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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기 Aug 19. 2020

나의 일본 야구 답사기 – 메이지 진구 야구장

일본 학생 야구의 성지 2019년 8월 16일의 이야기

메이지 진구 야구장은 1926년 개장한 100년 가까이 된 야구장이다. 현재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으며 프로야구 경기보다도 대학야구의 성지로 유명하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던 2019년 8월 16일에도 스왈로즈의 경기 전에 대학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서 선수들이 야구장 밖에 보조 구장에서 몸을 풀고, 경기전 연습을 진행했다. 메이지 진구 야구장은 과거 한국에 존재했던 동대문 야구장을 떠오르게 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아오야마 잇초메 역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 걸은 후 야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티켓을?

미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프로야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와 공연 등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서 티켓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기계는 일본어만 지원이 되었다. 그래도 얼추 알아볼 수 있었기에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을 진행했는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부분이 있어서 당황했지만 아무렇게나 적었는데도 구매가 되어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다만 편의점에서 구매한 티켓은 야구장에서 받을 수 있는 티켓과는 다른 디자인이고 결과적으로 멋있지 않다. 티켓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야구장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멋진 공원 안에 고즈넉한 야구장

야구장 가는 길

메이지 진구 야구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지 신궁의 외원에 설립된 야구장이다. 야구장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도쿄 올림픽에서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도쿄 신국립 경기장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야구장 주변으로는 높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숲 속에 숨겨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도보로 이동했는데 야구장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표지판을 따라 야구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야구장 주변에 연식야구 등에 쓰이는 보조구장에서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많은 팬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선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나도 가까이 가서 연습을 좀 지켜보았다. 열악한 환경에 선수들은 힘들겠지만 팬들에게는 이 또한 즐거운 이벤트가 아녔을까.

보조구장에서 워밍업 하는 선수들

걸음을 옮기다 보니 야구장의 외야 쪽 출입구에 도착했다, 아직 경기 시작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고, 입장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야구장의 대부분은 외야에 응원석이 위치하는데 메이지 진구 야구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외야 쪽 외벽은 짙은 녹색과 아치로 꾸며져 있었고,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메이지진구 야구장은 백 년 가까이 된 구장이기에 내부 공간이 협소해서 야구장 밖에 다양한 가판대가 운영되고 있었다. 푸드트럭과 가판대의 활기참은 야구장 근처에 시장이 열린 것처럼 느껴졌다. 심지어는 팀 스토어 또한 가판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야구장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구단의 한계가 느껴졌다.

메이지진구 야구장의 외야

야쿠르트의 컬러는 블루

메이지진구 야구장의 정문

야구장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입장할 시간이 되었고, 나는 티켓에 적힌 게이트를 찾아 줄을 섰다. 야구장에 입장하는 게이트는 굉장히 많았고, 각 게이트마다 줄을 세우는 직원과 티켓과 가방을 검사하는 직원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게이트가 많고, 야구장 주변의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게이트 별로 줄을 세우는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해 보였다. 다만 게이트로 입장하고 나서는 자리를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야구장에 들어가 보니 첫인상은 온통 파란색이어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야쿠르트를 대표하는 컬러는 블루라고 하는데 야구장이 그러한 콘셉트에 의해서 잘 꾸며진 느낌이었다. 다만 문제는 상대팀인 주니치의 유니폼 컬러가 블루 계열이어서 오히려 홈팀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야쿠르트는 치타 무늬와 같은 난해한 유니폼을 입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야 좌석에서 보이는 뷰

내 자리는 내야의 상단 좌석이었는데, 야구장 자체가 층고가 높지 않아서 그라운드가 가깝게 느껴졌다. 또 좌석 간격도 넓어서 편안했다. 야구장이 전체적으로 작은 느낌이 들었는데, 3만 석이 넘는다고 해서 놀라웠다. 전광판은 오래된 구장답게 작았고, 송출하는 정보들도 굉장히 간소했다. 라인업, 카운트 등의 기본적인 정보들만 표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전광판을 비롯해 광고판 등이 모두 클래식한 느낌으로 오래된 야구장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이한 좌석들은 외야 쪽의 테이블석 내야의 테이블석 정도로 특별히 다양한 좌석들을 구비하지는 않았다. 야구장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대관해서 사용하는 한계가 느껴졌다. 내부의 매점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딴 아이스크림이나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작고 오래된 전광판
내부 시설

전통에 대한 그리움

나는 메이지 진구 야구장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동대문 야구장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른바 한국 야구의 성지로 수많은 고교야구 경기와 실업야구, 국제대회 등에서 한국 야구의 역사에 이름을 새긴 동대문 야구장은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는 DDP가 세워졌다. 당시에 많은 야구인들은 동대문 야구장의 철거에 반대했지만 효과는 미약했고, 동대문 야구장의 일부 시설과 관련된 물품 등을 보존하여 박물관 등에 전시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한국 야구의 성지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100년 가까이 된 메이지 진구 야구장이 여전히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또 야구의 성지로써 기억되는 것을 보면서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던 한국의 동대문 야구장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메이지 진구 야구장은 도쿄 올림픽 이후 철거되어 같은 부지 내의 럭비장과 부지를 바꾸어 재건축될 예정이다. 메이지 진구 야구장은 재건축 이후에도 일본 학생 야구의 성지로 남아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

메이지진구 구장 내의 맥주 컵
현장감이 느껴지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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