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권 사업의 단기 알바 5

by 킥더드림

알바를 쉬는 동안 이혜리 팀장이 태블릿 PC를 100%로 충전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 말이 혜성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충전을 완전히 한다고 프로그램이 오류가 나고 태블릿 PC를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분명 거기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리 팀장이 자신과 은하에게 어떤 암시를 주는 거였을지도 모른다.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2주가 흘렀다. 은하와 혜성은 다시 스페이스시스템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안녕하세요? 2주 전에 통화했던 이승호 과장입니다. 저 아시겠죠?”
“네 안녕하세요. 정말 오다가다 많이 뵌 분 맞네요.”
이승호 과장은 새로운 회의실로 안내해주었다.
“전에 하던 데는 좀 그렇잖아요. 여기서 계속 하시면 돼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얘기해 주시고요.”
전에 쓰던 회의실보다는 공간이 좁지만 작업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혜리 팀장이 자살한 장소 보다는 새로운 회의실이 은하와 혜성에게 정서적으로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전 회의실에는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없었는데, 여기는 밖을 볼 수가 있다. 전망이 좋다. 멀리 보이는 북악산은 한여름답게 짙은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다. 공중에는 간간히 비행자동차와 택배용 드론이 날라 다니는 것이 보인다. 다시 알바 작업이 시작됐다. 혜성은 은하 몰래 태블릿 PC를 100%로 충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복귀한 첫 날 혜성은 태블릿 PC 1대를 100%로 충전하였다.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고, 태블릿 PC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을 한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혜성은 다음 날 또 1대를 100%로 충전해 보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에도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이 아주 잘 작동을 하고, 태블릿 PC도 고장이 나지 않았다. ‘뭐지? 왜 절대로 100%로 충전하면 안 된다고 강조를 한 거야.’ 혜성은 거의 한 달 동안 은하 눈치를 봐가며 태블릿 PC 100대 이상을 100%로 충전을 하였다. 은하는 무신경하게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자기가 맡은 태블릿 PC만을 열심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세팅할 뿐이다. ‘무심한 것 같으니, 전국 1등의 집중력은 역시 남달라. 내가 은하보다 공부 못하는 이유를 이제 깨달았네.’하고 혜성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100대가 넘는 태블릿 PC를 완전히 충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 단 1대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주 잠시라도 오류라고 의심할만한 현상조차 없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혜성은 전혀 오류가 없으므로 은하가 노발대발, 지랄발광을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 은하랑 상의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은하야, 나 이상한 거 발견했어.”
“뭐가 또? 혜성아,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어. 우리 제발 조용히 돈 벌고 나가자.”
“너도 이팀장님이 자살 할 사람은 아니다라는 내 의견에는 동의 했잖아. 그렇지?”
“그건 그렇지. 나도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
“은하야, 나.. 그러니까.. 그때 이 팀장님이 계속 강조한 거 있잖아. 사실 나 태블릿 PC 한 100대 정도 100%로 충전해 봤어.”
은하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뭐라고? 아 놔 진짜 이 또라이 같은 년이, 이게 미쳤나.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마네. 진짜 샛별이랑 같이 했어야 했는데.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은하야, 흥분하지 말고 내 말 들어봐. 100대 넘는 거 중에 단 1대도 오류가 안 났고 태블릿 PC도 완전 멀쩡해.”
은하가 놀라며 차분하게 묻는다. “진짜? 단 1대도?”
“응 전혀, 어떠한 오류도 어떠한 고장도 없었어.”
“아유 다행이다. 알바비 못 받는 줄 알았네. 너 도대체 쓸데 없는 짓은 왜 한 거야?” 은하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알바비야, 당연히 받을 수 있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이팀장님이 그렇게 강조하고 또 강조 했는데 오류가 전혀 없잖아. 그때는 1대라도 완전히 충전하면 큰 일 날것처럼 말했었잖아.”
“그러게 말이야. 진짜 그렇기는 하네. 정말로 1대도 오류가 안 난 거 맞아?”
“응 그렇다니까.”
“진짜 네 말대로 그때는 1대라도 충전이 100%가 되면 프로그램도 문제가 생기고 태블릿 PC도 완전히 못 쓰게 될 것처럼 말했었는데 말이야. 아무 문제가 없다니 이상하다.”
은하와 혜성이 모두 말 없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은하도 생각을 해보니 이혜리 팀장이 자살한 것도 그렇고, 별거 아닌 것에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은하와 혜성은 100%로 충전을 한 태블릿 PC를 말없이 각자 살펴 보고 있다. 은하가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뭐지, 왜 강조했을까?’ 회의실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린다. 그러다 갑자기 은하가 긴 침묵을 깼다.
“혜성아, 이팀장님이 강조하던 것 중에 네가 이상하고 한 것이 하나 더 있었잖아. 거기에 뭐가 있지 않을까?”
“그게 뭐였더라?” 혜성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은하를 빤히 쳐다본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 은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맞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 그 영화를 기억하라고 반복해서 말 했었지. 그거는 뭘 의미 하는 걸까, 은하야?”
두 사람은 또 말 없이 깊은 침묵의 바다 속으로 빠졌다. 은하가 밖을 본다. 눈앞에 한 없이 파랗고 맑은 여름 하늘이 펼쳐진다. 태양은 자비 없이 도시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위를 먹은 것처럼 택배 드론 한 대가 느리게 날아가고 있다. 저 멀리 북악산 너머로 비행자동차 몇 대가 날아간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라, 왜 강조를 한 거지.. 도대체 뭘까?” 은하가 조용하게 혼잣말을 내뱉다 또 다시 침묵을 깬다.
“저기 혜성아, 100%로 충전된 태블릿 PC에 우리 손가락 다섯 개 스캔 해보면 어떨까?”
“오 그래 그거 좋은 아이디인데,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해보자. 역시 전국 1등은 다르다니까. 그럼 내가 해볼게.”
혜성은 태블릿 PC 하단에 지문을 스캔 하는 곳에 엄지 손가락을 댔다. 잠시 후 “삑” 소리와 함께 스캔이 됐다. 다음 검지를 댔다. “삑” 소리가 난다. 계속해서 중지, 약지, 새끼까지 다섯 손가락을 모두 스캔 했다. 은하와 혜성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태블릿 PC를 쳐다본다. 몇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도 없다.
“뭐지, 아무 변화도 없네.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왼쪽 손인가? 은하야 왼손으로 한번 해볼까?”
“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한 번 해볼게.”
혜성이 손가락을 스캔 했던 태블릿 PC에 은하가 오른 엄지부터 혜성이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스캔 한다. “삑 삑 삑 삑 삑” 소리를 연달아 내며 은하의 다섯 손가락 모두 스캔이 되었다. 잠시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태블릿 PC의 화면이 파란불빛을 발한다. 아주 강한 파란 불빛이다. 그러다 파란 불빛이 사라지고 태블릿 PC는 원래의 화면으로 돌아왔다. 파란불빛이 나왔다 사라진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바탕화면에는 우주여권을 신청하는 어플 하나만 깔려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은하와 혜성의 스마트폰에 “딩동”하고 메시지 수신 음이 울렸다. 무언가 감이 온 혜성은 재빨리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이혜리 팀장으로부터 온 메시지이다.
“은하야, 팀장님 메시지야.”
“진짜? 정말로 팀장님이 강조한 이유가 있긴 있었던 거네. 혜성아, 빨리 읽어봐.”
혜성이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메시지를 읽기 시작한다.

혜성씨, 은하씨 많이 놀랬죠? 이혜리 팀장입니다.
두 사람이 이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쓰기 시작합니다.
저는 원래 우주예산감시연대 소속의 활동가입니다.
스페이스시스템에는 위장 취업을 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위장 취업한 이유가 궁금하겠죠?
신규로 발행 될 우주여권 사업과 우주 여행 보조금 지원 사업에는 아마 두 분은 상상 하지도 못할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이 되고 있고 또 투입 될 예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이권을 두고 정부, 정치권, 그리고 기업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저희는 우주여권 생체칩 시스템을 개발한 스페이스시스템 대표 김현준 박사가 우주여권사업을 성사 시키기 위해 정관계에 지속적으로 불법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우주여행 보조금지원 법이 통과된 것도 김현준 대표의 불법 로비가 있었던 거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와 관련한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조사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정부패를 입증할 좀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제가 스페이스시스템에 위장 취업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스페이스시스템에서 일하면서 김현준 대표의 야심이 단순히 우주여권사업을 성공시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여권을 우주외교부가 아닌 건강보건부에서 발행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우주외교부는 개인정보 유출의 이유로 생체칩 여권을 오래 전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그래서 김현준 대표는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람의 몸에 삽입하는 거기 때문에 건강보건부에서 관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보건부에 우주건강외교국이 신설이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김현준 대표의 로비 능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체칩 여권은 단순히 신원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여행자 건강관리라는 명분 하에 사람들의 건강, 유전자 등의 다양한 신체정보까지 수집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관리만 한다고 하겠지만, 칩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개인 신체정보를 수집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우주여행 보조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생체칩 여권을 삽입할 거고 그러면 저들에게 사람들의 개인 신체정보는 계속해서 축적이 될 것입니다.
일단 그들이 개인 신체정보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나면, 그들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그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스페이스시스템의 부정한 거래와 불법 로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많이 수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스페이스시스템에 제 신원이 노출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신변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은하씨와 혜성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알바를 계속 하면 됩니다. 두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두 분께 무슨 일 생긴다면, 스마트폰의 볼륨 위아래 버튼을 동시에 세 번 누르세요. 그러면 누군가 도와주러 나타날 거에요.
그럼 두 분 알바 무사히 잘 마치고, 겨울방학에는 해외여행 즐겁게 다녀 오길 바래요.
이 메시지를 다 읽은 후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세요. 그럼 영구히 삭제됩니다.
안녕!

은하와 혜성은 메시지를 읽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메시지가 삭제 됐다.
“자살이 아니네. 혜성이 네 말대로 자살이 아닌데.”
“그러게 은하야,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팀장님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알바만 하라고 했잖아.”
“그래도 그렇지 이팀장님이 자살이 아니라 살해 당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야 혜성아, 나는 너무 무서워.”
“은하야, 경찰에 신고할까?”
“너는 안 무서워?”
“나도 무섭기는 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어때?”
“그런데 경찰에서 자살로 결정이 난건 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걸린 일에 경찰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신고를 하면 분명 이 부정과 관련된 경찰이 알아차릴 거고 그러면 우리를 가만 두겠어?”
“그러네 진짜. 그럼 어쩌지?”
“어쩌기는 뭘 어째? 우리는 그냥 조용히 알바만 하고 알바비 받아서 이팀장님 말대로 겨울방학에 여행이나 가면 되지. 넌 안 무서워 이 상황이.”
“나도 무섭다니까. 은하야, 그러면 우리 추천해준 최영우 교수님이랑 의논해 보는 거 어떨까? 최영우 교수님은 시민운동에도 관심 많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분명 이런 비리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 같아. 어때?”
“맞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최영우 교수님이라면 믿을 수도 있고, 또 정의로운 분이시니까. 그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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