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작은 즐거움을 위한 팬케익 아트
거의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팬케익을 굽고 있다. 10분 정도면 두툼한 팬케익 두 장과 그 사이의 놓인 소시지와 치즈, 그리고 약간의 견과류까지 준비된다. 추가로 과일이나 주스, 채소 스틱이 곁들여지면 아침상으로 더할나위 없다. 물론 나를 위한 상차림은 아니다. 이렇게 아침상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애들이 장난치지 않으며, 주는 대로 잘 받아먹으며, 바쁜 아침시간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dailypancake 라는 태그로 업로드 중인 이 팬케익은 단순한 팬케익이 아니다. 단지 동그란 팬케익이라면 이미 애들은 도망가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매일 아침을 내가 담당하고 있는데, 시작은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애들에게 그리고 남편인 내게 든든한 한 끼를 차려주고자 여러 가지로 메뉴 구상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팬케익이었다. 처음엔 한 입 크기의 미니 사이즈로, 그다음엔 미키마우스, 그리고 곰돌이와 같이 애들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굽기 시작했다. 애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내가 만들어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지금까지 하고 있다.
팬케익 기원은 버터핑거 팬케익의 “piggy in the blanket”이란 메뉴였다. 남이 구워주는 팬케익이 먹고 싶어 방문한 어느 날, 메뉴판 구석에 있던 키즈 메뉴와도 같은 “piggy in the blanket” 메뉴가 보였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바닥에 팬케익을 한 장 깔고, 잘 구운 소시지를 올린다. 슬라이스 치즈를 그 위에 올려 잔열로 부드럽게 녹이고, 팬케익으로 덮는다. 이때 팬케익에 돼지 얼굴을 그려, 소시지(돼지)를 감싼 블랭킷(팬케익)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단짠의 조합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버터핑거 팬케익뿐 아니라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에서도 “Three little pigs in the blankets”란 동일한 메뉴를 팔고 있다.
주변에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반죽의 난이도를 넘지 못하고 팬케익 굽기를 머뭇거리곤 한다. 비밀은 반죽에 있다. 팬케익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니신 믹스, 미국의 헝그리잭 반죽도 호응이 좋지만, 과감히 호주의 키알라 믹스를 추천한다. 만원이라는 조금 비싼 감이 없긴 하지만 유기농이라고 하니 감안해 준다. 한 통을 사면 보통 8~10장 정도가 나온다. 키알라 믹스의 강점은 생각보다 별거 아닌 듯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 반죽의 적당한 농도를 맞추기 편한 장점도 있지만, 최고의 장점은 설거지가 쉽다는 점이다. 보울도 거품기도 필요 없다. 그냥 우유 넣고 통을 흔들기만 하면 된다. 토에서 바로 따라낼 수도 있어 국자도 필요 없다. 믹스된 남은 반죽도 다시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5일 정도까지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억지로 많이 굽고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버터핑거 팬케익의 메뉴를 재현했다. 그리고 욕심이 났다. 돼지코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크랜베리와 건포도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굽기를 조절해 가면 색도 내보았다. 초콜릿 빵을 얇게 잘라 무늬도 만들어 보았다. 그렇게 곰, 원숭이, 토끼, 하마, 심지어는 티라노와 트리케라톱스까지 만들게 되었다.
잘 만드는 팬케익의 3요소는 재료, 장비, 불이다. 적당한 농도의 반죽, 너무 기름지지 않은 소시지, 적당히 진한 체다 치즈를 사용해야 맛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프라이팬은 정당히 얇아 열을 고루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반죽이 붙지 않을 정도로 잘 코팅되어 있어야 한다. 부침개 용 알루미늄 뒤집개는 너무 얇아 오히려 반죽을 상하게 하고, 묵직한 실리콘 뒤집개가 좋다. 마지막으로 너무 약해서 무르지 않고, 또 너무 강해서 타지 않게 불을 잘 조절해야 겉바속촉의 팬케익이 완성된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과일을 풍성하게 올리기도, 단짠을 확실하게 살린 치킨텐더를 올려보기도, 계란 거품을 충분히 낸 수플레 팬케익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나,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쩌랴, 고객인 아이들이 원한다면 오늘도 같은 레시피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