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와 혜성이 알바를 하기로 한 회사의 이름은 주식회사 스페이스시스템이다. 광화문역 근처 수퍼노바 센터라는 건물 37층에 위치해 있다. 은하와 혜성은 1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 했다. 사무실까지 가는데 신원 확인을 1층에서 한 번 그리고 37층에서 또 한번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안 요원이 두 사람의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케이블 단자를 모두 테이핑하여 막았다. 그리고 은하와 혜성의 열손가락 지문과 양쪽 눈 홍채를 등록하였다. 스페이스시스템은 알바생의 정보를 보안 목적 외에 사용하면 안 되고, 알바생 또한 회사 정보를 외부로 누출하면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상호 협약서도 작성하였다. 스페이스시스템은 건물 한 층을 다 쓰고 있었고, 사무실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이다. 창문 밖으로는 광화문 광장, 경복궁, 그리고 저 멀리 북악산이 보인다. 은하와 혜성은 이혜리 팀장 안내로 꽤 넓은 회의실에 왔다. 회의실 긴 테이블에는 노트북 두 대가 놓여있고, 벽에는 납작한 직육면체 상자가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다. 태블릿 PC가 들어있는 상자인 것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통화를 했던 이혜리입니다.” 이혜리 팀장은 은하와 혜성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은하와 혜성도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며 인사를 했다. 명함에는 스페이스시스템 우주여권 사업팀 팀장 이혜리라고 적혀있다. 이혜리 팀장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인 것 같고, 온화한 인상에 세련된 스타일이다. 여학생들이 동경할 만한 잘 나가는 멋진 엘리트 직장인의 포스가 풍긴다.
“잠시 후 저희 회사 대표님이신 김현준 박사님이 직접 오셔서 인사도 하고, 앞으로 하실 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알려드릴 거에요.”
이팀장이 말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30대 중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키도 크고 풍채도 좋다. 굉장히 똑똑하고 야심이 있어 보이는 인상이다. 은하와 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고, 둘 다 김현준 대표를 보고 젊은 나이에 크게 성공한 벤처 사업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스페이스시스템 대표 김현준입니다. 최영우 교수님께서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들이라고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두 달 반 동안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하실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겠습니다. 혹시 지구와 같은 궤도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그럼요. 그거 모르는 사람은 없죠. 여행 경비가 너무 비싸게 들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가서 그렇죠.” 혜성이 대답했다.
“정확합니다. 이미 여러 나라 기업들이 운영을 하고 있죠. 우리나라 기업들의 리조트도 있고 앞으로 새로 건설 될 계획도 있습니다. 하지만 얘기한 데로 워낙 경비가 비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가 없어서 현재로써는 우주 리조트는 그렇게 채산성이 좋은 사업은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 올해 4월 정기 국회에서 국내 기업의 우주 리조트로 여행을 갈 경우 경비의 50%를 지원해주는 법안이 통과 됐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용부담이 줄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가 있겠지요. 이 법에 의거해서 정부 지원은 3년후부터 시행이 되고 50년동안 지속이 됩니다. 우주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는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지요. 뿐만 아니라 우주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고요. 그리고 또 하나 우주여행 여권 관련한 법도 개정이 될 예정입니다. 내년에 국회에 상정되어 바뀌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우주여권 법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은하와 혜성은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내년에 법안이 통과되면 3년후부터 우주여행 시에는 우주여권을 따로 발급받아야만 합니다. 아시겠지만 지금은 우주에 나갈 때도 해외에 갈 때랑 같은 수첩형태의 여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발급되는 우주여권은 생체칩 형태로 손등에 삽입하게 됩니다. 저희 회사에서 이 신규 우주여권 시스템을 개발을 하였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은 여권을 신청하려면 구청에 가셨을 겁니다. 일반 여권은 우주외교부에서 계속 발행을 하지만, 생체칩 형태의 우주여권은 건강보건부에서 발행할 예정입니다. 지역 보건소나 국공립병원에서 우주여권을 신청을 할 수가 있고, 신청 승인이 완료되면 간호사가 손등에 주사기로 생체칩 우주여권을 주입을 하게 됩니다. 우주여권은 우주여행 시에 신원 확인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건강 체크도 자동적으로 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관리를 통해 여행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생체칩 시스템을 통한 여행자 건강관리는 아직은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 우주여권 법이 개정될 때 국회에 우주여행 건강관리 법도 같이 상정이 돼서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생체칩으로 우주 여행자의 건강과 안전 또한 관리가 가능하게 됩니다. 생체칩 여권 시스템은 저희 회사만 보유하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우주여권 관련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두 분이 하실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뒤에 쌓여있는 상자에는 우주여권 발급 신청에 쓰일 태블릿 PC가 들어있습니다. 그 태블릿 PC에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설정만 해주면 됩니다. 자세한 설치와 설정 방법은 이혜리 팀장이 알려드릴 겁니다. 한 가지 당부할 건 들어오실 때 스마트폰에 테이핑을 했을 텐데, 절대로 사진을 찍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정보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안됩니다.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써주세요. 그럼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현준 대표는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김현준 대표를 이어받아 이팀장이 설치 방법을 설명한다.
“대표팀께서 말씀하셨듯이 이 태블릿 PC는 우주여권 신청 시에 신청자 정보를 입력하는데 쓰이는 거고요. 태블릿 PC에 프로그램 설치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제가 직접 보여드릴게요. 우선 앞에 있는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연결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노트북의 설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태블릿 PC에 우주여권 신청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가 있습니다. 설치를 하는 중에 팝업되는 질문은 모두 Yes를 누르면 되고요. 노트북에서 태블릿 PC로 설치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에요. 프로그램 설치가 끝나면 아무것도 없는 태블릿 PC 바탕화면에 앱이 하나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앱을 실행시켜서 설정을 시작하면 됩니다. 설정하는 방법은 테이블에 설정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 매뉴얼대로 진행 하시면 되고요. 설정도 아주 간단합니다. 설정까지 끝났으면 지문 인식, 홍채 인식, 서명 인식이 잘 작동되는지를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블릿 PC 하단에 건강보건부 스티커를 붙여 주고, 태블릿 PC를 충전까지 하면 프로그램 설치와 설정 작업이 완전히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게 있어요. 절대로 충전을 100%까지 하면 안됩니다. 지금 모든 태블릿 PC가 3%~5% 정도 충전이 되어있을 거에요. 충전은 85%~90% 정도만 하면 됩니다. 현재 프로그램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100%까지 충전을 하면 오류가 발생합니다. 그 부분은 앞으로 수정할 예정이고요. 절대 100%까지 충전을 하면 안되니 주의해주세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해요. 100%로 충전하면 프로그램 오류뿐만 아니라 태블릿 PC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어요. 알겠죠?”
이팀장은 충전에 대해 조심하라고 수 차례 반복하면서 강조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은하와 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태블릿 PC는 총 2,500개입니다. 두 달 반 동안 지금 말씀 드린 작업을 하면 됩니다. 제 자리는 회의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거나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와서 얘기하면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말을 마치고 이팀장도 회의실을 나갔다. 은하와 혜성은 배운 대로 태블릿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그야말로 단순한 작업이다. 그리고 페이는 카페 알바에 비하면 4배 정도 많다. 프로그램을 다운 받고 설치가 되는 동안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어 잠깐 잠깐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작업하는 회의실에 둘만 있다 보니,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할 수도 있다. 점심 시간에는 이팀장이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것도 사준다. 은하도 그렇고 혜성이도 이게 지금까지 해본 알바 중 최고이다.
첫날 일을 마쳤다.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이팀장은 프로그램 설치와 설정을 잘 했는지를 묻기보다, 100%로 충전한 태블릿 PC가 없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작업할 때 그 부분을 주의해달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은하와 혜성은 사무실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반포에 산다.
“은하야, 충전 100%로 하면 안 된다고 그랬잖아.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 혜성이 말했다.
“그게 뭐가 이상해. 100%로 하면 프로그램이 오류가 생긴다잖아.”
“그러니까, 이상하지. 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태블릿 PC를 100%로 충전한다고 오류가 생기는 그런 허접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어? 그것도 정부에 납품하는 제품인데, 그렇게 허술하다는 게 말이돼?”
“응 난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그거 고친다고 했잖아. 하여간 너는 특이해. 쓸데 없는 생각도 많이 하고, 의심도 많고.”
“이팀장님이 100%로 충전하지 말라고 지나치게 강조한 것도 좀 이상해. 혜성아, 우리 한 개 몰래 100%로 충전시켜 볼까?”
“아이 이 미친년이 진짜, 너 정말로 하지마. 태블릿 PC 못 쓰게 되면 네가 책임 질 거야? 제발 우리 사고 치지 말고 곱게 돈만 벌고 나가자. 우리 겨울방학에 여행 가야지. 아우 진짜 너랑 하는 게 아니었는데. 샛별이가 그때 마침 시험 끝나고 처자는 바람에.. 정말 불안 불안하다 너랑 하니까.”
“에이 혜성아, 왜 그래? 너 샛별이랑 같이 했으면 분명 싸우고 6개월동안 서로 말도 안 했을 걸.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