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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도 잘뛸수있어

아픈엄마와 아들 EP01

아들이 해주었던 말들을 잊지 않기위해 남겨본다.


ep01.


퇴원 후 4살이던 아들과 시간을 줄곧 보내면서 아들도 나도 서로의 모습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엄마의 모습이 아픈 것이란걸 조금씩 알아가는 듯 했다.

하루는 아이의 외할머니와 함께 아들과 나, 셋이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하나,둘,셋!"하면  양쪽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서 앞쪽으로 날려주는 놀이를 했다.


어딘가 안정적으로 자기의 손을 잡고 날려주며(?) 걷기까지 하는 엄마가 신기했는지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저거 다리 하나 안아파이제?

 나았어?걸을 수 있어?"


왼쪽 편마비로 불완전한 한쪽다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걸음이 처음보다 좋아진것이 아이에게도 느껴졌나보다. 나는 대답했다.


"그럼~ 엄마 잘 걷지 이제~근데 달리기는 아직 못해"


걷긴 걷지만 아이의 눈에도 무언가 이상했나보다.

축쳐지고, 말려 구부러진 손이 이상해 보였는지 아이는 강직으로 말려버린 내 손을 잡고 만져보면서 말했다.
"손 한개 안펴졌네~ 이거한개는 안펴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엄마의 불편함이 보이나보다.

그만큼 컸고, 그만큼 아는게 많아졌나보다..


눈물을 글썽이며 울음을 애써 꾹 참고 대답했다.


"응~아직은 안펴져..근데 나중엔 다 펴질거야^^"


나를 안쓰럽게 보면서도 크게는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제 갈 길 가는 어른스러운 아이다.


지금도 늘 나에게 용기를 준다.

달리기를 잘하는 아들에게 나는 가끔

"지호는 잘뛰어서 좋겠다~~" 한다.


 나는 잘뛰는 아들의 사기를 올려주자고 한 말이 아이에게는 '나는 못뛰는데 너는 잘뛴다'로 들렸나보다. 아픈엄마의 철든 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 엄마도 잘 뛸수있어!!" 라며 따라해보라고

출발 자세를 멋지게 시전하는 5살 꼬마.



손가락을 쫙펴서 힘을주고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힘차게 달리라는 비법을 알려주고는 혼자서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고맙고 대견하고 기특하면서 미안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코 끝이 찡 하다.




엄마가 아프면 애는 철이 빨리 든다더니..

맞는말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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