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신체능력이 좋아지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인지 종종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와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이가 좋아진 우리는 보통의 모자(母子)처럼 꽁냥꽁냥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꿈꾸던,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날부터인가 아들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내게 만지지도, 곁에있지도 못하게 했다. 장난감 정리하라고 잔소리해서인가, 내가 이상하게 움직여서인가 온갖 추측과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할수록 나오는건 눈물뿐이었다. 이런 고민은 스트레스가 되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신랑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애랑 안친해서 그렇지뭐" 였다. 아이와 오랜시간 떨어져있던 시간의 문제와 더불어 아이와 친해지려는 내 노력의 부족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더 스트레스였다.
늘 할머니들이 함께하는 우리집 환경 속에서 어쩌다 아들과 나만 있는 둘만의 시간이 만들어졌다. 이때다 싶어 아이에게 물었다.
"○○는 왜 엄마를 옆에 못있게해?엄마가 옆에만 있으면 안돼?"
"엄마는 위험해. 위험해서 안돼"
가히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엄마가 왜 위험한걸까.. 문득 혼냈던 기억이 났다. 훈육을 잘못했나 싶다가도 아이가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하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시어머니, 나, 아들이 함께 있던 날,셋이 동네산책을 하러 나갔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셋이 나란히 산책길을 가는데 아이가 킥보드를 탄채 내쪽으로 달려왔다. 시어머니는 아이에게 "어어! ○○야, 엄마 다쳐~위험해~너무빨리 달리지마"라고 하셨다.
생각이 났다.
퇴원 후 집에서 생활하며 아이와 서로 적응하는 시간을 보낼때, 종종 나에게 달려들거나 매달리거나 내주변을 정신없이 다니는 아이에게 우리집 어른들은 꼭"엄마 (넘어질수있어서) 위험해" 라고 말씀하셨다. 편마비로 인해 몸이 불편한 나는아이 때문에 넘어진 적이 많다.
일단 몸의 반을 못움직이니 제대로 걸을 리 없다. 가만히 서있는것조차도. 게다가 균형장애가 있고, 감각장애도 있어서 왼쪽에서 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튼 위험할때가 많은데 아이가 크면서 더욱 심해졌다. 나와 동선이 꼬이기라도 하면 나는 바로 낙상이다. 그래서 내가 다칠까봐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항상 급하게 "엄마 위험해!"라고 말씀하시는게 일상이었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보니 엄마가 넘어질수있어서 아이의 행동이 위험하다는 뜻이 아이입장에서는 엄마가 위험한게 되어버린 것이다.
'엄마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꿔주어야했다.
나는 더 열심히 재활운동에 임했다. 더 많이 서있었고 넘어지지 않기위해 균형잡는 훈련도 더 많이 했다.