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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다 Feb 28. 2021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이사 오기 전엔 출퇴근 거리가 왕복 3시간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씻고 자야 했다. 아주 가끔,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피시방에 가거나 근처 공원에 가서 나름 스트레스를 풀고 오곤 했다.

낮에 본 전에 살던 집 근처 공원

왕복 출퇴근 3시간을 6개월 동안 하고 나니, 집 계약기간이 끝이 났다. 정말 운 좋게 회사 바로 옆 건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이제 출퇴근은 왕복 6-7분 거리가 되었다. 대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회사 건물, 공사장 그리고 우리 집 건물이 전부다. 공원이나 번화가를 가려면 버스를 타고 15분에서 20분 정도 나아가야 한다. 회사가 가까워서 좋지만, 코로나이기도 하고 나는 작은 섬에 갇혀버렸다. 두둥...


그래도 6-7분 출퇴근 거리로 나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나의 컨디션은 유쾌 상쾌해졌다. 역시 회사가 가까운 게 최고다!!! 하고 싶었던 인강도 듣고~ 공부도 하고~! 그런데 이 생활도 대략 1-2달뿐. 그 이후엔 한 가지 고민이 생겨버렸다.  인강을 듣는다 해도 매일 듣는 것도 아니고, 집에 티브이도 없고 주변에 피시방도 공원도 없으니 퇴근 후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 변화를 주려 헬스장을 끊었는데 하필 회사 건물에 있는 헬스장이라 다시 출근하는 기분을 느껴 잘 안 가게 되고 (내 돈...기부 플렉스.. 운동하기 싫어서 그런 거 절대 아님 정말 아님.. ) 퇴근하고 집에 가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회사에 남아 일을 더 하게 되고 집에 가도 멍 때 리거나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쓸데없는 시간만 허비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왕복 3시간 출퇴근일 땐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는데.

막상 원하던 시간이 생기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갈 꼭 해야만 할 것 같은데 하지 않으니 폰을 보며 쉬어도 , 그냥 멍 때려도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나처럼 다들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정말 자기 삶을 위해 알찬 시간을 보낼까?


가지지 못할 땐 그토록 원했는데 그렇게 원했던 시간이 지금 나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나는 퇴근하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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