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어느 날.
김은하는 스카이대학교 우주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우주공학과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과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요즘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이다. 우주산업의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 때문에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우주공학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부는 우주산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성장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우주공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다른 전공보다 취업이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세상은 멀지 않은 시기에 우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기정 사실로 믿고 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전국 최상위권이었고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한 은하는 적성보다는 취업을 고려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스카이대학교 우주공학과에 여유 있게 입학을 했다. 기말 고사가 끝났고 오늘부터 여름 방학이다. 친구들과 겨울방학에 따뜻한 나라로 놀러 가기 위해 이번 방학 동안 열심히 알바를 할 생각이다. 기말고사에서 모든 과목을 다 잘 본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아직 알바를 구하지 못해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은하는 막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왔다. 복도를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우주산업시스템학과 최영우 교수가 오고 있다.
은하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래 은하구나. 기말고사 잘 보고 있지?”
“방금 마지막 시험 보고 나오는 길이에요. 시험은 대체적으로 잘 봤어요.”
“잘 봤다니 다행이네. 그럼 방학 잘 보내라.”
“네 교수님도 잘 보내시고요. 다음 학기에 봬요.” 은하가 목례를 했다.
잠시 후 최영우 교수가 다시 은하를 부른다. “은하야, 지금 잠깐 시간 되니?”
“네 교수님 괜찮은데, 무슨 일이세요?”
“혹시 이번 방학에 특별한 계획 있어? 알바 구했어?”
“아니요. 지금부터 알아보려고요.”
“그래? 그럼 내 연구실에 잠시 와볼래.”
은하는 최영우 교수가 방학 동안 일거리를 주려나 보다 생각을 한다. 최영우 교수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교수에다 학생들을 항상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고 수업에서는 늘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리고 최영우 교수는 연구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을 하고 있다. 대학원생인 조교들에게는 전문적인 실험과 리서치를 맡기고, 간단한 작업 같은 것은 학부생들에게 많이 시키는 편이다. 학부생들에게는 최영우 교수 연구실의 알바가 페이도 괜찮고 일도 편한 꿀알바로 소문이 나있다. ‘앗싸’ 은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최영우 교수를 따라갔다. 최영우 교수와 은하가 연구실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다.
“은하야, 혹시 방학 동안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알바 할 생각 있니?”
“그럼요 교수님, 저야 너무 좋죠. 그리고 교수님 연구실 알바라면 무조건 해야죠.” 은하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우리 연구실 알바가 아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 하는 게 아니라고요? 그럼 어디서 하죠?”
“내 후배 중에 김현준 박사라고 있는데, 그 김박사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의 일이다. 내가 들어보니 일이 어렵지도 않은데 알바비는 꽤 많이 준다고 하더라. 대신에 두 달 반 동안 9시부터 6시까지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김박사가 학부생 중에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로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어. 복도에서 은하 너를 보니 네가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할 마음이 있니?”
“네 저야 완전 좋죠. 일이 어렵지도 않은데 페이도 많이 준다니. 어차피 전 이번 방학은 알바에 완전 집중하려고 했거든요. 겨울방학에 해외여행 가려고요.”
“그래 잘 됐구나. 아 참, 그리고 그쪽에서 두 명을 추천해달라고 했어. 은하 네 친구 중에 성실한 친구 한 명 더 데리고 가면 될 것 같은데 가능 할까?”
“그럼요. 알바 하고 싶어하는 애들은 널렸어요. 교수님 추천해주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내가 고맙지. 가서 성실하게 잘 하고 다음학기에 보자. 그리고 내가 김박사에게 연락을 해 놓을 테니 너한테 연락이 갈 거다.”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최영우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다. 얼마 있지 않아 알바 할 회사의 이혜리 팀장이라는 사람한테 연락이 왔고, 대략적인 알바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그리고 은하는 친한 친구 두 명에게 알바 할 생각이 있는지 톡으로 물어 보았다. 친구 한 명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집에서 자느라고 은하의 톡을 늦게 확인했고, 나머지 한 친구 임혜성은 내일 있는 마지막 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바로 하겠다고 답을 보내왔다. 그래서 은하와 혜성이 함께 하기로 결정이 됐고, 그날 늦은 오후 은하는 혜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으나으나 김은하 안녕.” 혜성이 전화를 받았다.
“혜써엉, 공부 중?”
“아니 나 집에 가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왔어.”
“헐 너 또 방음벽에 부딪쳐 다친 새나 죽은 새 보러 간 거야? 아우 진짜 이 기괴한 년 같으니라고, 하여간 너 진짜 특이하다. 다친 새 치료해주는 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죽은 새를 그림으로 그리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돼. 안 무서워?”
“무섭기는, 나는 삶과 죽음을 바로 쳐다보면서 탐구하고 있는 거야.”
“뭐래? 그나저나 내일 시험은 공부 다했어?”
“내일 보는 시험은 그렇게 어려운 과목은 아니어서 대충 끝냈지.”
“그래 내일 시험 잘 봐라. 그리고 아까 톡으로 얘기한 우리가 알바 할 회사는 광화문에 있고, 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이래. 우리가 할 일은 태블릿 PC 세팅만 하면 된데.”
“오케이 좋아. 알바비는 얼마나 주려나?”
“정확한 알바비는 못 들었는데, 교수님 말씀으로는 꽤 많이 준다고 했어.”
“태블릿 PC 세팅하는 거면 진짜 간단한 작업일 것 같은데 페이까지 괜찮다니 좋은데. 어쨌든 은하야 다음주에 술이나 먹자.”
“좋지. 내일 시험 잘 보고 다음주에 보자.”
은하와 혜성이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