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생명 파크 미야기는 1950년 세워져 산발적으로 프로야구팀의 경기가 열리던 구장이다. 롯데의 임시 홈구장으로 쓰인 적도 있으나 잠시뿐이었고 그 이후로도 산발적으로 경기가 치러졌지만 프로야구팀의 홈구장으로 쓰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200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센다이를 비롯한 도호쿠 지방을 연고로 창단되면서 미야기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은 다양한 부대시설이 완비된 구장으로 변모했다.
정말 70년 된 야구장 맞아?
나는 센다이의 중심가인 조젠지 주변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야구장 주변에 지하철 역도 있고 다양한 버스 노선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버스에서 내려 5분가량을 걸은 후에 수증기를 분사하는 정문 게이트를 지나 야구장에 도착했다.
당일의 라인업을 알려주는 게시판
야구장에 들어가는 길 한편에는 당일의 스타팅 라인업인 선수들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관중들에게 하나라도 더 즐거운 경험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진을 지나 나는 바로 티켓 부스로 향했다. 입장하는 동선의 왼쪽 편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팀 스토어가 있었고, 오른편에는 티켓 부스가 있었다. 티켓 부스는 회원들을 위한 코너와 일반 관중들을 위한 코너로 나뉘어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현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캐시리스 정책으로 현금 대신 카드나 라쿠텐 자체적으로 만든 라쿠텐 페이 등을 이용해야 했다. 이는 구장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각종 먹거리나 기념품을 구매할 때도 현금을 사용할 수 없다. 카드보다 현금 사용이 보편적인 일본에서 느낀 신
선한 충격이었다.
티켓부스의 모습
야구장 주변으로는 수많은 가판대와 푸드 트럭들이 있어서 음식의 선택지가 정말 다양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먹거리인 우설 구이가 구워지는 냄새가 코 끝에 스쳤다. 야구장 앞에는 가설무대가 설치되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야구장의 외관은 1950년에 지어진 구장이라고는 밑겨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고 오히려 최신식으로 느껴졌다. 내야의 중앙에 위치한 출입구는 구단의 특별 회원들을 위한 라운지로 쓰이고 있었다.
가설무대
가판대와 인파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야구장 주변을 둘러본 뒤 게이트 주변 푸드트럭에서 타코야키를 사들고 자리를 찾아 입장했다. 티켓에 쓰인 게이트로 입장하면 바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 나는 내야의 지정석을 골랐는데, 티켓을 구매할 때 40여 가지의 좌석 종류가 있어서 라쿠텐 구단의 자생을 위한 노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자리를 찾아서 들어가 보니 꾸준한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좌석 간의 간격이 좁고, 경사진 내야석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반면에 외야에는 미야기 생명 파크의 랜드마크인 관람차를 필두로 놀이공원과 신설 좌석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또 야구장의 거의 모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도 돋보였다. 더그아웃 바로 옆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좌석들은 라쿠텐의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국내의 많은 야구 구단들이 벤치마킹한 내야의 테이블석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좁고 가파른 내야석
내야 중앙의 테이블석
대관람차
야구장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근처에 병원이 있어서 시끄럽게 응원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잔디의 색과 전체적인 조명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광판은 최신식으로 큰 편이었고, 홈팀뿐만 아니라 원정팀의 기록도 상세하게 표시해주고 있었다. 야구장은 전체적으로 웅장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NPB에서 가장 수용규모가 작은 구장이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팀 스토어인지 슈퍼마켓인지
팀 스토어 내부
팀 스토어는 앞서 언급했듯이 야구장 앞에 큰 규모로 지어져 있었고, 큰 규모만큼이나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했다. 팀 스토어라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유니폼 종류는 매우 다양했고, 구단의 로고가 삽입된 다양한 잡화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이하게 생각한 부분은 과자, 인스턴트식품 등 다양한 식품류가 판매되고 있었고, 심지어는 술(니혼슈)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라쿠텐 구단의 자생을 위한 노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프로야구는 비즈니스!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프로야구를 모기업의 홍보수단에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구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라쿠텐의 방향성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고, 한국의 프로야구 구단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 라쿠텐 생명 파크 미야기는 이러한 구단의 노력이 느껴지는 구장이었다. 내부 공간의 협소함은 야구장 주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졌고, 증개축에 유리했던 외야 좌석들은 놀이공원, 응원석, 특별 좌석 등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라쿠텐 구단은 이러한 영역에서 더 나아가 모기업의 주요 사업 영역인 모바일 페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캐시리스 구장을 만듦으로써 프로야구 산업에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라쿠텐 생명 파크 미야기는 가장 혁신적인 구단의 가장 혁신적인 구장이 되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라쿠텐이 몰고 올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