아주 아주 옛날 영화야.”
“아니요. 처음 들어 봤는데요. 우리나라 영화에요?”
“아니 옛날 홍콩 영화인데,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이야. 꼭 한번 봐봐. 은하씨도 꼭 봐. 진짜 재미있어. 죽음의 다섯 손가락 꼭 기억해둬.”
“네, 시간 될 때 꼭 찾아서 볼게요.” 혜성이 말했다.
“진짜 꼭 기억해뒀다. 꼭 한번 봐. 정말 재미있어. 완전 강력 추천하는 영화야.” 이혜리 팀장은 다시 한번 강조를 했다.
냉면과 온면을 다 먹고 만두 하나씩을 먹으니 배가 부르다. 은하와 혜성은 남은 만두는 더는 못 먹을 것 같다. 배가 부르다고 하니 이혜리 팀장이 남은 세 개의 만두를 모두 먹었다. 은하와 혜성은 3주동안 이팀장과 매일 점심을 먹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이팀장은 정말 잘 먹는 다는 것이었다.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런데도 살이 찌기는커녕 딱 보기 좋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3주동안 같이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이혜리 팀장과 사이가 꽤 가까워 졌다.
오후 6시가 됐고 은하와 혜성은 퇴근을 하려고 이혜리 팀장에게 인사를 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이혜리 팀장은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꼭 기억하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혜성은 이혜리 팀장이 자꾸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보라고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이어서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빈다.
“은하야, 이팀장님 좀 이상하지 않아?”
“아 진짜, 뭐가 또 이상해? 이팀장님 너무 괜찮은 사람 같은데. 멋있고, 예쁘고,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는 것 같고 말이지. 내 워너비야.”
“그건 나도 동의하는데. 뭔가 자기가 당부해야 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나치게 강조하잖아. 강조를 해도 너무 지나치게 하잖아. 이상하지 않아? 우리 퇴근할 때도 굳이 죽음의 다섯 손가락인지 발가락인지를 보라고 다시 강조는 게 너무 이상해.”
“야 네가 더 이상해. 죽은 새 집에 가져가서 부패하고 구더기 나오는데 그거 관찰하면서 그림 그리는 네가 더 이상하지. 도대체 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냐? 좀 평범하게 사고해라.” 은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네가 예술을 몰라서 그러는 거고, 나도 이팀장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뭔가 좀 이상하긴 해.”
“너 주말 내내 ‘이팀장님 뭔가 좀 이상한데..’하고 계속 생각할거지? 안 봐도 뻔하다. 나는 이번 주말에 잠이나 푹 잘 거니까, 나한테 연락해서 ‘생각해보니까 이팀장님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런 쓸데 없는 말 하지 마라.”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전이 되었다. 은하와 혜성은 함께 알바하는 스페이스시스템 사무실에 도착 했다. 20분정도 일찍 왔더니,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다. 두 사람은 사무실 가장 안쪽 끝에 있는 자신들이 일하는 회의실로 걸어간다. 회의실에 앞에 도착해서 은하가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 불을 켰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불을 켜자마자 은하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은하의 비명에 놀란 혜성은 재빨리 뒤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으아아” 혜성도 들어가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어떤 여인이 테이블 위에 목을 매고 죽어있고, 테이블 위는 응고된 피 범벅이다. 은하는 주저 앉아 울고 있고, 혜성은 죽은 여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시신은 목이 줄에 걸린 채 벽을 향해 있고, 혜성은 그 뒷모습을 보고 있다. 목을 맨 여인은 지난주 금요일 이혜리 팀장이 입은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있다. 혜성은 테이블을 돌아 죽은 여인의 정면으로 갔다. 목만 매단 게 아니라 왼쪽 손목에는 깊게 패인 상처가 나있다. 왼쪽 손목에서 흘러 떨어진 피가 테이블 위에 넓고 두껍게 응고되어있다. 옷, 체형, 헤어스타일이 이혜리 팀장이 맞다. 얼굴도 이혜리 팀장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목이 매달려 있어서 그런지 핏기가 전혀 없이 새파랗고 또 많이 부어있어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게 변해버렸다. 혜성은 울고 있는 은하를 데리고 회의실 밖으로 나왔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니 혜성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혜성은 회의실로 들어가 목을 맨 이혜리 팀장을 다시 살펴 보았다. 잠시 후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혜리 팀장 죽음으로 인해 사무실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15분정도 지나니 경찰이 도착했다. 최초 목격자인 은하와 혜성은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