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틈만나면 목포에 갑니다” 매거진 1화
출발! 오랜만에 느껴보는 들뜬 기분이다.
목포 여행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 학기를 미친 듯이 바쁘게 보내고, 방학식 날 떠나는 여행. 여행을 위해 예매한 기차표 한 장이 소진 직전까지 간 나를 버티게 했다.
학기말은 학교생활기록부 입력 및 점검, 학년말 성적 처리 등으로 분주하다. 이 와중에 생활지도 사안이라도 하나 생기면 정신줄 붙들고 있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게다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종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거기에 추가주문이 쿨메신저로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안전점검표 내라, 예산 품의해라, 연수 이수증 제출해라, 생활기록부 입력 완료해라, 출결 마감해라, 방학계획서 제출해라, 공문 처리해라 등의 메시지가 한 시간에 두세 개씩 쏟아진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면서 추가 주문으로 들어오는 일도 해내야 한다. 이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이 모든 일보다 우선순위여야 한다.
신규발령받았을 때, 선배교사가 알려주었다.
“공문 처리, 업무는 나중에 해도 돼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좀 늦어도 별 일 생기지 않아요.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게 좋아요. 아이들은 적기에 해줘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
신규교사였을 때 들은 이야기라서 낙인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원래 나의 교육철학과 맞았던 것인지 여태 그 말이 진리라 생각하며 산다. 그래서 방학식 날 생활기록부 입력보다 한 학기 정리하는 학급 모임을 먼저 했고, 업무보다 학생 상담을 먼저 했다. 그 결과 늘 일이 많았다. 제 때 퇴근하는 날이 거의 없었고, 에너지는 늘 바닥까지 긁어모아서 써버렸다.
그래서 방학식 날 출발하는 여행은 더 짜릿했고, 해방감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컨베이어 벨트와 수업종에게서 탈출한 기분이랄까.
틈만 나면 목포에 갔다. 연휴가 생기면 가고, 방학하면 갔다.
질병휴직중인 올해에도 목포여행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방사선 치료를 마친 내게 주는 선물로 7월 목포여행을 갔다.
이번엔 자궁적출 수술, 난소 제거 수술 후 회복에 힘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일 년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그 수술을 마치고 회복도 잘 한 나에게 주는 선물.
수술 후 6주가 지나야 복부 내부 장기 봉합이 아문다고 했다. 두 달은 지나야 배에 힘주는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조심하라던 그 두 달 기한을 지나고 있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해야지. 출발은 목포다.
왜 목포냐고?
그 이유는 앞으로 일주일간 날마다 연재될 목포 여행기가 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