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ZO 마린 스타디움은 1989년 치바 지역의 개발 붐에 힘입어 프로 야구단의 경기를 치르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주변 지역은 컨벤션 센터, 유원지 등이 있는 미쿠하리 신도심으로 평소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야구장은 그중에서도 특히 바닷가 근처에 위치해서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에 나무를 심고 외야를 벽으로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강풍이 불어 외야수들을 힘들게 하고 경기가 취소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돔구장을 짓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치바 롯데 마린스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울창한 나무 뒤에 숨겨진 축제
ZOZO 마린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길
ZOZO 마린 스타디움은 치바에서 쇼핑몰, 유원지, 컨벤션 센터가 모여있는 미쿠하리 신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전철을 이용해 카이힌미쿠하리역에서 내렸고 도보로 약 15분가량을 이동한 끝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조금 걸어야 하지만 주변에 백화점 등 구경할 곳이 많고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야구장을 향해 걸어가던 중 이상하게 야구장이 안보였다. 지도를 보면 맞게 가고 있는데 야구장은 보이지 않고 대로를 따라 울창한 나무 숲이 눈길을 끌었다. 야구장에 점점 가까워지자 음악소리가 들려왔고 맞게 찾아온 것을 알았다.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니 야구장과 함께 수많은 인파가 눈길을 끌었다. 나는 티켓을 예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리가 매진일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바로 티켓을 구매했다. 메트라이프 돔에서 티켓을 구매할 때 서툰 일본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걱정스러웠는데 친절했고 말도 잘 통해서 원하는 좌석을 구매할 수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고 경기장 바깥을 둘러보는데 유독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나도 슬쩍 들여다보러 갔는데 치어리딩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야구장 외부에 마련된 축제의 장
아마 무슨 대회 같은 것을 진행하는 것 같았는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공연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푸드트럭과 다양한 가판점들이 호객하는 모습이 보였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른들이 맥주 한잔 하며 더위를 잊는 동안 아이들은 마린스의 마스코트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축제의 한 복판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축제 분위기의 야구장 주변 탐사를 마치고 야구장 내부로 들어갔다. 티켓에 입장하는 게이트가 적혀 있어서 여러 개의 게이트 중에 헷갈리지 않고 좌석을 찾아갈 수 있었다. 구매한 좌석은 내야 최상단 포수 후면에 위치해서 야구장이 전체적으로 내려다 보였다. 자리에 앉아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쾌적했다. 굉장히 더운 날이었는데 자리에 앉으니 바람 덕에 더위가 싹 날아갔다. 특이한 점은 외야에 전광판이 3개나 있고 내야에는 띠 모양의 전광판을 통해 응원 문구나 각종 정보, 광고 등을 게시하고 있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구장이지만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구장 내부의 도색 상태나 좌석 상태도 상당히 깔끔해서 잘 관리되어 보였다. 또 화장실도 쾌적했다. 구장 외부에도 먹을거리는 많았지만 구장 안에도 다양한 매점들과 기념품 판매점이 입점해서 많은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또 모기업이 롯데이다 보니 롯데리아나 롯데의 각종 과자 등이 구장 내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ZOZO 마린 스타디움 내부의 롯데리아
우리는 이런 좌석도 있어요
ZOZO마린 스타디움은 퍼시픽 리그의 구단답게 자생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 당일 수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좌석을 설치했다. 내 눈에 띄는 부분은 먼저 광활한 파울 지역에 자리한 익사이팅석이다. 파울 지역의 잉여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좌석을 설치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흔하지만 야구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좌석이다. 또 더그아웃 지붕 뒤로 테이블 석을 설치했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이 내려다보이고 선수들과 감독의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좌석은 비싼 가격에 판매되겠지만 충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그아웃 지붕 위에 설치된 테이블석
내야 1층의 상단 부분에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 석이 위치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다는 점이다. 칸막이 덕에 더욱 아늑하고 독립된 느낌이 느껴졌다. 테이블 석의 위로는 스카이박스가 위치하고 있다. 스카이박스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그다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진 않지만 그만큼 그라운드가 가까이 보일 것이다.
내야를 떠나서 외야에도 특별한 좌석이 있었는데 바로 홈런 라군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좌석이다. 홈런 라군은 역풍으로 인해 홈런이 잘 안 나오는 ZOZO 마린 스타디움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펜스를 앞으로 당기면서 생겨난 공간이다. 원래 있던 펜스와 새로 지어진 펜스 사이의 잉여 공간에 좌석을 설치해서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야구를 보기에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홈런 타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외야수들과 가까워서 현장의 박진감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홈런 라군에 설치된 좌석들
역사관과 팀 스토어가 함께
7회까지 야구를 구경하고 팀 스토어를 구경하기 위해 야구장 밖으로 나왔다. ZOZO 마린 스타디움 외부에 2층 건물이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1층은 팀 스토어로 2층은 역사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규모는 메트라이프 돔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꽤 큰 규모였다. 내부에는 각종 유니폼과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레전드 선수의 2000안타를 기념하며 제작된 각종 슬로건과 패치, 기념품들을 한 코너를 마련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또 캐릭터 강국인 일본 답게 각종 캐릭터와 콜라보한 인형, 파우치 백 등을 따로 코너를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의 팀 스토어와 특별한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ZOZO 마린 스타디움의 팀 스토어 및 역사관
후쿠우라 가즈야 선수 2000안타 기념 코너
캐릭터 콜라보 상품들
남녀노소 즐기는 유원지 같은 야구장
ZOZO 마린 스타디움은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나무 덕분에 아늑한 느낌이 드는 야구장이었다. 나무 숲을 지나 야구장에 도착하면 각종 푸드트럭과 가판대가 저마다의 목소리로 호객하고, 그 앞에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어른들은 시원한 맥주 한잔과 먹을거리를 사다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마스코트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광고하는 사람들이 뿌리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뛰어 놀기도 한다. 또 가변 무대에서는 치어리더 팀이 공연을 펼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구경한다. 아이들은 야구장 주변에 설치된 각종 놀이기구를 이용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축구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ZOZO 마린 스타디움이 하나의 유원지 같이 느껴졌다. 야구를 보러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끼리 나들이 삼아 나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오늘은 야구를 보지 않더라도 즐거운 경험을 간직한 사람들은 다시금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야구를 보러 오지 않을까? ZOZO 마린 스타디움은 그렇게 사람들을 초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